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중순 이사를 했다. 매화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한 정원이 딸린, 새 소리 들리던 달맞이언덕에서 신도시 기장의 새 아파트로. 새집에 사는 즐거움보다 새집 증후군이 걱정되는 나이가 되니 ‘이사는 이번 생에 다신 없으리라’ 결심할 정도였다. 신혼생활을 시작한 달맞이에서 10년 넘게 살았으니 이삿짐도 어마어마했다. 일단 우리 부부는 책을 좋아해 책이 많고, 내가 식물 키우는 걸 좋아해 10년간 집에 들인 생명 있는 것들을 옮길 생각에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며칠 고민하던 내게 남편이 책 정리 기준을 알려준다. 근 3년 안에 꺼내지 않은 것은 앞으로도 볼 일이 없으니 모두 정리하자고. 당신 걸 버려라, 내 것은 다 쓸 거다 서로 툭탁툭탁하다 tvN의 ‘신박한 정리’가 떠올랐다. 버리지도 못하고 수납도 못 하는, 짐을 이고 사는 현대인을 위한 프로그램. 미국에서 상담학을 공부하고 온 신애라가 진행하면서 비움의 미학과 정리의 솔루션을 주는데, 몇 번이나 ‘어머! 저거 우리 집 이야기네’하고 공감했다.
미니멀리스트 신애라와 모든 걸 갖춰야 안심이 된다는 맥시멀리스트 박나래의 대비도 웃음을 주고, 잘 버리는 출연자와 쌓아놓는 출연자의 차이도 재미있다. 일반인 출연 신청도 받는다면 우리 집도 좀 와서 해결해달라고 의뢰하고 싶다. 신애라는 연기생활을 하며 받은 트로피도 사진을 찍어놓고 다 버렸다고 했다. 정리하면서 내게 진짜 필요한 것의 순위를 찾고, 내가 속한 공간과 내 주변 물건을 통해 나를 알아간다는 이 프로그램의 철학은 제법 묵직하면서도 오늘날 예능 콘텐츠의 새로운 길을 보여준다.
나 또한 정리와 비움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낀다. 동서양 철학자들이 늘 고찰해온 ‘비움의 철학’을 TV를 통해 새롭게 깨닫는다. 비우고 버리면 또 새것이 온다고 하지 않던가.
성공한 사람의 특징은 생활 속 소쇄공경(掃灑恭敬)이라고 한다. 비로 쓸고, 닦고, 정리하고, 버리고, 마지막으로 인사 잘하고 남을 잘 섬긴다면 우리 인생이 훨씬 풍요롭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거다. 그 쉽고도 간단한 것이 우리에겐 왜 이렇게 어려울까. 실천의 미덕을 위해 주위를 살펴본다. 자, 뭐부터 정리하고 버려볼까. 다시 집 정리 시작이다.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