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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음식 사람 <24> 서울 마포 돼지고기 요리

개발붐에 노동자 넘쳐난 마포…고된 일 위로하던 돼지고기 한 점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12-15 19:37:16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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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0년대부터 성업한 제재소
- 마포나루로 전국 목재 몰려와
- 톱밥 뒤집어쓰며 일하던 일꾼들
- 돼지기름 좋단 속설 믿고 즐겨
- 다양한 부위 고깃집 속속 생겨나

- 불고기 양념에 재운 갈비부터
- 갈매기살·주물럭·주먹고기까지
- 마포서 시작해 전국으로 확산

마포(麻浦)는 한때 서울의 종점이었다. 은방울자매의 ‘마포종점’을 빌리지 않더라도 마포는 청량리에서 서울 동서로 오가던 전차의 종점이었고, 강남, 여의도가 개발되기 전 버스의 종점이기도 했다. 서울을 감싸고 흐르던 조선의 도읍지 한양의 강, 경강(京江·지금의 한강)이 마지막 숨을 잠시 고르며 쉬어가던 곳 또한 마포였다.
마포에서 시작된 여러 돼지고기 요리 중 하나인 마포 돼지갈비.
조선이 한양을 도읍으로 정한 뒤, 한양으로 올라오던 삼남의 세곡(稅穀)과 소금, 새우젓, 물자들이 모여 마지막 짐을 풀던 곳도 마포였다. 육로가 발달하기 전, 한양으로 향하는 대부분의 조세는 물류이동이 용이했던 뱃길운송, 조운(漕運·뱃길)을 통해 이뤄지게 되는데, 한양으로의 마지막 종점, 마포나루가 그 물류의 중심지였다. 17세기 후반 이후에는 미전(米廛)이 설치되면서 서울의 미곡 유통 중심지로, 또 지금의 염리동 일대에 전국의 소금이 모이면서는, ‘새우젓’ 등을 판매하는 젓갈유통지로서 그 명성이 자자하기도 했다.

■돼지고기 요리 발상지 마포

갈매기살을 주로 구워 파는 집들이 즐비한 마포 갈매기 골목.
한국전쟁 시기를 거쳐 1960년 들어 이북의 피난민들이 정착을 하고, 서울의 개발붐과 함께 제재소 등 목재산업이 성업하면서 마포는 이들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과 서민들이 함께 공존하는 지역으로 자리 잡는다. 그래서인지 마포는 서민음식으로 통하는 다양한 돼지고기 음식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돼지갈비가 대중화 된 곳이자, 갈매기살과 주물럭, 주먹고기 또한 마포에서 발상했다. 그리고 돼지껍질이 상업화 된 곳도 마포이다. 때문에 ‘마포’란 브랜드를 앞에 붙인 돼지고기의 다양한 부위들이 전국적으로 확산됐는데, ‘마포돼지갈비’ ‘마포갈매기’ ‘마포주먹고기’ ‘마포주물럭’ ‘마포껍데기’ 등이 그것이다. 그러면 왜 마포에서 유독 돼지고기 관련 음식들이 발상을 하고 외식문화로 널리 발달하게 된 것일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설이 분분한데, 주로 마포라는 포구에 모이는 풍족한 물산과 이를 부리고 가공, 유통하던 노동인력들의 역할이 컸다. 한때 마포나루에는 한양으로 들어가던 전국의 소금과 새우젓이 모였는데, 이때 새우젓과 잘 어울리는 돼지고기가 등장했을 것이라는 설이다. 또 하나는 1950년대 마포주변에는 마포를 통해 들여온 목재로 목재산업이 성업했는데, 워낙 노동의 강도가 높고 톱밥 등 먼지가 많이 발생하던 업종이었다. 예부터 돼지고기 기름이 몸속 먼지를 씻어내는 데 유효하다는 속설이 있었기에 자연스레 돼지고기 음식이 마포에 자리 잡았을 것이라 추론하기도 한다.

그러면 마포의 다양한 돼지고기 음식과 그 특징을 알아보자. 우선 ‘마포돼지갈비’는 돼지 갈비에 붙은 갈빗살을 칼집을 내어 양념장에 재웠다 구워먹는 마포지역의 향토음식이다. 부산의 초량돼지갈비와 같이 널리 사랑받는 음식이다.

