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부산 인물’로 모시는 의사 장기려 박사는 이북 출신이고,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부른 가왕 조용필도 타지가 고향이지만 한때 부산을 배경으로 활발히 활동했던 까닭에 부산을 대표하는 예술인으로 꼽히곤 한다.

2013년 작고한 최민식 작가. 그 역시 고향은 황해도 연백군(지금의 연안군)이다. 그는 한국전쟁 때 부산으로 피란왔다가 일본으로 밀항했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흑백 화보집에 매료돼 부산으로 돌아와 평생을 부산의 사진가로 보냈다.

10여 년 전 부산에 정착하고 나는 백화점 문화센터 사진반에 등록했다. 그때 사진을 가르친 문진우 사진가 덕분에 부산 곳곳을 담을 수 있었고 2010년엔 부산예술회관에서 동호회 분들과 함께 사진전을 열었다. 어느 날 전시장 입구에서 손녀의 부축을 받으며 최민식 선생이 들어오셨다. 선생께서는 사진을 하나하나 응시하며 아무 말씀 없이 그 안에 담긴 사람들과 대화하는 듯했다. 조금 뒤 최민식 선생이 날 찾는다고 했다. “이거 찍은 게 자네인가?” 하시곤 사진을 물끄러미 보셨다. 남해 보리암 올라가는 안개 자욱한 언덕 길의 중년 부부 뒷모습을 찍은 사진이었다. 최민식 선생은 그 안에 담긴 ‘사람’을 보고 있었다.

최민식이란 이름을 말하면 부산에서도 사진가 최민식 선생 대신 배우 최민식만 기억되는 듯하다. 이렇게 잊어도 괜찮은 걸까? 평생 가난한 사람, 핍박받는 사람 속에서 ‘휴먼’(humna)의 장면을 잡아낸 위대한 부산 인물을 잊어도 되는 걸까? 예전에 사진가 최민식 선생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기억이 있다. 선생은 TV에 나와 대담도 했다. 내 기억으로는 다른 영상물에도 나오셨다. 그 영상자료는 어디 있을까. 우리가 그 자료를 TV나 유튜브에서 더 쉽게 볼 수는 없는 걸까.

이 지면에서 대중문화나 TV와 관련된 부산 인물에 관해 쓰겠다고 호기롭게 밝혔는데, 그 인물과 관련한 영상자료를 찾기는 쉽지 않다. 지금부터라도 부산 인물을 담은 영상자료를 찾고 정리하는 작업이 활발히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이 답답한 코로나 19 시대, 따뜻한 온기가 담긴 사진장으로 우리를 달랜 최민식 선생이 그립다. 동명대 외래교수·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