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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도의 '논어와 음악'-세상을 밝히는 따뜻한 울림 <23> 제22곡 - 공자와 우환의식

세상 사람보다 먼저 걱정하고, 뒤에 즐거워하라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11-04 19:00:15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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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움 속에서도 쉽게 포기 않고
- 본연 가치 지키려 애쓰는 군자
- 사람 우선의 ‘우환의식’이 바탕

- 코로나19로 격차 더 커진 시대
- 어려움 참고 이기면 앞길 열려
- 공동체 위해 모두 함께 고민을

공자의 정치적 능력이 잘 드러난 대목이 있습니다. “정치를 맡은 지 3개월이 지나자 양과 돼지를 파는 사람들이 값을 속이지 않았고, 남녀가 길을 갈 때 따로 걸었으며, 길에 떨어진 물건을 주워가는 사람도 없었다.” 사마천이 지은 역사서 ‘사기’(史記)의 ‘공자세가’(孔子世家)에 전하는 내용입니다. 노나라 정공 13년, 55세인 공자께서 대사구(지금의 법무부 장관)로 재상 역할을 대신하던 때라고 합니다. 군주는 군주대로, 신하는 신하대로 도리를 다하는 정치, 예가 자리 잡은 사회, 곧 공자께서 꿈에도 그리던 이상사회의 시험대로 볼 수 있습니다.
   
공자가 간다. 꽃길이 아니고 흙길이다. 세상은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꿋꿋하게 제 길을 고수하려는 의지가 느껴진다. 그는 50대 후반 주유천하했지만 따지고 보면 평생 인치를 위한 구도의 여정을 이어갔다. 사진은 ‘공자-춘추전국시대’의 한 장면. 영화사 화수분 제공
여기까지였습니다. “진실로 나를 써주는 사람이 있다면, 만 1년이면 질서를 잡고 3년이면 다스림을 완성할 수 있으리라”던 ‘논어’(論語) 13편(자로) 10장이나 “만약 나를 써주는 사람만 있다면, 나는 그 나라를 동쪽의 주나라로 만들겠다”던 ‘논어’ 17편(양화) 5장의 바람은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공자의 주유천하가 시작된 것입니다.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여러 나라를 떠돌았습니다. 고난과 좌절의 연속이었습니다. 정나라에선 상갓집 개라는 비아냥을 들었고, 광땅에선 주민들의 공격을 받아 목숨이 위태로운 적도 있었으며, 진나라에선 식량이 떨어져 제자들이 사경을 헤맨 적도 있었습니다. ‘군자고궁’이라는 이야기가 거기서 나왔습니다.

그래도 공자께선 인치(仁治)라는 깃발을 꿋꿋하게 지켰습니다. ‘안 되는 줄 알면서도 하는 사람’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이겠지요. 인치에 대해선 앞서 수차례 이야기 했습니다. 사람을 우선하고, 사람을 사랑하라는 말로 정리하겠습니다. 주유천하를 지탱한 바탕이 무엇일까요? 바로 우환의식(憂患意識)입니다. 우환의식은 개인의 사사로운 이해관계가 아니라 세상을 걱정하는 군자의 마음입니다. 우환의식은 인과 덕이 어우러진 왕도정치, 곧 인치로 이어지지요.


   
정경화의 바이올린 독주곡입니다. 바흐의 ‘샤콘느’(QR코드 또는 인터넷 주소 https://youtu.be/1F7c8zIhBGg)를 들으며 시작하겠습니다.


■어려움 속에서 진정한 통찰력을

‘논어’ 15편(위령공) 1장은 공자 주유천하의 대표 장면으로 꼽힙니다. 그만큼 스펙터클하면서도 핵심을 드러냅니다. 자로가 스승인 공자께 씩씩거리며 묻습니다. “군자도 궁할 때가 있습니까?” 공자 말씀이 이렇습니다. “군자는 곤궁해도 자기 본분을 지키지만 소인은 궁하면 하지 못하는 일이 없느니라.” 군자고궁(君子固窮)이고 소인궁사람(小人窮斯濫)이지요.

