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말봉

1991년부터 김성종(‘홍콩에서 온 세 여인’) 유현종(‘죽음의 행진’) 등으로 이어지던 연재소설은 1993년 1월 새 얼굴을 기용한다. 작가 이창동의 ‘늙은 연인의 노래’를 선보인 것이다. 이창동은 뒷날 영화로 옮겨 거장이 되고, 문화관광부장관을 지내며 한국 예술문화 행정·정책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 당시 젊은 작가 이창동의 내공을 알아보고 연재소설을 의뢰한 사람은 문학 담당 강동수 기자였다. 그 또한 소설가이며 현재 부산문화재단 대표로 일한다. 이창동을 이어 1994년 작가 안정효가 ‘태풍의 소리’를 연재한다. 안정효는 당시 ‘은마는 오지 않는다’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등으로 한국 문단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었다.

	작가 박경리

	사할린 - 이규정 소설가 / 전민철 기자

	작가이자 영화감독 이창동.

	작가 이병주

●김동리 이주홍 이범선 유주현 그리고 김광주

　이어 한국 문단에서 영향력이 아주 컸던 김동리 작가가 ‘해풍’(62. 7. 1~63. 3. 14)을, 전국에서 위상이 드높았으면서 부산 문단을 보듬고 이끈 향파 이주홍 선생이 ‘부나비’(62. 7. 22~64. 4. 30)를 길게 연재한다.

　이범선은 ‘오발탄’ ‘학마을 사람들’로 유명한 작가다. 이범선은 ‘ 밤에 핀 해바라기’(63. 10. 29~64. 7. 25), ‘거리에 비는 내려도’(66. 3. 22~66. 12. 22),  ‘저 산에 우는 새는’(73. 1. 1~11. 28)편을 싣는다. 이는 56년부터 70년까지 ‘한양성의 달’ 등 5편을 연재한 작가 장덕조, 54년부터 59냔까지 ‘부운(浮雲) 등 4편을 연재한 작가 송지영 다음으로 많다. 한국 전쟁 때 최초의 여성 종군기자로 활동한 작가 장덕조가 국제신문에 가장 많은 연재소설을 썼다.

　실록 대하소설 ‘조선총독부’로 널리 알려진 작가 유주현의 ‘부계가족’(64. 5. 1~65. 7. 13)도 보인다.

　다음으로 소개할 인물이 작가 김광주다. 그는 한국 무협소설 개척자다. 젊은 날 상해임시정부에서 백범 김구 선생을 모셨다.  그의 자녀 중 한 사람이 작가 김훈이다. 김훈 작가가 선친 김광주 작가의 삶과 울분과 고뇌에 관해 떠올린 기사를 인터넷에서 여럿 볼 수 있다. 오래전 김훈 작가가 부산 왔을 때 최영철 시인 조명숙 작가 부부 등과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셨다. 그때 김훈 작가는 “어릴 때 (‘부산 피란 시절에’라고 얘기했던 것으로 기억나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아버지께서 신문에 글을 쓰면 신문사도 힘든 때여서 원고료를 돈 대신 쌀 한 가마니로 주곤 했다. 그 쌀이 우리 가족의 삶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세월이 꽤 흘러 이 기억을 확신할 수는 없다.

　이 기억이 왜곡되지 않은 것이라 해도 그때 쌀을 고료로 준 신문사가 국제신문은 아니었을 수 있다. 김광주 작가가 국제신문에 ‘흑룡전’(65. 7. 1~67. 7. 26), ‘사자후’(67. 7. 27~68. 12. 30)를 연재한 것은 60년대 중후반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김훈 작가 가족이 부산 대신동 판잣집촌에서 어려운 한때를 보낸 점, 당시 소설을 신문에 연재하면 작가는 생계에 꽤 도움이 됐던 점은 밝혀둘 수 있겠다. 김광주 작가의 ‘비호’가 어릴 적 우리 집에 있었다.

●‘수난이대’ 하근찬의 ‘산중 눈보라’ 비극에 치이다

　부산 초장동에서 살며 젊은 날을 힘겹게 살아낸 함경남도 원산 출신의 큰 작가 이호철은 ‘새벽에 오는 물결’(67. 1. 1~67. 10. 12)를 실었다. 한운사는 저명한 방송작가다. ‘현해탄은 알고 있다’ ‘현해탄은 말이 없다’ ‘이 생명 다하도록’ ‘아낌 없이 주련다’ ‘빨간 마후라’ 등이 그의 작품이다. 한운사 작가가 국제에 연재한 작품은 ‘거짓말쟁이’(70. 1. 1~5. 31)다. 1970년대를 열면서 방송작가 작품을 연재소설로 택한 점은 이 신문이 미디어 환경 변화에 매우 적극적으로 대응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국제신문 주필과 편집국장을 지낸 ‘레전드급’ 작가 이병주는 중요한 작품인 ‘화원의 사상’(71. 6. 2~12. 30)을 ‘친정’에 처음으로 싣는다. 이병주의 장편소설 ‘바람과 구름과 비’가 어릴 적 우리 집에 있었던 게 기억난다. 이상하다. 우리 집은 분명히 가난했는데, 뭐가 많았다.

　작가 백시종은 1989년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소설 ‘돈황제’로 유명하다. 백시종은 ‘바다 위를 걷다’(77. 1. 1~12. 30)로, 한때 논객으로 TV 토론에 자주 나왔던 작가 정을병은 강도(江都)시대‘(77. 1. 1~78. 12. 26),  ’춤추는 악어새‘(92. 1. 1~12. 30)로 독자를 만났다.

　천재 작가로 통했던 최인호의 ‘천국의 계단’(78. 1. 1~12. 29)이 뒤를 잇는다. ‘천국의 계단’은 뒷날 영화로, 드라마로 만들어져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고 지금도 읽힌다. 역사소설에서 일가를 이룬 소설가·극작가 유현종의 ‘송악산’(79. 1. 1~80. 11. 22), ‘수난이대’로 획을 그은 경북 영주 출신 작가 하근찬의 ‘산중 눈보라’(80. 1. 1~11. 25, 그림 김정명)는 국제신문 소설 연재 역사상 가장 큰 비극의 주인공이 된다. 1980년 전두환 신군부 독재정권이 국제신문을 ‘반항적’이라는 이유로 강제 폐간하면서 연재가 중단되고 말았다. 선임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