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동순의 부산 가요 이야기 <14> 해운대에서 부르는 ‘해운대 엘레지’

해운대에 녹아든 사랑의 덧없음과 미련…노랫말로 카타르시스

  • 이동순 시인
  •  |   입력 : 2020-12-13 20:07:47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눈물 마를 날 없던 한국 현대사
- 슬픔 담은 노래 뜻하는 ‘엘레지’
- 대중가요 제목으로 많이 사용
- 부산 작사가·작곡가가 만들고
- 실향민 손인호가 절절히 불러

우리 대중가요에는 엘레지란 단어를 제목으로 활용한 작품들이 많다.

‘용두산 엘레지’ ‘해운대 엘레지’ ‘황혼의 엘레지’ ‘남한강 엘레지’ ‘엘레지의 여왕’ ‘종로 엘레지’ ‘여의도 엘레지’ ‘용인 엘레지’ ‘조치원 엘레지’ ‘홍천강 엘레지’ ‘북녘 땅 엘레지’ ‘오봉산 엘레지’ ‘금오산 엘레지’ ‘압구정동 엘레지’ ‘청춘 엘레지’ ‘호숫가 엘레지’ ‘결혼의 엘레지’ ‘현해탄 엘레지’ ‘청량리 엘레지’ ‘부산항 엘레지’ 등등 그 수를 일일이 헤아릴 수 없다.
   
비가(悲歌)의 전형 ‘해운대 엘레지’ 배경이 된 해운대. 해운대 장관과 정취는 예술창작 훌륭한 모티브가 돼 왔다. 국제신문DB
엘레지(elegy)는 서양의 시문학이나 악곡에서 슬픔을 담은 노래로 비가(悲歌), 또는 애가(哀歌)라 부른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 대중가요 모두가 슬픔을 듬뿍 머금은 것이 대다수이니 거의 엘레지의 특성을 지닌 것이다. 인간의 삶에서 슬픔이란 대개 이별, 실패, 좌절 따위에서 비롯되는 원초적 감정일 터이니 그것은 깨어진 사랑, 가족이산, 질병과 죽음 때문에 빚어진 쓰라린 결과물이다. 특히 식민지와 전쟁, 분단과 독재 등으로 모진 고초와 시련을 겪은 우리 현대사에서 슬픔은 하나의 운명처럼 수반되는 필수항목이었다. 눈물과 한숨, 통곡은 한 날 한 시도 마를 날이 없었다. 다소 잔잔해졌는가 하면 또 다른 충격적 슬픔이 해일처럼 덮쳐왔다. 우리 대중가요 노랫말과 정서가 그토록 슬픔과 애잔함으로 눅눅한 것도 사실 민족적 삶의 토양이 늘 불행의 그늘 속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가요 속의 슬픔은 인간의 삶을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비극적 현실을 딛고 넘어서서 속히 극복하도록 추동하는 힘이 들어있음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그 원리는 마치 초상집에서 실컷 울고 난 뒤 속이 후련해지는 카타르시스(catharsis), 즉 여과나 정화(淨化)의 기능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대중음악사에서 엘레지 형식의 노래들이 주로 이 슬픔을 조절하거나 걸러내 주는 여과 정화의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눈여겨본다.

■해운대를 노래한 부산 대표 ‘엘레지’

   
‘해운대 엘레지’가 수록된 가수 손인호의 음반.
부산 테마 노래 중 제목에 엘레지가 들어가는 대표곡은 ‘용두산 엘레지’와 ‘해운대 엘레지’다. 두 작품 모두 사랑의 추억과 이별의 쓰라림을 담아내고 있는데 그 정황의 역사적 배경에는 6.25전쟁과 피란살이의 시련과 관련되어 있다. 특히 ‘해운대 엘레지(한산도 작사·백영호 작곡·손인호 노래·1958)’에서는 비가의 전형적 특성이 고스란히 살아난다.

