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천4구역 재개발지 풍경 그려
- 따뜻함·차가움 대비된 감정 표현
- 30일까지 gallery, the old서
숙희미용실, 상록슈퍼, 대도상회…. 수채화로 표현한 빛바랜 건물들이 누구나 갖고 있을 법한 아련한 옛 동네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분위기는 사뭇 달라진다. ‘공가’ ’철거’ ‘강제 이주 반대’ ‘현 시가로 보상하라’. 건물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휘갈긴 듯한 문구들은 어쩐지 씁쓸하고, 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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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정 작가의 ‘사라지는 집’. 고서점 내 gallery, the old 제공 |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김민정 작가가 수영구 남천동 ‘고서점 내 gallery, the old’에서 개인전 ‘THE HOUSE OF MEMORIES’을 열고 사라지는 집 20점을 선보였다. 작품 속 건물은 김 작가가 지난해 부산 동래구 온천4구역 주택정비사업지에서 보고 그렸다. 낡은 간판, 집과 함께 살아온 나무 등 저마다 다른 건물들의 특징을 오롯이 담아냈다.
사실 김 작가는 오래전부터 옛 장소나 재개발지를 기록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도시생물도감_사라지는’과 ‘봉산마을아카이빙 마을의 시간’전에 참여했다. 김 작가는 “낡고 흔한 것도 그림으로 보면 다르게 다가오는데, 이런 풍경을 사람들과 공유하는 게 좋다”며 “그림으로 난개발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조금씩 공감을 형성해가면 앞으로 좋은 방향으로 재개발이 이뤄질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도 있다”고 전했다. 온천4구역 재개발 상황은 비슷한 관심사를 공유하던 작가들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됐다. 김 작가는 “내가 찾아갔을 때는 주민 절반이 이주한 상태였는데, 당시 풍경이나 집 하나하나가 예쁘게 느껴졌다”며 “하지만 마냥 예쁘게만 표현하지 않았으며, 곧 사라질 위기라는 상황도 함께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도시 풍경을 그릴 때 유화나 수채화 모두 선호하지만 이번에는 수채화를 선택했다. 김 작가는 “유화보다 빨리 마르기도 하고 명확한 표현이 가능해 기록하는 작업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며 “수채화의 물 번짐이라든가 외곽선 자국 역시 아련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부산 출신인 김 작가는 부산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9년 ‘도시는 재생을 꿈꾼다’전을 시작으로 ‘추억이 스민 풍경’전 ‘사라지는 집’전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해왔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