마포 최대포집이 원조라고 말을 하고 있는데, 창업자인 고 최한채 씨의 구술 자료에 의하면 ‘돼지고기로도 소고기처럼 불고기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적고 있다. 1950년대 불고기나 갈비의 식재료는 소고기여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이때 최씨는 돼지고기를 이용해 싸고 맛이 좋은 ‘대중적인 갈비구이를 팔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마포 돼지갈비’의 시초라는 것이다.

■마포 갈매기·돼지갈비·주먹고기

마포 갈매기살 구이
‘마포갈매기’는 돼지의 횡격막(橫膈膜)과 간 사이에 붙어 있는 고기부위로, 원래는 간을 막고 있다고 해서 ‘간막이살’이라 부른다. 뱃속을 가로로 막고 있다고 해서 ‘가로막살’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 가로막살이 ‘가로막이살’, ‘가로맥이살’이 되고, 지금의 ‘갈매기살’로 음운변화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갈매기살’은 돼지 한 마리에서 300~500g 정도밖에 나지 않는 특수부위로, 육질이 탄탄하고 쫄깃하여 마치 소고기를 씹는 것 같아 큰 인기를 끌었다. 마포 공덕동 갈매기 골목에는 다수의 ‘마포 갈매기’집이 있다. 초창기부터 영업을 시작한 ‘장수갈매기’의 2대 사장 양빛(50) 대표는 “양념갈매기살과 불판에 계란물을 부어 계란찜을 먹을 수 있는 방식을 처음으로 개발했는데 인기가 많아 모든 갈매기집에서 우리 방식대로 영업을 한다.”고 설명한다.

‘마포주물럭’은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양념에 재울 때 고기에 양념을 잘 베게 하기 위해 주물럭거리는 모습을 보고 ‘주물럭 고기’라 부르던 것이 그 시작이다. 손으로 주물럭거려 고기를 구우니 육질이 부드러워 식감이 좋을 뿐 아니라 양념이 잘 베어 맛이 있어 큰 사랑을 받게 됐다. 이후 가게상호에 ‘주물럭’을 붙여 영업을 하게 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된다. 마포 용강동에 주물럭 골목이 형성돼 있다.

‘마포주먹고기’는 돼지고기의 목살부위를 두껍게 썰어내 소금구이로 내는 음식이다. 그 썰어낸 고기 덩어리가 마치 사람 주먹처럼 큼지막하고 묵직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한때 한 고기 체인회사가 ‘마포주먹고기’를 브랜드화 하여 부산에서도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주먹만 한 고깃살에 소금을 술술 뿌리고, 불판에 얹어 가위로 두툼하게 썰어먹는 재미가 쏠쏠한 음식이다.

돼지 껍질을 일컫는 ‘마포껍데기’는 주머니 가벼운 서민들을 위해 대중화 되었다. IMF 전후 식재료로 활성화 되기 시작했단다. 불에 타닥타닥 튈 때까지 구우면 질길 정도로 쫄깃하면서도 깊은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주로 암퇘지 뱃살 부위를 사용하는데, 다른 부위는 질기고, 수놈 뱃살은 냄새가 나 적당치 않단다.

마포 공덕동의 김치찌개집들도 유명하다. 그중 옛 용산선 굴다리 근처의 ‘굴다리식당’은 어머니 식당과 아들 식당이 근처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며 서민들의 입맛을 되돌리게 한다. 굴다리 식당 이강우(62) 대표는 “황해도 장단에서 피란 온 어머니(김정숙·86)께서 어릴 때 집에서 끓여내던 김치찌개 맛을 재현한 것으로 돼지목살, 앞다리 살을 큼직큼직하게 썰어넣고 한 달 보름 정도 숙성시킨 묵은지를 숭덩숭덩 썰어 한 솥에 끓여 찌개를 낸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마포의 돼지고기 음식들은 부산의 돼지음식처럼 싸면서도 그 양을 넉넉하게 제공하는 음식으로 시작했다. 소고기를 대신해서 먹던 대체음식으로, 노동자들이나 서민, 주변부 사람들이 주로 먹었던 음식이었기에 그렇다.

때문에 ‘마포 돼지고기’는 어떤 부위든 고기 두께가 두껍고 양이 많다. 든든하게 먹고 가란 뜻이다. 한때 마포를 가득 메웠던 뱃사공, 장돌뱅이, 그리고 공장 노동자들과 샐러리맨들이 하루의 일과를 내려놓고 한 잔 술과 돼지고기 한 점으로 위로를 받던 곳, 마포. 지금은 세월의 뒤안길에서 그 명성이 점차 흐려지고 있어 아쉬울 따름이다.

시인· 음식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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