배경부터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위나라에 머물던 공자께서 군주인 영공이 진법이라는 군사 문제를 묻자 더 이상 있을 나라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떠나는 장면까지가 전반부입니다. 전쟁으로 날이 밝고 전쟁으로 날이 지는 약육강식의 춘추시대였습니다. 패권에만 관심이 있는 군주의 마음을 ‘사람이 살 만한 새로운 세상 만들기’로 돌리기엔 역부족이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이어지는 후반부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입니다. 양식이 떨어지면서 일행들이 병들어 일어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참다못한 자로가 화난 얼굴로 따지듯 물은 까닭입니다. 시쳇말로 ‘개고생’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되짚어본 셈이지요.

그만큼 공자의 대답도 명쾌합니다. 여기서 군자는 인치를 구현하려는 도덕적 인격체입니다. 그 군자는 본래부터 곤궁한, 본연의 가치를 지키려고 애쓰려는 사람이지요. 또 어려울수록 더욱 뜻을, 자신을 단단하게 벼리는 사람입니다. 군자의 반대편에 소인이 있습니다. 당연히 소인은 어려움이 닥치면 쉽게 포기하고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행동하겠지요.

어려움 속에서도 잃지 말아야 할 뜻, 어려울수록 더 명료해지는 다짐이야말로 위기 극복의 통찰력입니다. 이는 인간을 성숙하게 하고 바람직한 삶의 방향으로 인도하는 요소이기도 하지요. 어려움에서 스스로 즐거움을 찾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사회가 살만해지겠지요. 중요한 건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 간다고 했습니다. 궁변통구(窮變通久)입니다. 어려움을 참고 이기면 앞길이 열린다는 간즉길(艱則吉)이 떠오릅니다, 이웃을 돌아보고 함께 잘 살아야겠다는, 인정이 행해지는 대동사회로 가겠다는 다짐으로 새겨야 겠습니다.

불교와 기독교에서도 인생은 고(苦), 고난(苦難)이라고 표현하니 하는 말입니다. 어려움을 오히려 선물로 여기는 자세, 평상시에 오히려 어려움을 잊지 않는 태도라면 더할 나위없겠지요.

■우리 정치인의 우환의식은

주유천하에도 불구하고 꿈을 이루지 못한 공자께서는 노나라 애공 11년, 68세 나이로 귀향해 ‘나라의 어른’ 대접을 받습니다. 교육에 전념해 3000여 제자를 길러내며 ‘시경’ ‘서경’ ‘예기’ ‘주역’ 등 유가 경전을 다듬었지요. ‘주역’에서 우환의식의 뿌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역은 아주 오래 전에 만들어진 것인데 이 역을 지은 사람에게는 반드시 우환이 있었을 것’이라는 ‘주역’ 계사하전 7장의 구절이 그것입니다. 역을 지은 사람은 복희씨와 주나라 문왕과 아들 주공, 그리고 바로 공자입니다. 그리고 맹자는 ‘우환을 통해 사람이 살며, 편안함 속에서 죽는다’고 했지요.

이런 공맹의 간절한 가르침을 알기 쉽게 표현한 사람이 송나라 정치가 범중엄입니다. “세상 사람이 걱정하기에 앞서 걱정하고, 세상 사람이 즐거워한 뒤에 즐거워하라.” 이 정도면 현재 우리나라 정치를 이끄는 사람들에게도 요구할 것이 있겠지요. 과연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해야 하는지를.

   
그것을 황하의 범람에서 비롯된 유가의 가르침이라고 귓등으로 흘릴 일이 아닙니다. 공자의 우환의식은 바로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의 다짐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사태라는 미증유의 위기상황 속에 가뜩이나 어려운 사람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불평등 저성장 환경문제 등에 더한 새로운 변수입니다. 인간다운 삶을 위한 인간다운 정치가 더 간절해집니다. 비단 정치인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각자도생이 아니라 공동체를 함께 고민해야겠습니다. 우환의식은 바로 우리 시대를 책임지려는 자세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여가수 나탈리 머천트의 ‘Motherland’(QR코드 또는 인터넷 주소 https://youtu.be/A2JbLUVt0Z0)를 들으며 마치겠습니다.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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