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칭 타칭 ‘자치분권 전도사’
- 풀뿌리가 국가의 원동력이라며
- 20년 넘게 지방자치 운동 주창
- 최근 화두 오른 지방 행정 통합
- 분권 전제 안 되면 몸집만 커져
# 획일적 중앙정부 정책에 반기
- 지역 사정 달라도 똑같이 적용
- 가장 상징적인 주택정책 ‘최악’
- 부산집값은 부산시장에 맡겨야
# 지방정부 자치입법권 절실
- 강력한 지방분권 대선 공약 불구
- 지자체 조례제정권 제약하는
- 지방자치법 독소조항 그대로
- 개헌 통해 분권시대 나아가야
이기우 지방분권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는 지방자치·분권 분야 전문가이자 운동가로 불린다. 해박한 지식과 활동 열정으로 전국을 다닌다. 자치분권 전도사인 셈이다. 그가 여기에 힘을 쏟아온 이유는 명료하다. 국가발전·국민행복과 밀접해서다. 즉, 세계 선진국이나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는 자치분권 수준이 뛰어나다는 얘기다. 아울러 주민 생활 등의 지역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게 자치이고, 그런 풀뿌리 자치가 잘 되는 게 국가 통합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한다. 지난 10일 부산시청에서 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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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우 상임공동대표는 “지방행정(광역시·도) 통합도 중요하지만, 광역 단위의 권한과 자기 책임성을 확대하는 지방자치분권이 더 중요하다. 이는 지역 간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절실한 과제다”고 말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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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짚어야 할 것은 최근 화두인 지방 행정통합 추진이다. 대구·경북에서 진행 중이고, 광주·전남도 상호 통합에 뜻을 모은 것으로 안다. 충청권에서는 메가시티를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움직임을 어떻게 평가하나?
▶우리나라의 광역시는 마치 도(道)로부터 고립되어 주변 지역과의 종합적인 발전계획이나 광역교통망 구성 같은 연계·협력을 통한 발전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광역시·도를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더욱이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경제권이 되려면 (통합으로) 500만 명 이상의 광역행정권을 형성하는 게 낫다. 다만, 지방분권과 함께 추진되어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덩치만 크고, 규모의 불경제로 오히려 비효율을 초래할 수도 있다.
-경남에서는 김경수 도지사가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과 함께 부산과의 행정 통합을 병행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하지만 메가시티의 경우,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에서 제안한 ‘특별지방자치단체’로는 광역 행정 수요와 지역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명칭만 그렇지, 우리나라에서 실패한 지방자치단체조합에 불과해서다. 메가시티가 자치단체로서 제대로 기능하려면, 지역 주민을 구성원으로 하고 그 지방의회 및 자치단체장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구성해야 한다. 이것 또한 지방분권과 연계되지 않으면 효과가 반감된다고 본다.
-행정 통합 추진은 수도권 초집중화(일극체제)를 극복하고 지방의 활로를 찾으려는 취지로 읽힌다.
▶그도 그렇지만, 좀 더 넓게 봐야 한다. 즉, 수도권에 대한 대응뿐 아니라 글로벌 시대의 지역 경쟁력 차원에서 접근하자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광역 단위에서의 역할(권한)과 자율성 확대 즉, 지방분권이 더욱 중요한 과제다. 아울러 역점을 둘 것은 풀뿌리 생활권의 기초 단위 자치의 복원이다. 일상적인 생활문제는 주민 밀착적으로 수행하도록 읍·면·동 수준의 풀뿌리 자치가 활성화해야 한다. 작은 것은 주민에 가까운 마을 수준에서 자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통합된 광역자치 단위에서 지역경제 발전과 같은 큰 것에 집중할 수 있다.
-바람직한 통합추진 방식은 어떻게 보나. 그리고 자치분권과 지역균형발전 관점에서 얘기한다면?
