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책을 나의 친구이자 아내였던 여성과 일구었던 사랑스럽고도 애처로운 추억에 바친다.”
‘자유론’ 첫머리에서 밀은 사랑했던 여인을 향한 다소 긴 헌정사를 이렇게 시작한다. 독자는 ‘자유론’ 저자에 앞서 떠난 유일한 ‘사랑’을 그리워하는 순정남 밀을 먼저 만난다. 밀은 결혼하지 않고 유부녀인 그녀를 18년이나 기다려 아내로 맞았지만, 그녀와 금슬을 누린 시간은 그보다 훨씬 짧았다. 밀 표현대로 ‘애처로운’ 사랑이었다. 밀은 해리엇 테일러(1807~1858·사진)를 24세 때인 1830년 처음 만났다. 당시 테일러는 기혼녀였다. 밀이 알고 지내는 부유한 상인이 남편. 그녀를 연모한 밀이 테일러 집을 수시로 드나들어 삼각관계가 파다하게 소문났지만, 추문은 없었다. 밀 아버지와 지인들이 그런 관계를 반대했지만, 밀은 꿈쩍하지 않았다. 자기 양심을 좇아 ‘사랑할 자유’를 실천한 셈이다.
그는 테일러 남편이 죽자 그녀와 1848년 결혼했다. 어렵게 두 사람은 맺어졌지만 백년해로하지 못했다. 10년 뒤 1858년 테일러는 밀의 퇴직 기념으로 프랑스 여행에 함께 나섰다가 결핵으로 숨져 아비뇽 묘지에 묻혔다. 이성에 짓눌려 신경쇠약증을 얻자 워즈워스 시를 읽으며 마음을 달랬던 섬약한 청년 밀을 속정으로 품었던 테일러는 그렇게 떠났다. 15년 뒤 영국에서 건너온 밀 영혼이 아비뇽으로 찾아들었다. 테일러 묘소 옆에 밀이 안장돼 영원한 동반이 이뤄졌다. 서부국 국장 겸 교열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