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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순의 부산 가요 이야기 <15> 노래 ‘항구의 사랑’에 담긴 이별의 의미

피란시절 3년 사랑의 끝…남포동 밤거리로 슬픔 묘사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12-27 19:45:19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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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2년 이글레코드서 발매된
- SP음반 ‘항구노래’ 시작으로
- 백화성·고복수·남인수·강홍식
- 당대 가수 부산항 노래해 히트
- 제국주의 아래 저항 가사 담겨

- 해방 후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
- 항구 소재로 인기 이어갔지만
- 주로 추억·향수 공간으로 표현

지난날 항구를 다룬 노래는 거의 부산 테마 노래였다. 항구뿐만 아니라 갈매기, 마도로스, 뱃고동, 무역선, 등대란 단어가 등장하는 노래들도 어김없이 부산 테마 노래였다. 여기에다 남포동 광복동 자갈치 국제시장 송도 광안리 오륙도 해운대란 지명이 들어간 노래들도 물론 그렇다. 이런 연고로 해서 한국가요사 중 부산 테마 노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고 높다. 노래마다 제각기 가사와 곡조의 멋진 배합을 이루었고, 이를 표현하는 가수의 멋진 솜씨에 힘입어 부산 테마 노래는 한국대중음악사의 중심적 역할을 지켜왔던 것이다.
1958년에 촬영한 부산항 전경. 영도대교와 부산항 부두 등이 보인다. 산은 온통 헐벗은 모습이다. 국제신문 DB
■가요에 다수 등장한 항도 부산

도시의 입지적 조건과 환경, 역사적 배경과 관련해서도 부산은 많은 노래가 양산될 수밖에 없었던 다양한 토대를 지녔다고 하겠다. 제국주의 침탈이 시작되던 시기부터 8·15해방, 6·25전쟁을 거쳐 오며 항도 부산의 위상은 우리 민족의 삶을 보듬고 안정시키며 위로와 격려의 시간으로 이끌었던 모성적 공간으로 완전하게 자리를 잡았다.

식민지시대에 SP음반으로 발표된 항구 테마 노래만 하더라도 그 수가 적지 않다. 항구를 다룬 최초의 노래는 1932년 이글레코드와 니폰노홍에서 각각 발매된 ‘항구노래’를 손꼽을 수 있다. 같은 해에 서월영, 김연실 등 배우가 함께 엮어가는 두 장짜리 영화비극 ‘항구의 에레지’도 있지만 항구 테마 대중문화에 대한 본격적 자극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작품은 왕평 이응호의 대본으로 폴리돌레코드에서 발표된 신파극 ‘항구의 일야’이다. 이 작품은 1933년부터 1939년까지 줄곧 라벨을 바꿔가며 출반했던 장기 히트작품이었다. 이 작품 이후로 백화성 고복수 강남향 왕수복 안일파 김해송 전옥 김난방 남인수 강홍식 김정구 박세명 신은봉 김인숙 최남용 노벽화 채규엽 남일연 임영일 박향림 김영춘 황금심 장세정 송기옥 강석연 강남주 이난영 백난아 김용환 설도식 이규남 백년설 윤건영 박단마 등 당대 최고의 가수들이 마치 바통 이어받기 식으로 항구 테마 노래들을 줄곧 쉬지 않고 발표했다. 그 시기는 1932년부터 1943년까지 약 12년 동안이다. 얼마나 많은 한국인들이 부산항을 통해 이국땅으로 끌려가고 혹은 떠나갔던가? 그 가슴 찢어지는 이별의 아픔과 서러움을 노래의 가사와 곡조에 담아서 표현했던 것이다.

■억압·수탈에 대한 저항의 노래

당시 발표된 항구 테마 노래들을 살펴보면 ‘항구의 이별’(김능인 작사, 문호월 작곡, 백화성 노래, 오케 1933), ‘항구야 잘 있거라’(이규희 작사, 손목인 작곡, 고복수 노래, 오케 1934), ‘항구의 이별’(이하윤 작사, 레이몬드복부 작곡, 안일파 노래, 콜럼비아 1935), ‘항구의 비가’(김난방 노래, 뉴코리아1936), ‘항구의 하소’(박영호 작사, 손목인 작곡, 남인수 노래, 오케 1936), ‘항구의 애수’(김백조 작사, 김준영 작곡, 강홍식 노래, 콜럼비아 1936), ‘항구는 슬퍼요’(이하윤 작사, 형석기 작곡, 김인숙 노래, 콜럼비아 1938), ‘항구야 울지 마라’(조명암 작사, 박시춘 작곡, 이난영 노래, 오케 1940), ‘항구야 잘 있거라’(남려성 작사, 손목인 작곡, 김영춘 노래, 콜럼비아 1943) 등을 손꼽을 수 있다. 이 역사적 자료들은 하나 같이 슬픔에 잠겨 있고 눈물에 젖어있다. 여기에다 항구 테마 노래의 최고 압권이라 할 수 있는 ‘울며 헤진 부산항’(조명암 작사, 박시춘 작곡, 남인수 노래)과 ‘연락선은 떠난다’(박영호 작사, 김해송 작곡, 장세정 노래)까지 보태면 일련의 이 계열 노래들이 강렬하게 내뿜는 메시지가 과연 무엇이었는지 우리는 확연히 알게 된다. 그것은 바로 제국주의 압제 및 불법적 수탈에 대한 고발이며 구체적 저항의 표시였던 것이다.