▶사실 광역단체 통합은 실현하기가 쉽지 않다. 우선은 정서·문화·역사적 연대감을 복원해 주민공감대를 확산하는 ‘아래로부터의 통합 운동’이 필요하다. 지역 균형발전 또한 지방 주도가 핵심이다. 많은 정치인이 지역발전을 중앙정부에 의존하려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 지역 창의성과 함께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자치권을 가질 때, 비로소 낙후된 지역이 번영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주지하듯이 현 정부의 자치분권 추진은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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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지방분권전국회의 대표자회의 및 워크숍’. 김종진 기자 |
▶(대선 때의)지방분권 공약을 어겼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이란 슬로건 등으로 표를 얻어 집권했으나, 공약은 공중분해된 꼴이다. 행정안전부가 올해 7월 다시 발의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만 해도 기술적이고 지엽적인 내용만 나열되어 있다. 지방분권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은 거의 없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무엇보다 지방정부의 입법권을 확대하는 게 절실한데, 그에 대한 내용이 전무하다. 게다가 지방 주도적인 자치입법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지방자치법 제22조의 단서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개정안에는 아예 빠져 있다. 행안부는 그걸 삭제하는 건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그 단서가 오히려 위헌이라는 주장이 다수다. 전 세계에서 지방정부의 자치입법권을 이렇게 제한하는 나라는 찾기 어렵다.
※지방자치법 제22조(조례)는 이렇게 명시돼 있다. ‘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다만,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 그는 이 부분을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는다. 헌법이 보장하는 지자체의 조례제정권을 지나치게 제약한다는 점에서다. 주민의 안전·생활 등과 관련한 제도 개선이라 해도, 중앙정부의 위임이 없으면 못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개헌의 불씨가 되살아나고, 민간 차원의 운동도 재점화해야 할 것 같다.
▶(내년 4월의) 부산·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국민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중앙정부의 주택정책은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서울 강남 지역의 주택문제를 해결하려고 정부가 23차례의 각종 규제와 징벌적 세금, 대출 제한 등의 고강도 대책을 전국에 획일적으로 적용했다. 하지만 이는 강남지역의 집값 문제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지역마다 사정이 다른데도 중앙집권식으로 똑같은 정책을 펴다 보니, 어느 지역에도 맞지 않게 된 것이다. 말하자면 ‘중앙집권체제의 저주’인 셈이다.
-부산 지역에서도 아파트 매매가격 급등과 전세난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
▶지방세인 재산세를 중앙정부가 마음대로 주무르니까, 중산층이나 서민층의 유주택자가 세금 폭탄을 맞는다. 이는 전세를 구하는 무주택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부동산 대책을 숱하게 내놓고도 주택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는 중앙정부는 손을 떼야 마땅하다. 대신 서울·부산시장이 각자 지역의 주택정책을 책임지게 해야 한다. 주택정책의 지방분권이다. 시민이 이를 요구해야 하고, 부산·서울시장 후보는 이번 선거공약으로 내걸어야 한다. 중앙정부가 주택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자치단체장은 구경꾼으로 전락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지 싶다.
-국회에 개헌특별위원회를 설치·가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여야 정당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몰입해 사생결단하는 대결정치 구도에서는 힘들지 않겠나. 국회 개헌특위가 설치되어도 합의안 도출이 어렵다는 걸 2017년 당시 개헌특위의 경험을 통해 배웠다. 그 점에서 여야 수뇌부의 결단과 합의가 중요하다. 이번 부산·서울시장 선거에서 지방분권 요구를 결집하고, 차기 대선 의제로 확산시켜야 한다. 당선된 대통령이 6개월 내 개헌을 추진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결국 국민저항이나 국민운동이 해결책이다.
-오랜 기간 자치분권 운동에 참여하고 기여해 왔는데, 소회를 한 말씀해 달라.
▶열악한 환경 속에서 20여 년간 여러 사람과 함께 운동을 추진해 왔다. 그런데 현 정부는 강력한 지방분권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주행하고 있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 책임을 묻고 지방분권을 촉구해야 할 야당도 없다는 점이다. 여야 정치권에 배신감이나 섭섭한 마음이 아주 크지만, 대한민국의 번영과 국민행복을 실현하기 위해 지방자치·분권 실현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다시 전열을 가다듬어 운동에 박차를 가할 생각이다. 많은 시민과 지역 정치인, 언론이 동참하면 희망은 있다고 본다.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