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절굽음증 앓는 美 동물운동가
- 공장화된 축사서 동물 권리 눈떠
- 장애인과 동물 차별 같음 깨닫고
- 인간중심주의로부터 해방 주장
장애인은 종종 “우리는 동물이 아니다”고 외치며 권리를 주장한다. 그러나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동물이 인간보다 못한 대우를 받아야 할 이유는 뭐지?” 약자가 겪는 잔인한 처우를 “비인간적”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동물과 사람을 구분지음으로써 권리를 찾으려는 절박한 시도지만, 어떤 이는 그런 구분 자체를 무너뜨려야만 억압에서 해방될 실마리를 얻는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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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화가·작가·동물권 운동가·장애인권 운동가인 수나우라 테일러. ⓒSunaura Taylor |
‘짐을 끄는 짐승들’의 저자 수나우라 테일러는 미국의 화가이자 작가이고 장애인운동가이자 동물운동가다. 그는 관절굽음증이라는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산 닭을 가득 실은 트럭이 닭 가공공장을 드나드는 순간을 목격한 뒤부터 동물의 권리에 눈을 떴고, 그 세계를 파고들수록 그것이 ‘장애인의 권리’와 결국 같은 개념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장애해방과 동물해방을 막아선 거대한 벽은 지극히 당연한 개념으로 자리잡아버린 인간중심주의·비장애중심주의라는 것도 알게 됐다.
저자가 강조하는 건 ‘사람도 일종의 동물’이라는 초보 생물학적 지식이 아니라, 사람=동물임을 온전히 인정함으로써 장애해방과 동물해방이 서로 얽혀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중심주의·종차별주의는 비장애중심주의와 일맥상통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우리는 흔히 장애가 없는 상태가 정상적이며 이상적이라고 보지만, 장애의 기준이 사회·시대마다 천차만별이라는 점은 쉽게 간과한다. 가까운 과거(어쩌면 지금도)에는 동성애 성향이 장애로 취급되기도 했다. 장애라는 명징하지 않은 개념은 사회적 산물일 뿐인데, 이를 배척·감금하고 치료하려는 비장애중심주의는 편협한 이데올로기다.
동물 억압도 장애에 대한 억압과 유사하다. 공장화된 현대 미국 축산 환경에서는 상당수의 동물이 장애를 겪는다. 강제로 계속 알을 낳는 암탉은 골다공증을 앓는다. 강제임신 후 젖을 착취당하는 젖소의 60%가 다리를 절고 35%는 치명적인 유방염을 앓는다. 좁은 축사에 갇혀 오랜 세월 품종개량을 당한 돼지의 허약해진 다리는 과도한 몸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보행장애를 겪는다. 사람에 의해 발생한 이런 장애는 다시 제거와 타도의 대상이 된다. 병든 닭과 오리는 생매장되고 걷지 못하는 소는 병을 옮길까봐 서둘러 도축된다.
“가축화된 동물들의 의존을 장애해방이라는 틀로 바라본다면, 동물 착취 문제를 푸는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하고 가축화된 동물과 우리의 관계에도 제3의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가축화된 동물들이 우리 삶과 세계에 기여하는 방식에 더 이상 도살을 포함하지 않도록 진지하게 고려할 수 있을 것이며 공동의 의존, 공동의 취약성, 공동의 생존 욕구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장애학과 동물학, 문화인류학과 관련된 기본적인 이해를 요하지만, 번역이 매끄럽고 쉬운 글쓰기라서 읽기가 어렵지는 않다. 그러나 장애인의 권리를 동물의 권리와 동일시하는 방법, 인간과 동물이 동일하다는 논리를 이해하는 것이 생경해 한편으로는 까다로운 책이다. 요약하자면 장애과 동물권 사이에 다리를 놓아 둘 모두의 궁극적인 해방을 모색하는 것이 이 책의 지향점이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