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과거 여성들의 사회활동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1930~1950년대 미국 백인사회에서도 여성들은 직업을 갖지 않는 게 일반적이었다. 남성들의 일을 뺏지 않고, ‘가정을 지키는 아내’가 가장 이상적인 여성상일 때였다. 물론 예외도 있었다. 전쟁이 일어나면 파병 나간 남성을 대신해 여성들이 공장에서 배 탄약 비행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고, 전쟁이 끝나면 사회는 다시 여성들에게 ‘퇴근한 남편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 역할’로 되돌아가길 강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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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의 여성 우주왕복선 사령관 아일린 콜린스. 오른쪽 사진은 마운트 홀리오크 칼리지 동문들이 ‘나사는 여성을 우주 프로그램에 참여시켜라’며 시위하는 모습. 돌베개 제공 |
대부분은 사회적 요구에 순응했지만, 그렇지 않은 여성들도 있었다. 책 ‘우주를 꿈꾼 여성들’이 소개하는 열 세 명의 여성들(‘머큐리 서틴’)도 후자였다. 이들은 당장 자신에게 닥칠 불이익을 감내하고, 남성들만의 무대에 씩씩하게 뛰어올랐다.
‘머큐리 서틴’은 우주비행사를 꿈꾼 여성들을 이르는데, 정식 명칭은 아니다. 미국이 1958년 나사(NASA)를 설립하고 유인우주비행을 목표로 선발한 7명의 남성을 이르는 ‘머큐리 세븐’에서 차용했다. 다만 ‘머큐리 세븐’은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전 국민의 추앙을 받았고, ‘머큐리 서틴’은 테스트 대상이었을 뿐 나사의 공식적인 계획에는 참여하지 못했다는 게 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큐리 서틴’은 여성도 우주비행사가 될 만한 능력과 자질을 갖췄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극한 테스트를 수없이 거치며 여성의 기량이 남성에 못지않다는 걸 온몸으로 증명해 낸다.
업계의 텃세, 사회적 편견 등 온갖 가시밭길을 걸은 ‘머큐리 서틴’이 마침내 우주로 가고야 마는 결말이었다면 더 좋았을 테지만, 아쉽게도 이들은 우주선에 오르지 못한다. 당시 권력자 누구도 여성을 우주로 보낼 계획이 없었다. 하지만 역사가 증명하듯, 이들의 꿈은 결코 실패로 남지 않았다. 세대를 이어 또 다른 ‘머큐리 서틴’을 자처하는 여성들이 등장한 결과 1999년 최초의 ‘여성 우주사령관’(아일린 콜린스)이 배출됐기 때문이다. 책은 시대의 편견에 맞선 작은 노력이 모여 미래를 여는 발판이 된다는 걸 다시 한번 일깨운다. 민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