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티모시 샬라메





티모시 샬라메, 티모시…티모시. 이 이름은 특별하지는 않고 영미권 남성 이름으로 익숙한 편이다. 샬라메 혹은 샬라메이는 어느 나라 성씨일까. 예쁜 소녀 같이 곱상하고, 까만 머리카락과 감수성 풍부하고 예민한 눈동자, 그리고 긴 턱 선이 강조된 마른 얼굴이라 뇌리에 남았다. 매우 젊다는 것, 그리고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107년 ‘Call Me By Your Name’ 너의 이름으로 나를 불러줘, 매우 시적인 표현) 같은 트랜디한 영화에 출연해 매력과 이미지를 마음껏 발산했다.



문득 프랑수아즈 사강(1935-2004)이 소르본느 대학 시절 18세에 쓴 소설 ‘슬픔이여 안녕’(1954년 ‘Bonjour Tristesse’)의 여자 주인공 세실이 떠오른다. 바다가 떠오르고 청춘의 정열과 사랑과 질투에 몸부림치는 등장인물들이 떠오른다. 소설도 소설이지만, 프랑스와 사강이란 인물도 한 시대를 풍미했다. 어쩌면 그녀의 소설보다 인생이 더 드라마틱했다. 성공 질주와 함께 그만큼의 속도로 몰락해갔던 그녀의 말년이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말과, 두 번째 남편 웨스트호프와 1년 만에 이혼하면서 “결혼이란 아스파라거스에 비니그레트 소스냐 네덜란드식 소스냐를 곁들이느냐의 문제, 곧 취향의 문제일 뿐이다”라는 유명한 말도 남겼다. 프랑스와 사강다운 쿨하면서도 뜨거운 표현이다. 타인의 시선과는 달리 그녀 자신은 인생이 행복했다고 여겼을지 모르겠다. “나는 인생을 충분히 즐겼다. 후회하지 않는다.”(사강의 말)



프랑스, 청춘, 젊음, 타락, 성장, 성공, 유명세, 이런 단어가 왜 티머시 샬라메를 언급하며 나왔는지 모르겠지만(티머시 살라메와 직접적 연관은 없음), 아마도 소설 ‘슬픔이여 안녕’(영화로도 개봉됨)과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이 둘이 시공간 차원을 넘어 폭발하는 젊음의 아름다움과 성장통이라는 주제를 담은 점에서 자꾸 겹쳐 보인다.



주로 십 대에서 이십 대 초반이 성장하면서 겪는 과정을 담는 영화를 성장영화라 한다. 성장 영화에서 어른이 되는 과정은 어른이 만든 가치관이나 도덕과 충돌하고 도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키가 클 때에도 통증은 동반한다. 영화감독들이 성장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아이들을 통해 영화의 새로움을 추구하기 위함이지만 몇몇 영화는 성장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아이들이 어떻게 참을 수 없는 현실과 만나는가, 그리고 청소년기에서 삶과 죽음의 가파른 경계를 얼마나 위험스럽게 넘나드는가 보여 준다.



티모시 샬라메를 일약 대스타로 만든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콜바넴)은 성장영화이기도 하지만 ‘퀴어영화(qeer movie)’ 범주다. qeer의 원래 뜻은 ‘이상한’ ‘특이한’이었지만 성소수자를 말함이고 gay는 ‘밝은’ ‘즐거운’이라는 뜻이었지만 남성동성애자를 뜻한다. 그러니까 ‘콜바넴’은 ‘게이 로맨스’영화로 부를 수 있겠다.



‘퀴어영화’는 우리나라에서는 신인 남자 배우의 등용문이라고 조금 알려져 있다. 퀴어영화는 보통 중단편이거나 장편이라도 아주 저예산으로 독립영화인 경우가 많기에 유명한 배우보다는 신인을 뽑는다. 배우의 출중한 비주얼이 요구되며, 다소 감각적인 장면을 찍는 경우가 많다. 출연하는 신인 남자배우는 비주얼과 연기력이 둘 다 받쳐줘야 한다는 이야기. 배우로서도 퀴어영화가 이른바 고정 팬이 견고하기에 좋은 기회가 된다. 황정민(로드 무비) 이준기(왕의 남자) 김동욱(후회하지 않아) 이제훈(친구사이) 김남길(후회하지 않아) 등이 신인 시절 퀴어영화로 주목받는다.



