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이우환 작가의 이름을 딴 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별관 이우환공간’의 활성화를 위해 별도의 조례를 만들고 명예관장과 운영자문위원회를 둘 수 있도록 했지만, 수년째 유명무실하다. 2015년 4월 개관 이래 초대 명예관장을 물색하는 과정에서부터 흐지부지됐고, 운영자문위원회 기능은 부산시립미술관 산하 기구에서 대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부산시립미술관 측은 이우환공간의 현실성 있는 운영을 위해 조례를 일부 개편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에 있는 이우환공간.

29일 부산시립미술관 별관 이우환공간 운영 조례 제3장을 보면 이우환공간은 3년 임기의 명예관장을 둘 수 있다. 명예관장은 미술 문화와 미술관 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큰 사람 중에서 시장이 위촉하며, ▷이우환공간의 국내외 교류 촉진 및 홍보 ▷이우환공간 관리·운영에 필요한 사항 건의 ▷그 밖에 이우환공간 운영의 활성화를 위해 시장이 요청한 사항에 대한 자문 등의 역할을 한다. 이와 함께 조례 제4장에서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한 10명 이내의 운영자문위원회도 둘 수 있도록 했다. 명예관장과 마찬가지로 시장이 위촉한다.

하지만 부산시립미술관과 부산시는 2015년 이우환공간이 문을 연 이래 명예관장과 별도의 운영자문위원을 운영하지 않았다. 과거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해보면 명예관장과 운영자문위원 자리에 여러 유명 인사가 물망에 올랐지만, 조직화에는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부산시립미술관 측은 “초대 명예관장으로 추천된 분이 자리를 고사했던 것으로 안다”며 “운영자문위원회는 현재 미술관의 운영자문위원회에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이우환공간 명예관장을 위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동안 미술관 측에서 요청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조례는 있으나, 수년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부산시립미술관 내부적으로는 조례를 일부 개편해 현실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과 부산현대미술관은 관장 예산 기획 등을 달리하는 기관임에도 하나의 조례(부산광역시립미술관 및 부산광역시현대미술관 운영조례)를 두는데, 이우환공간은 부산시립미술관 별관임에도 개별 조례가 있어 실제 운영과 괴리가 생긴다는 고민도 반영됐다.

부산시립미술관 측은 “이우환공간의 조례와 부산시립미술관 본관의 두 조례를 합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명예관장직 제도도 여러 의견을 취합해 (운영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