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볼일을 보러 갔더니 변 대신 물고기가 나왔다면?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일까 싶지만 원효대사와 혜공선사가 등장하는 설화다. 두 스님이 개천의 물고기를 산 채로 잡아먹고는 물고기 변을 봤고 한 마리는 살아서 물을 거슬러 올라가고 다른 한 마리는 죽어 아래로 내려갔단다. 더 기가 찬 노릇은 두 스님이 살아서 헤엄쳐 간 물고기가 자신의 몸에서 나왔다고 서로 싸웠다는 대목이다. 살생을 금하는 승려가 산 채로 물고기를 먹었다는 것도 의아하고 변 대신 물고기가 나왔다는 것도 무슨 일인가 싶다.

시인으로 잘 알려진 저자 안도현은 “경북 동해안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설화 중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골라 새로 고치고 다듬었다”며 책에 대해 소개한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이야기가 동무들의 귀에 들어가는 순간, 그 이야기는 새롭게 탄생합니다. 그때부터 여러분은 놀라운 동화작가가 되는 겁니다” 라며 독자에게 당부한다.

그제서야 뜬금 없던 이야기가 이해되기 시작한다. 주인공 원호가 갑자기 물고기 똥을 누고 놀란 마음에 검색을 하자 자신만 그런 게 아니란 걸 알게된다. 두 스님의 이야기와 오어사에 대해 알게되자 원호는 짧은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만난 스님이 강가에 살면서 쓰레기를 마구 버리고 생명도 소중히 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 내린 벌 이라고 짐짓 겁을 주자 원호는 겁이 나지만 그간의 일을 반성하고 뉘우친다.

생명의 소중함, 환경 보전의 중요성 등을 아무리 여러 번 말해도 아이들에겐 잘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때 아이와 함께 책을 읽어보면서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어 좋다. 그냥 지나쳐갈 오래된 설화를 생명존중과 자연보호 메시지를 담아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 만하게 바꿔 예쁜 그림까지 곁들였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