‘콜바넴’ 주인공으로출연한 샬라메는 비주얼과 연기력을 충족한다. 좀 기억에 남는 퀴어 영화는 영국배우 콜린 퍼스(1960년생)가 주연한 ‘싱글맨’(A Single Man, 2009)이다. 제82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작이다. 2009년 66회 베니스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됐고, 콜린 퍼스는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동성 간 사랑을 너무나 절실하게 표현해 좀 놀라기도 했다.

이성 간 사랑에서는 남자가 상처를 받으면 의리로 맺어진 친구(남성)를 찾아가 위로받는데 이 영화에서는 남자가 상처받아 우정으로 맺어진 여성을 찾아가 위로받는다. 콜린 퍼스. 이 멋진 배우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콜바넴’의 분위기는 아름답고 나른하면서 달콤하고 다소 충격적 장면도 곁들인다. 계절은 여름이다. 여름이 주는 설렘과 원색적인 색감으로 화려하다. 배우들 의상이 예뻤다. 주인공 엘리오(티모시 샬라메 분, 1995년생)와 올리버(아미 해머 분, 1986년생)의 헐렁한 남방이나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이 건강한 젊음과 아주 잘 어울렸고, 여성 출연자들의 섹슈얼한 의상이 육체의 발랄함을 보여준다. 맛깔스러운 음식과 문학과 예술 대화가 오가는 식사 장면과 자전거 타는 장면이 생동감 넘치고, 멋지게 표현되어 보기 좋았다.

담배를 피우고 술 마시는 장면도 더러 있어 몽롱하고 더욱 나른했다. 특히 담배 피우는 장면들, 젊은 사람들이 피우는 담배는 좀 장식적이고 나이 든 사람이 피우는 담배는 다소 무거운 느낌이라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엘리오가 동성애 상대 올리버와 헤어지고 상심에 빠져있을 때 아버지(마이클 스털버그, 1968년생, 박사 전문배우)가 아들에게 철학적인 위로의 말을 건네는 장면은 이영화의 품격을 더욱 높여준다. (담배 피는 장면이 삽입된다.



둘 사이에 있었던 것이 얼마나 드물고 특별한 것인지 똑똑한 네가 모를 리 없겠지(중략)

똑똑함 이상이었지. 너희 둘에게 있었던 것은 똑똑함 그 자체이기도 하지만

똑똑함과는 아무 상관이 없기도 해. (맞습니다.)

둘 다 서로를 찾았으니 운이 좋은 거다. (파격)

왜냐하면 너희 둘은 좋은 사람들이니까. 저는 올리보가 저보다…더 나았다고 생각해요.

올리버도 너에 관해 같은 말을 했을 거야. 둘 다 칭찬하는 셈이지.

가장 예상치 못할 때 본성은 교활한 방식으로 우리의 약점을 찾는단다. (생각해 볼만한 말)

아빠가 여기 있다는 거 기억해. (위로)

지금은 아무 감정도 느끼고 싶지 않을 수도 있어. 평생 느끼지 않고 싶을지도 몰라.

어쩌면 이런 이야기를 내게 하고 싶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네가 분명히 느꼈던 것을 느껴라. 아름다운 우정을 나눴잖니. 어쩌면 우정 이상이었는지도.

난 네가 부럽다. (파격)

내 위치에 있는 부모 대부분은 이런 일이 없길 바랐겠지. (맞습니다.)

아들이 난관을 극복하길 바라며 기도했을 거야. 하지만 난 그런 부모가 아니야.

우린 빨리 치유되려고 자신을 너무 많이 망쳐. (최고의 말)

그러다가 30살쯤 되면 파산하는 거지.

그러면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줄 것이 점점 줄어든단다.

하지만 아무것도 느끼지 않으려고 아무것도 느끼지 않게 만들다니

그런 낭비가 어디 있니? (정말 우리 사고방식과는 차이가 있음)

내가 괜한 얘기를 꺼냈나? (아니요, 더 말씀하세요)

한 가지만 더 말할게. 들으면 좀 나아질 거야.

나도 거의 그럴 뻔한 적 있지만 너희 둘 같은 사이는 절대 경험하지 못했어.

