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 ‘정인이 사건’으로 온 국민이 분노한다. 사건은 지난해 10월 말 있었지만, 알려진 건 한 방송사 다큐가 계기였다. 국민청원이 하루 만에 18만 명을 넘어 23만 명에 이르렀고 지금도 SNS에서 ‘정인이 챌린지’가 이어진다.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책임은 반드시 양부모에게 물어야겠지만, 우리 사회 입양 문화 절차와 관련한 법적 시스템 문제를 점검해야 한다. 방송을 통해 정인이 부모가 입양을 홍보한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입양은 분명 훌륭한 결정이지만, 방송을 통해 홍보·미화되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아이들이 등장하고 노출되는 미디어 프로그램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책임의식이 있는지, 대중은 이를 어떻게 수용하는지 자성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요즘 육아·자녀 리얼리티 예능이 부쩍 늘었음을 알 수 있다. 약 10년간 육아 예능 변천사를 보면, 2013년 ‘아빠! 어디가?’와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관찰 예능을 표방하며 아버지 역할에 대한 담론을 끌어냈다면 2015년 ‘동상이몽: 너는 내 운명’ ‘살림하는 남자들’‘아내의 맛’ 등은 육아 고충을 통한 부부 갈등 해결을 보여주는 ‘해결 예능’으로 나아갔다.
현재 방송 중인 채널A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면 육아 멘토로 오은영 의학박사가 욕을 하거나 거친 행동·폭력을 보이는 아이, 의존적인 아이 또는 성교육에 관해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러나 그 부모와 주변인이 과연 잘 따를지 의문도 든다. 아이 문제에는 부모의 잘못된 행동과 그릇된 판단이란 배경이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폭력성을 보고도 ‘아이들이 싸우면서 크는 거지’라며 방관하는 부모, 내 아이 기 살리는 일이 내 체면만큼 중요한 아빠, 마음이 아파 ‘안 되는 거야’ 단호히 말하지 못하고 오로지 감싸는 엄마. 아이가 신호를 보내도 사진 찍느라 방치하는 SNS 셀럽인 엄마. 과연 이들의 자격은 어떠한가. 육아 예능에서 전문가 의견을 접하다 보면 부모가 먼저 상담과 교정을 받아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는 어른이라는 거울을 보고 자란다. 우리 사회가 좀 더 성숙한 부모 모습을 보여 줄 때 아이들은 더 건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
장은진 동서대 외래교수·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