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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서 맺은 ‘미나리’ 인연…생계형 배우서 74살 오스카 ★로

윤여정 55년 연기 인생

  •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
  •  |   입력 : 2021-04-26 20:11:02
  •  |   본지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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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대 ‘화녀’로 화려한 출발
- 결혼·渡美로 공백, 이혼 뒤 복귀
- 2000년대 파격적 역할로 호평
- 예능 출연으로 젊은 팬층 두터워
- BIFF서 정이삭 감독 소개받아

“나는 배고파서 연기했는데, 남들은 극찬하더라. 그래서 예술은 잔인하다. 배우는 돈이 필요할 때 연기를 가장 잘한다.” 아시아 여성 배우로는 두 번째로 미국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74)이 2009년 MBC 예능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한 말이다. 윤여정은 천재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리며 화려하게 배우의 길에 들어섰지만, 이혼 뒤 생계형 배우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1971년 개봉한 윤여정 출연작 ‘화녀’의 스틸컷. 연합뉴스
■조명받는 스타서 생계형 연기

윤여정은 1966년 대학 재학 중 방송국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우연히 T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1970년대 초반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화녀’에 출연한 뒤 여우주연상 신인상 등을 거머쥐며 충무로의 기대주가 된다. 이후 그는 김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리며 영화 ‘충녀’, 드라마 ‘장희빈’ 등에 출연하며 인기를 얻었지만, 조영남과 결혼한 뒤 미국으로 떠나면서 공백기를 갖는다.

13년 만에 이혼한 그는 두 아들을 양육하기 위해 TV 드라마에서 역할을 가리지 않고 연기하는 생계형 배우가 됐다. 그러다 1987년 드라마 ‘사랑과 야망’에서 비중 있는 역을 맡아 윤여정의 복귀를 확실히 알렸다. 당시 그의 허스키한 목소리와 끊어지는 화법을 싫어한 시청자들은 그가 절친한 김수현 작가의 ‘낙하산’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파격 변신 서슴지 않은 영화 행보

윤여정의 본격적인 영화 복귀작은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2003)이다. 당시 많은 여배우가 꺼린 ‘투병 중인 남편을 두고 불륜을 선언한 시어머니’ 역할을 윤여정은 “집 수리비가 필요하다”며 맡았고, “그간의 공백이 무색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영화를 계기로 그는 임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2005) ‘오래된 정원’(2006) ‘하녀’(2010) ‘돈의 맛’(2012) ‘나의 절친 악당들’(2015) ‘헤븐:행복의 나라로’(2021) 등에 잇따라 출연했다. 또 이재용 감독의 ‘여배우들’에 출연한 데 이어 이 감독의 ‘뒷담화:감독이 미쳤어요’(2012) ‘죽여주는 여자’(2016) 등에서 열연했다. 특히 ‘죽여주는 여자’에서 노인을 상대로 성매매하는 ‘박카스 할머니’ 역으로 호평 받았다. 그는 또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2009) ‘다른 나라에서’(2011) ‘자유의 언덕’(2014)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2015) 등 다수 작품에 출연했다.

■젊은 창작자와 팬 아우르는 활동

윤여정은 젊은 창작자와 교류하며 활동의 폭을 넓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홍상수 감독 작품의 프로듀서로 일해 온 김초희 감독과는 영화 ‘하하하’로 인연을 맺은 뒤 김 감독의 작품 두 편에 잇달아 출연했다. 배우 정유미와 함께 출연한 영화 ‘산나물 처녀’(2016)에서는 미지의 행성에서 남자를 찾아 지구로 날아온 노처녀 순심을 연기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2019)에서는 주인공 찬실이가 세 들어 사는 집 할머니 역할을 노 개런티로 맡았고, 영화가 국내외에서 호평받았다.

나영석 PD와 ‘꽃보다 누나’(2013)로 인연을 맺은 이후 ‘윤식당’(2017∼2018) ‘윤스테이’(2021)까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감각 있는 유머와 재치로 젊은 팬층을 확보했다. 2015년에는 배두나 주연의 넷플릭스 배급 미국 드라마 ‘센스8’에 출연한 데 이어 최근 애플TV플러스의 드라마 ‘파친코’ 촬영을 마치고 젊은 세대가 주고객인 쇼핑몰 모델까지 꿰찼다.

■BIFF에서 싹튼 정이삭 감독과 인연

윤여정는 60세 생일 때 “믿을 수 있는 사람들과만 작품 하겠다”고 다짐한다. 이 약속은 10여 년 뒤 영화 ‘미나리’에 출연하게 된 운명적 계기가 된다. 당시 윤여정은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절친인 이인아 영화 프로듀서로부터 정이삭 감독을 소개받았다. 윤여정은 2005년 한 영화의 출연이 무산되면서 알게 된 이 프로듀서와 세대를 뛰어넘는 우정을 쌓았다. 정 감독은 2007년 그의 첫 영화인 ‘문유랑가보’를 BIFF에서 소개한 이후 BIFF의 제작사 연결 프로젝트를 통해 ‘아비가일’을 제작하는 등 부산 영화계와 인연을 이어왔다. 정 감독과 BIFF에서 처음 만났던 상황에 대해 윤여정은 “금세 사랑에 빠졌다. 매우 조용한 사람이었다. 만나자마자 내 아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BIFF 관계자는 “윤여정과 부산 영화계·영화제의 인연을 아카이브로 만드는 등 다양한 기획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

◇ 배우 윤여정은 누구

출생

1947년 6월 19일 경기도

데뷔

1966년 TBC 3기 공채 탤런트

1971~1972년

영화 ‘화녀’ ‘충녀’, 드라마 ‘장희빈’ 출연

2003년 이후

‘바람난 가족’ ‘그때 그 사람들’ ‘오래된 정원’ ‘하하하’ ‘여배우들’ ‘돈의 맛’‘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산나물처녀’ ‘죽여주는 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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