청년시절 사랑의 맹세와 다짐은 얼마나 불처럼 뜨겁게 타올랐던 것인가? 그러나 모든 것을 허물고 파묻어버리는 가혹한 세월 속에 그 굳은 맹세는 덧없는 한 모금 담배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어느 한쪽이 먼저 세상을 떠났거나 아니면 단순한 변심과 배반 때문에, 혹은 생활고로 말미암은 불가피한 작별이 두 사람을 아주 남남으로 갈라놓고 말았다. 노래 ‘해운대 엘레지’의 가사에는 사랑의 이런 덧없음과 애타는 미련이 절절히 투영되어 있다. 이 모든 표현이 바로 부산의 명소 해운대를 공간배경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다.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헤어지지 말자고/ 맹세를 하고 다짐을 하던 너와 내가 아니냐/ 세월이 가고 너도 또 가고 나만 혼자 외로이/그 때 그 시절 그리운 시절 못 잊어 내가 운다

백사장에서 동백섬에서 속삭이던 그 말이/ 오고 또 가는 바닷물 타고 들려오네 지금도/ 이제는 다시 두 번 또 다시 만날 길이 없다면/ 못난 미련을 던져버리자 저 바다 멀리 멀리



울던 물새도 어디로 가고 조각달도 기울고/ 바다마저도 잠이 들었나 밤이 깊은 해운대/ 나는 가련다 떠나가련다 아픈 마음 안고서/ 정든 백사장 정든 동백섬 안녕히 잘 있거라

■부산의 작사·작곡가가 만든 노래

이 노래의 작사는 함북 청진 출생으로 부산에 거주하던 작사가 한산도(본명 한철웅, 가수명 한종명)가 맡았고, 작곡은 부산 출생의 작곡가 백영호가 담당하였다. 백영호는 당시 부산의 미도파레코드 자회사였던 빅토리레코드사를 직접 운영하며 수준 높은 대중가요작품을 많이 제작 발표하고 있었다. 노래는 평북 창성 출신의 실향민가수 손인호가 취입하였다.

해운대(海雲臺)는 본래 한국의 대표적 명승지이지만 이 노래 한 곡으로 전국의 청춘남녀들이 꼭 가보고 싶은 선망의 장소로 우뚝 자리를 잡았다. 뿐만 아니라 해운대 백사장, 동백섬 등과 해운대 주변 명소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며 환기 부각시키는 효과를 자아내게 한다. 한반도 남쪽 명소의 웬만한 곳은 신라시대 문인이자 학자였던 고운 최치원의 발자취와 연관이 되어 있는데 이 해운대란 지명도 최치원이 이곳 경치에 반해 여러 날 머물던 중 문득 얻은 착상으로 지었다는 이름이다.

이 해운대는 부산의 다른 명소들인 태종대, 몰운대, 신선대, 오륜대, 의상대, 겸효대, 강선대와 더불어 부산을 한층 분위기 있게 꾸며주는 여덟 군데 절경 중 하나이다. 해운대는 예로부터 유명한 온천, 해수욕장, 고급 관광호텔들이 즐비하여 전국 최고의 관광지로 굳게 자리를 잡았다. 개발도 눈부시게 이루어져서 2001년에는 벡스코(BEXCO)가 먼저 준공되었다. 2005년에는 APEC정상회담이 동백섬에서 개최되면서 국제컨벤션 중심지로도 그 명성을 더하고 있다. 해운대의 신시가지가 조성되어 해운대는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한층 더하고 있다. 탁 트인 바다가 훤히 내다보이는 대단위 고층아파트가 조성된 이곳은 해운대 관광특구의 배후 주거지역을 화려하게 꾸며주는 역할을 한다.

해운대의 가장 큰 장점은 일 년 열두 달 언제나 관광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해마다 정월 초하룻날에 열리는 해운대 백사장의 해맞이 축제, 한겨울 추위에 온몸을 바다로 풍덩 던지는 북극곰 수영대회, 6월에는 해운대 모래축제, 8월에는 불꽃놀이로 밤을 밝히는 부산 바다축제, 가을에는 그 명성 높은 부산국제영화제 등이 쉼 없이 열려 불야성을 이룬다. 그 때문에 주말과 휴일, 축제가 열리는 계절에는 심각한 교통체증으로 불편을 겪는다.

   
어느 해 여름밤이던가. 해운대 백사장 모래톱에서 벗들과 술잔을 나누며 철썩이는 파도소리를 반주삼아 이 ‘해운대 엘레지’를 부르고 또 부르던 그날의 정취가 왈칵 그리워진다.