뭔가 나를 막았거나 훼방을 놓았지. (감당하기 어려웠겠죠)

어떤 삶을 살든 그건 네 마음이다. 다만 이것만 기억해.

우리 몸과 마음은 단 한 번만 주어진 것이고 (맞습니다.)

너도 모르는 사이 마음이 닳고 닳게 된다는 걸.

몸 같은 경우에는 아무도 쳐다봐 주지 않는 때가 와. (Carpe Diem - Seize the day!)

근처에라도 와주면 감사할 정도지. 지금은 슬픔과 아픔이 있어.

그걸 없애지 마라. 네가 느꼈던 기쁨도 말이야. (와우!)



동성애에 빠진 아들에게 아버지가 한 말치고는 너무 파격적이다. 당연히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게 된다. 나의 아들이 나의 딸이 동성과 사랑에 빠졌다면 과연 엘리오의 아빠같이 말을 건넬 수 있을까. 가능은 하겠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풍토에선 조금은 불가능해 보인다(말이 조금 이상함).

‘콜바넴’은 제임스 아이보리가 각본을 쓰고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안드레 애치먼의 2007년 동명 소설 원작이다. 제90회 미국 아카데미상에서 각색상 수상을 포함한 최우수 작품상, 최연소 남우주연상, 노래상(“Mystery of Love”) 4개 부문의 후보로 지명되었다. 제임스 아이보리는 현재 89세로 영화 ‘전망 좋은 방’의 감독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오프닝 장면부터 고대 그리스 유물들(건장한 남성들의 동상)으로 장식한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동성 간 사랑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신성한 권리이자 진리를 나누는 지혜로움의 상징이자 사회적 존경의 대상이었다. 플라톤의 ‘향연’에는 “아기를 낳고 싶은가? 아내에게로 가라. 여자와 자고 싶은가? 노예나 창녀에게로 가라. 진정한 사랑을 하고 싶은가? 미소년에게로 가라”고 적혀 있다.



이 배우, 1995년 미국 출생. 뉴욕 대학교 출신. 어머니인 니콜 플렌더는 예일대를 졸업한 브로드웨이 댄서 출신으로 현재 부동산 중개업자 일을 한다. 아버지 마크 샬라메는 현재 유니세프에서 프랑스어 출판을 감독한다. 형제로는 위로 누나가 1명 있는데 현재 누나 폴린도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면서 배우로 활동한다.

아버지가 프랑스인 샬라메는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어린 시절에는 헬스 키친과 르샹봉 쉬르리뇽을 오가며 생활했다. 샬라메의 외삼촌인 로드맨 플렌더는 하버드대 출신 영화제작자이며, 이모는 하버드대 출신 TV 프로그램 제작자이자 작가로 활동. 외할아버지인 해롤드 플렌더는 시나리오 작가, 외할머니는 브로드웨이 댄서였다. 문화예술계 다양한 방면에 가까운 친지가 종사한다. 극장이 많고 연기자들이 많이 사는 동네에서 나고 자라 ‘쇼 비즈니스’ 이 방면으로 일가견이 있고 익숙한 편이다.



영화 ‘더 킹: 헨리 5세(The King, 2019년)에서 샬라메는 ’콜바넴‘의 ’샌님‘과는 완전히 변모된 상남자 헨리 5세로 등장한다. ’콜바넴‘을 숙제하는 기분으로 보았다면 ‘헨리 5세’는 정말 흥미롭게 보았다. 이 영화도 일부분 성장영화다. 헨리 5세는 왕궁생활을 뒤로하고 궁전 밖에서 건달처럼 술독에 빠져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았다.

그 건달 같았던 왕자 할(티모시 샬라메 분)이 왕좌에 올라 전쟁으로 혼란에 빠진 영국의 운명을 짊어지며 위대한 왕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헨리 5세’를 재창조했다. 데이비드 미쇼 감독이 연출하고 극중 ‘존 팰스타프(왕자 할의 멘토이자 책사 역)를 연기한 조엘 에저턴(1974년생)이 감독과 함께 공동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이 영화를 들고 부산을 방문한 티모시 샬라메는 2019년 10월 9일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뜨겁게 달궜다. 주역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오후 8시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진행된 레드카펫 및 무대인사 행사에 등장했다. 행사 반나절 전부터 영화의전당 앞은 그들을 보기 위해 모여든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야외무대 4000석이 빈자리가 없었고, 티모시 샬라메가 등장하자마자 떠나갈 듯한 함성을 질렀다. 해동용궁사도 갔고 부산의 통닭도 즐겼다고 한다.



