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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스릴러부터 신화까지…새 소설에 ‘이야기 만찬’ 차리다

정광모 6편 단편 실은 새 소설집…분노에 관한 표제작 콜트45부터 미술·판타지 소재 작품까지 다양

  •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  |   입력 : 2021-02-16 19:20:56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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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유튜브 북 토크’ 개최키로

흥미로운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는 중견 소설가 정광모(사진)가 6편의 단편이 실린 새 소설집을 냈다. 제목은 ‘콜트45’, 권총 이름이다.

미술, 범죄 스릴러, SF, 신화를 넘나들며 여러 소재를 소설로 엮어내는 시도만으로도 여러가지 음식을 맛보는 듯한 재미가 있다. 다양한 소재를 요리할 수 있는 건 작가의 삶과 관심사가 제한적이지 않아서다. 48세라는 늦은 나이에 등단한 정 작가는 국회에서 4년간 의원 보좌관을 지내는 등 이력과 경험이 독특하다. 또 평소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을 즐기는 태도와 안목이 작품 곳곳에서 자연스러운 배경으로 녹아있다.

표제작인 ‘콜트45’는 사소하지만 무시무시한 분노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부산 산복도로 어느 집에서 태어난 ‘나’는 최근 신혼살림을 차렸다. 아내는 그들의 가난을 화려하게 윤색해줄지도 모를 핀란드산 커피잔 세트에 푹 빠져버리고, 그 가격에 기겁한 나는 구매를 반대한다. 커피잔을 두고 말다툼을 벌인 끝에 분노를 참지 못한 나는 아내를 때리고 만다. 나를 산복도로 집으로 호출한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유품이라는 콜트45 권총을 꺼내온다. 살인의 상징인 권총이 분노를 억누르는 매개가 되는 아이러니. 살의가 체화된 물건을 눈앞에서 지켜보며, 그 차가움으로 달아오른 분노를 삭인다.

잔악한 살인범 복역자를 담당하는 교도관의 심리를 따라가는 ‘처형’도 내재한 살의, 억누를 수 없는 분노를 다룬다. 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욕망은 대부분 충동에 그치지만 더러 실행에 옮겨지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실행자들은 자신의 살인에 정당성을 부여해 ‘처형자’로 나서기도 할 것이다.

‘57번 자화상’은 어느 미술품을 둘러싼 논란을 통해 예술과 돈, 명예의 ‘부적절한 끈끈함’을 묘사한다. 한국의 톱클래스 화가 강호범은 자신의 젊은 시절 자화상으로 추정되는 57번 자화상을 ‘위작’으로 명명한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오래전부터 보아 온 유명 미술상은 “강호범의 작품이 분명하다. 만약 위작이라면 그보다 더 위대한 화가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술기자인 화자는 화가를 직접 만나 진실에 접근하려 한다.

‘견습생 풍백’은 환웅이 곰을 여자로 변하게 한 뒤 아내로 맞이해 단군을 낳았다는 고조선 신화가 모티브다. 환웅이 웅녀를 맞이하기까지의 과정을 관료주의·편법·신분세탁 등 현대사회의 모습과 흡사한 상상으로 그려낸다.

정 작가는 “리얼리즘 혹은 판타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소설보다 적절히 섞인 쪽이 좋다. 그래야 오히려 소설이 묘사한 현실이 더 뚜렷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뭐니 뭐니 해도 ‘재미’라고 강조했다. “소설이든 무엇이든 재미가 있어야죠. 깊이가 있어도 재미있어야 하고, 깊이가 없으면 더더욱 재미 있어야 합니다. 세상 온갖 미디어 콘텐츠의 강력한 재미들과 경쟁해야 하는 건 소설도 예외가 아니니까요.”

한편, 정광모 소설가와 산지니 출판사는 오는 23일 오후 4시 유튜브를 통해 ‘소설가가 인간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콜트45’ 라이브 북 토크를 연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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