시인·가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진주, 3대 가을축제로 물든다
  2. 2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3. 3[속보] 박홍근 “호남 반도체, 기업 팔 비틀기 아냐…성과 내야 해”
  4. 4[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5. 5올해 초과세수 '최소 50조원'…내년 미래대응기금 200조원대
  6. 6부산·울산·경남 흐리고 일부 지역은 비
  7. 7제주 천지연폭포서 사진 촬영 중 추락…50대 관광객 숨져
  8. 8추석연휴 마지막날도 상어 ‘부캉이’ 인기
  9. 9충남 부여 남서쪽서 규모 2.6 지진 발생
  10. 10만남 거부했다고 차에 감금 후 고속도로서 여자친구 때린 60대
  1. 1李대통령, 미국·멕시코 순방 후 귀국…한미회담 등 성과 점검
  2. 2연휴 강타한 우크라 포로 송환· DMZ 지뢰사고 늑장조사 논란
  3. 3울산 북구·구의회, 노동자 권익 보호 위해 맞손 잡았다
  4. 4[2026 국감 브리핑] 김희정 "'대입 원서 접수번호로 경쟁률 유추 가능' 사실로 확인…정부 대책마련해야"
  5. 5장동혁 “국민 분노 폭발 직전…재산 약탈중지하라”
  6. 6오세훈 “李대통령 실거주 이어 실경작 집착…국민 싸울 대상 아냐”
  7. 7민주 “국힘, 장병 부상 앞에서 정쟁 멈추라”
  8. 8[2026 국감 브리핑]미래기금 사업 95% 원안 그대로 수용·증액…박수영 “방만 편성” 지적
  9. 9“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 의심 신고 3년 새 46배 증가”
  10. 10[속보] 靑, 우크라 北포로 송환 공개 논란에 “원칙 따라 대응”
  1. 1[속보] 박홍근 “호남 반도체, 기업 팔 비틀기 아냐…성과 내야 해”
  2. 2올해 초과세수 '최소 50조원'…내년 미래대응기금 200조원대
  3. 3한화에어로, ‘경력직 채용 지침’ 사과…재발방지책 마련키로
  4. 4“문제 없을까?”… 공정위 퇴직자들, 대형 로펌에 대거 취업
  5. 5미국의 몽니?… 공식 발표 계속 미뤄지는 ‘대미(對美) 투자 1호’
  6. 6"미래기금 사업 131건 중 95%는 부처 요구대로…감액 6건 불과"
  7. 7숙박업 세금체납 4년간 3.4배↑…주요 업종 중 최대폭 증가
  8. 8제주항공 부산~중국 구이린 주 4회 신규 취항
  9. 9제주항공 부산~중국 구이린 주 4회 신규 취항
  10. 10‘말로만 자율주행 기술 육성’… 관련 부처 예산 오히려 삭감돼
  1. 1진주, 3대 가을축제로 물든다
  2. 2부산·울산·경남 흐리고 일부 지역은 비
  3. 3제주 천지연폭포서 사진 촬영 중 추락…50대 관광객 숨져
  4. 4추석연휴 마지막날도 상어 ‘부캉이’ 인기
  5. 5충남 부여 남서쪽서 규모 2.6 지진 발생
  6. 6만남 거부했다고 차에 감금 후 고속도로서 여자친구 때린 60대
  7. 7“죽여버리겠다” 음주운전 출소 나흘만에 신고자 협박한 60대
  8. 8부산항 앞바다서 60대 여성 심정지 상태로 구조
  9. 9소주 탄 분유 먹이고 딸 강제추행…자녀 3명 학대한 40대 징역 7년
  10. 10DMZ 사고 관련 대통령·軍지휘부 대상 고발 잇따라
  1. 1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2. 2[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3. 3우승 타이틀 박탈 위기…맨시티 ‘유죄 판단’보도에도 회장 “결백 입증하겠다”
  4. 4남동헌,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금메달
  5. 5AG 펜싱 남자 에페, 일본 38-37 꺾고 단체전 결승…銀 확보
  6. 6한국 양궁…단체전 6종목 모두 4강행
  7. 7[속보] 한국,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전격투 첫 금메달
  8. 8남자 사브르, 일본에 45-44 역전승…아시안게임 단체전 4연패
  9. 9한국 야구, 중국 꺾고 결승 진출…27일 일본과 금메달 결정전
  10. 10한국 남자핸드볼, 중국 꺾고 8년 만에 아시안게임 4강
미리보는 제31회 BIFF
‘아카데미 직행표’ 두고 세계 13편 경쟁…12편 프리미어 상영
한국문학관 기행
부끄러움 없는 삶, 오늘 우리에게 성찰을 던지는 공간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정답 없는 가족의 기록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인간 빈자리 차지한 반려 로봇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얼마나 알고 있나요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소윤-sky above,river below,and birds between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빨래 /심여혜
잡는 법 /김만옥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디세이’ 6주 연속 1위 질주, 역대 외화 관객 수 7위 올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8일 (음 8월 18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3일 (음 8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추석 때 사람들 만나 술 마시며 시 읊은 조선 중기 권벌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