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제 대구’ 시작 1400곳 방문
- “외국인 만든 깻잎장아찌 감동”
“이 나이에 방송 일을 하며 복에 겨운 밥상을 받으러 다닌 것을 보면 전국의 우리 어머니들이 나 때문에 계시는 것 같다. 나를 위해 굽은 허리와 무릎 관절이 아픈 것도 참고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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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의 밥상’ 최불암. KBS 제공 |
한국 음식의 정취와 거기에 담긴 사람의 사연을 소개하는 KBS1 ‘한국인의 밥상’이 올해 방송 10주년을 맞았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이 프로그램을 진행한 배우 최불암(81)은 이렇게 소회를 밝혔다. 코로나 19 때문에 서면 인터뷰로 만난 자리에서였다.
‘한국인의 밥상’은 2011년 경상남도 거제시의 겨울 대구를 첫 밥상으로 소개한 이후, 6·25 때 부산에 내려온 피난민들이 주린 배를 채우려고 먹기 시작했다는 곰장어와 재래시장마다 있는 부산 어묵 등 8000여 가지의 음식과 그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을 담아왔다. 최불암과 제작진은 새로운 밥상과 사람을 찾아 10년간 국내는 물론 외국까지 약 35만㎞를 이동했고 1400곳을 방문했다. 최불암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전에 촬영했던 장면을 보니 크게 변한 것은 없어 보인다. 차를 타기도 하고 걷기도 하면서 잠시 생각하면 숨어 있는 내 삶을 찾는 것 같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1967년 KBS 드라마 ‘수양대군’으로 데뷔했고 농촌 드라마인 MBC ‘전원일기’에서 22년 동안 아버지의 역할을 한 최불암은 프로그램을 더 진솔하고 사람냄새 나게 만들었다. 그는 “일찍부터 노인 역할을 했던 터라 보시는 분들도 예전과 다를 것 없다고 느끼시는 것 같다”며 “다만 세월이 흐르니 힘든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전남 남원에서 촬영했을 때 ‘산초가 좋아 추어탕이 더 맛있는 것 같다’고 했더니 어르신 한 분이 신문지에 그것을 한 숟가락 싸서 주셨다”며 “음식보다는 사람이 기억에 남는다”고 감회에 젖었다.
그를 눈물짓게 한 사연도 있었다. 최불암은 “뉴욕 취재를 갔을 때 파란 눈의 미국인 부부가 인터넷을 보고 깻잎장아찌를 만들어줬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에서 가장 한국적인 맛의 위대함을 발견해 울면서 먹었다”고 추억 한 자락을 들려줬다.
화려하지 않지만 투박하면서도 정감 있는 우리 음식을 소개한 ‘한국인의 밥상’. 추억 속의 맛을 더듬어가며 최불암이 10년 동안 들고 다닌 수첩에는 온갖 사연이 빼곡하게 쌓여있다. 아쉬움도 있다.
그는 “북한 음식을 현지에서 다룬 적이 없다. 송해 선생은 ‘전국노래자랑’으로 평양에 다녀온 것을 큰 자랑으로 삼는다. 만약 북한에 갈 수 있다면 아버지의 고향인 황해도 해주에 꼭 가고 싶다”고 소망했다.
김정록 기자 ilro12@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