영화 ‘더 킹: 헨리 5세’에서 우선 기억나는 장면은 프랑스와 전투를 앞두고 프랑스 왕을 만나는 장면이다. 프랑스 왕으로 분한 로버트 페틴슨(1986년생, 악역을 잘 해 내었음)의 조롱을 견디며 서늘한 시선으로 프랑스 왕을 쳐다보는 표정과 약간 쉰듯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낮은 목소리 연기가 좋았다.

또 하나 재미있었던 것은 왕자 할과의 일대일 대결로 비록 죽음을 맞이했지만 용맹스러웠던 맹장 훗스퍼. 그의 이름 때문이다. 우리가 아는 ‘토트넘 훗스퍼’는 그의 이름에서 유래했단다.



영화 하이라이트는 아쟁구르 전투 장면이다. 정확히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4막 3장의 ‘St. Crispin‘s Day Speech(성 크리스핀 데이의 연설)’이 유명하다. 티모시 샬라메(왕자 할)의 멋진 연설 연기가 일품이었다. 두 가지 버전이다.



“내가 바라온 건 한 가지뿐이다. 이 잉글랜드의 왕관 아래에 하나 된 왕국을 보는 것이다. 사람은 죽기 마련이다. 우리가 짊어진 운명이다. 오늘이 마지막이면 어떤가. 짐도 내일 죽을 수 있다. 오늘은 내가 내일이면 그대들이, 뭐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모두의 마음속에 오늘 너희가 그 하나 된 왕국이라는 거다. 그대들이 잉글랜드이다. 그들들 하나하나가 잉글랜드이고 잉글랜드가 그대들이다. (중략) 이 공간을 잉글랜드로 만들라.“



“우리는 수적으로는 열세다. 게다가 지쳤다. 하지만 피를 나눈 형제들이다. 제군들은 나와 함께 피를 흘려왔기 때문에 내 형제가 된 것이다. 영국에 남은 남자들은 지금 잠자리에 누워 여기에 있지 못해 안타깝다고 생각할 것이다. 함께 싸운 우리가 목소리를 높일 때 그들은 남자인 것을 부끄럽게 여길 것이다. 살아남아 무사히 귀향하는 자는 오늘을 기념하는 그날에 최고의 자리에 서게 될 것이다. 나를 따라 영국의 영광을 위해 싸우자!”



추신: 영화 ‘콜바넴’을 보고 난 뒤, 정확한 관련성은 없지만 2021년 3월 3일 문득 군 복무 중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고 강제 전역당해 자살로 생을 마감한 변희수 하사(23세)가 떠올랐다. 그는 대한민국의 국민, 군인이었다. 거수경례를 하며 군인의 의무를 충실히 다할 수 있다고 눈물 흘리며 강제 전역에 저항했다.

누가 이 젊은이를 죽였을까 생각한다. 우리의 편견이었을까. 빨간 루시퍼의 눈동자들이 떠오른다. 그들은 마녀 사냥꾼들이다. 그들은 죄가 없는 결백한 이들에게 말도 안 되는 거짓 프래임을 뒤집어씌워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켰다. 그들이 누군지 우리는 알고 있다. 한 매체의 인터뷰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른 나라 군대는 트랜스젠더 군인이 허용되는데 왜 우리나라 국군만 허용이 안 될까, 나라도 나서서 싸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변희수 하사 이외의 성소수자들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시인·ij0715@hanmail.net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섬세하면서도 매혹이 서린 모습을 보여준 티모시 샬라메.

	영화 ‘더 킹 : 헨리 5세’ 속 주연 배우 티모시 샬라메.

	영화 ‘콜미 바이 유어 네임’속 티모시 샬라메(왼쪽).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했을 때 레드 카펫에서 포즈를 취한 멋진 청년 티모시 샬라메.

	주인공 티모시 샬라메를 그려 넣은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