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는 애벌레다. 여치 같은 친구는 부모님과 똑 닮아서 자라서도 여치가 되리란 걸 알겠는데, 초록이는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자라서 뭐가 될지 모른다. 아는 건 자신의 모습이 울퉁불퉁 징그럽다는 것뿐. 어느 날 풀숲에 날아든 나비의 휘황찬란한 날개를 본 초록이와 풀숲 친구들은 모두 한눈에 반해버리고, 초록이는 “나비가 되고 싶다”는 말을 입밖에 꺼내고 만다. 그때부터 시작된 온 마을의 놀림. “글쎄 초록이가 나비가 되고 싶대” “뭐? 네가 나비가 되고 싶다고. 호호호”
초록이는 아름답고 싶다는 열망, 모자란 자신의 외모, 풀숲 친구들의 놀림에 지쳐 시름시름 앓는다.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이 됐을 때 어디선가 날아온 풍뎅이 할아버지는 초록이를 탱자나무숲으로 데려다 놓고 다시 날아가버린다. ‘죽고싶다’고만 생각했던 초록이는 탱자나무숲의 가혹한 환경에 던져져 살아남기에 골몰하고, 나비가 되고 싶다던 희망도 잊어버린다. 그리고 어느 날 친구들의 입에서 흰 실이 뿜어져 나온다. “나방이 되기 위해 깊은 잠을 잘 것”이라는 친구들. 초록이 역시 나방이라도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자마자 입에서 흰 실이 나오고, 갑갑한 실뭉치에 갇히는가 싶더니 깊은 잠에 빠져버린다. 초록이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지역 아동문학계의 어른인 공재동(사진) 작가가 젊은 날 써서 서랍 속에 간직해온 작품을 세상에 내놨다. 문청 시절 ‘신춘문예용’으로 썼다는, 동화로서는 그의 첫 작품이라는 ‘초록이 태어난 날’. 그래서인지 이 동화책에는 젊은 날의 꿈과 회복되지 못할 것 같은 좌절, 생존의 버거움, 그리고 새로운 희망이 담겨있다. 물론 아이들은 못생긴 애벌레의 외모 고민과 친구들 사이의 ‘왕따’라는 시련, 애벌레의 놀라운 변태에 더 열심히 몰입할 것이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