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보다 가족으로 함께 지낸다는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더 좋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 꽤 되지만 키우다 버려지는 동물은 여전히 많다. TV에서 연예인이 키우는 견종이라 예뻐 보여서, 혼자 사니까 외로워서, 길에서 우연히 펫샵의 동물을 봤는데 시선을 뗄 수가 없어서…. 개를 키우는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이들이 정말 한 생명을 끝까지 책임질 준비가 되어있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개는 인형이 아니라 생명이다. 어릴 때는 너무 작고 귀여워서 털이 날리고 배변 실수를 해도 마냥 귀엽다. 하지만 외출했다 돌아와 보면 화장실 휴지를 마구 물어뜯어 가루를 내다시피 여기저기 뿌려두고, 거실 소파는 뜯긴채 가죽이 너덜너덜해지고, 식탁 의자 다리에는 이빨 자국이 가득하다. 그래도 가족이니 나만 참으면 되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그런데 집 현관문에 쪽지가 붙기 시작한다. “개 짖는 소리 시끄러워” “조심합시다!” “제발 좀 개좀!”. 반려견과 함께 살면서 겪게 되는 불편은 참으면 되지만, 이웃에 폐를 끼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때부터 주인공의 뒷모습이 위태롭게 보인다. 책은 반려견의 시선으로 “나는 기다립니다”고 표현하며 감정과 위기가 고조된다.
당신이 나를 이 펫샵에서 데려가기를, 다정하게 안아 주기를, 신나는 산책을, 웃는 얼굴을, 신나는 여름 휴가를, 숨바꼭질 놀이가 끝나기를…. 반려견과 살 준비가 안된 주인은 개를 바닷가에 버리고 개는 밤이 새도록 기다린다.
다행히 반려견을 도로 찾으러 온 주인과 재회하는 해피엔딩이지만 가슴 한 구석이 개운치 않다. 현실에선 이런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싶어서다. 아이들과 함께 읽어도, 어른이 혼자 읽어도 코끝이 찡했다가 마음이 울렁대는 걸 느낄 수 있다. 크로키처럼 쓱쓱 그은 선으로 그린 그림에서 느껴지는 서늘함이 더욱 책과 어울린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