해방 후에도 항구 테마 노래는 그 전통을 이어갔다. ‘항구의 사랑’(최치수 작사, 김부해 작곡, 윤일로 노래), ‘쌍고동 우는 항구’(김영일 작사, 송운선 작곡, 은방울자매 노래), ‘항구의 영번지’(김용만 작사, 작곡, 백야성 노래), ‘동백꽃 피는 항구’(임희재 작사, 박춘석 작곡, 이미자 노래), ‘돌아와요 부산항에’(황선우 작사, 작곡, 조용필 노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심수봉 작사, 작곡, 심수봉 노래) 등 굵직굵직한 히트곡들이 명맥을 이어갔지만 이미 예전의 슬픔과 비극적 색조는 아니었다. 추억, 향수, 쾌락, 유흥, 그리움 따위를 환기시키는 장소개념이나 공간성으로 변모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6.25전쟁 시기 부산 피란시절의 음영이 묻어나는 ‘항구의 사랑(사진)’ 노랫말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둘이서 걸어가던 남포동의 밤거리/ 지금은 떠나야 할 슬픔의 이 한밤/ 울어 봐도 소용없고 붙잡아도 살지 못할 항구의 사랑/ 영희야 잘 있거라 영희야 잘 있거라

네온 불 반짝이는 부산극장 간판에/ 옛 꿈이 아롱대는 흘러간 로맨스/ 그리워도 소용없고 정 들어도 맺지 못할 항구의 사랑/ 영희야 잘 있거라 영희야 잘 있거라


■환도의 이별 노래한 ‘항구의 사랑’

피란시절 항도 부산에서 두 사람은 인연을 맺었다. 남성은 외지에서 단신으로 피란 내려왔고, 여성은 부산 토박이로 짐작된다. 휴전과 환도로 말미암아 두 사람은 이별의 슬픔을 맞게 된다. 여성은 줄곧 눈물에 젖어있고, 남성은 그녀를 위로한다. 누가 만류한다고 그냥 부산에 눌러 살 사람은 아닌 것이다. 그는 가족이 기다리는 본가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임을 주변사람들은 다 안다. 피란시절 삼년 동안 애틋했던 사랑의 추억만 가슴에 새길 뿐, 두 사람은 제각기 다른 길로 걸어가야만 한다. 그 쓰라린 이별의 배경을 이루는 공간으로 남포동 밤거리, 네온 불 반짝이는 부산극장 간판 등이 등장하고 있다. ‘이별의 부산정거장’과 유사한 모티브를 지닌 작품구성으로 보면 되겠다. 환도를 전후하여 부산 피란살이 삼년을 정리하는 비통하고 착잡한 분위기를 잘 담아낸다. 1950년대 중반, 부산극장 부근과 남포동 거리의 풍경을 지금과 비교하며 이 노래를 감상하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이 노래의 가사를 쓴 작사가 최치수는 울산 출생으로 대전역 철도공무원 재직 경험이 있고, 그 무렵 절창 ‘대전블루스’를 썼다. 신신레코드 영업부장을 거쳐 아세아레코드 대표가 되었다. 경기도 양주 출생의 작곡가 김부해는 하나가극단, 남대문악극단, OMC악단 연주자를 거쳐 신세기레코드사 문예부장으로 활동하며 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항구의 사랑’을 부른 가수 윤일로(본명 윤승경·1935~2019)는 평남 양덕 출생으로 해군군악대에서 클라리넷을 불었다. 그의 노래솜씨를 진작 알아본 작곡가 나화랑에게 발탁되어 가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대표곡으로는 ‘추억의 영도다리’ ‘기타부기’ ‘월남의 달밤’ ‘내가 울던 파리’ 등 다수가 있다.

시인·가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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