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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화史 첫 복원…영화도시의 초석 닦다

부산영화사- 문관규 등 15명 지음 /부산대학교출판문화원 /1만8000원

  • 국제신문
  •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
  •  |  입력 : 2021-04-08 19:52:35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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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대연구소 3년간 연구·조사
- 고 홍영철 선생 자료 등 토대로
- 해방후 역사까지 책으로 집대성

- 배우 아지트 영남여관 주소 찾고
- 최초 영화사 조선키네마 기록도

부산대 영화연구소가 개항 이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부산 영화산업의 역사를 총망라하는 책을 집필했다.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부산대 예술문화영상학과 교수와 연구소 연구진이 3년간 연구에 참여해 만든 결실이다. 지역 영화사만을 따로 떼 연구 집필한 사례가 파리 등 영화산업이 발달한 해외 도시에서는 흔하지만, 국내에는 없다. 앞서 영화 사료 수집가인 고 홍영철 선생이 쓴 ‘부산근대영화사’가 있지만, 해방 전 시기인 1944년까지 부산영화사에 대해서만 간단한 약사와 사료 위주로 정리돼 역사서로 한계가 있다.
1934년 ‘보래관’ 전경. 보래관은 일제에 앞장서서 협조했던 친일 극장 중 하나였다.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제에 협조하기 위해 영화광고에 ‘국민 모두가 방첩 전사’라는 구호를 싣는가 하면 ‘만주 사변 기념 흥행’식으로 전쟁을 미화하는 상영 광고를 서슴지 않았다. 특히 조선 영화는 거의 상영하지 않다가 1944년 친일 어용 영화 ‘거경전’을 개봉했다. 부산대 영화연구소 제공
연구진은 부산 영화사를 그야말로 ‘통틀어’ 정리했다. 눈에 띄는 내용은 해방 전 최초의 영화사로 1924년 러시아영사관 건물에 설립된 조선키네마주식회사 이야기다. 앞서 연구진은 조선키네마 설립에 참여한 윤백남 감독과 나운규 감독 일행이 묵은 부산 영남여관의 주소를 찾았다. 영남여관에 나운규가 묵었다는 기록은 ‘나운규 평전’과 안종화의 ‘한국영화측면비사’에 기술돼 있다. 영남여관은 당시 많은 영화인이 애용한 문화계의 거점 공간이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조선키네마 건물은 1953년 역전 대화재 때 다 소실됐고, 당시 이중섭 등 화가의 거주지도 소실 가옥 1200호에 포함돼 그의 작품 100여 점이 함께 사라졌다고 한다. 그간 영남여관의 정확한 주소 등 소재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는데,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 소장이 과거 일본에서 발간한 관광 책자에서 영남여관의 ‘영주동 619번지’ 지번 주소를 발견했다. 현재 주소지 일대에는 대규모 빌라촌이 형성돼 옛 건물의 흔적을 확인할 길은 없다. 윤백남 일행이 회식을 했던 박간산정의 위치를 확인한 것도 이번 연구의 성과다. 박간산정은 일본인 별장으로, 오늘날 영주터널 근처 교회 터로 편입돼 옛 흔적을 잃었다. 연구진은 나운규 등 당시 영화인이 주로 걸었던 영남여관부터 조선키네마주식회사까지 거리를 ‘나운규 거리’로 조성하자고 제안한다.

초창기 영화 배급사인 일본인 소유 사쿠라바상회에 대한 이야기도 최초 영화 산업이 태동한 부산의 영화 산업 지형을 짐작하게 한다. 당시 일본인 영화인의 조선인 여배우 성희롱이 극에 달했는데, 이 사실에 분개한 나운규 감독이 조선키네마의 일본인 간부를 때린 사건을 계기로 윤백남 등 영화인이 부산을 떠나 서울행을 감행한 것은 부산 영화사에 있어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960년대, 오늘날 단편영화의 효시 격인 소형영화도 생겼는데, 연구진은 홍 선생 자료 속에서 부산에서 발간한 소형영화운동 회지 1호 등을 찾아냈다.

이번 저술은 국내 최대 영화 자료 수집가인 홍 선생의 자료를 대거 역사의 장으로 소환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홍 선생은 10만 점 이상의 영화 자료를 수집한 뒤 한국영화자료연구원을 설립했다. 그의 자료는 국가기록원 역사기록관을 거쳐 부산영화체험박물관 수장고로 옮겨졌는데, 대부분 박물관 지하 수장고에 보관돼 대중에 공개되는 자료는 극히 일부라고 한다. 연구를 총괄한 문관규 영화연구소장은 “연구를 진행하면서 그의 자료 상당수가 방치되다시피 수장고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국가기록원에서 중단된 홍 선생 자료의 DB 작업 재개와 그의 이름을 딴 영화박물관의 부산 유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 주도의 영화박물관 사업에 부천시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지역 영화계에서는 부산시도 유치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1980년대 관객운동의 메카였던 ‘시네마테크 1/24’과 ‘가톨릭센터의 관객 위주 영화 상영’ 등을 연구·저술한 박은지 박사는 “부산프랑스문화원에서 활동한 시네필, 예술영화관 설립 등 부산 영화 역사를 모두 담으려 노력했다. 이번 연구가 부산이 영화제 도시가 아니라 영화 중심 도시가 되는데 필요한 인프라 구축을 위한 첫 발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뜻을 전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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