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이동순의 부산 가요 이야기 <11> ‘이별의 부산정거장’ 절창인 이유

가족 곁으로 가는 유부남과 피란지 연인, 이별의 순간 애절하게 묘사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10-25 19:48:32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고향에 가족 남기고 홀로 와
- 부산 여성과 살림 차린 남성
- 환도 바람에 고심 끝 떠나기로
- 부산역서 헤어지는 이들 모습
- 한 편의 연극 보듯 생생한 가사

- 증기기관차 기적·쇠바퀴 소리
- 연상케 하는 실감나는 곡조
- 애틋함 잘살린 가수의 창법도
- 불후의 애창곡 자리잡은 비결

-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도
- 생활고·취업난 등 다양한 주제
- 가사 바꿔 부르는 형식으로
- 꾸준한 사랑 받아오고 있어

세상엔 온갖 노래가 많고도 많지만 이 노래만큼 대중이 열광한 노래는 많지 않다. 바로 ‘이별의 부산정거장’이다. 열광의 이유는 첫째 가슴을 울리며 깊은 공감에 빠져들게 하는 가사, 둘째 출발을 앞둔 증기기관차의 기적소리와 철로에서 들리는 쇠바퀴소리 등을 연상케 하는 실감나는 곡조, 셋째 애절함의 극치와 감동에 곧장 다다르게하는 가수의 창법. 세 가지의 기본이 어우러져 기막힌 조화의 세계를 경험하도록 했으니 그것이 바로 이 노래가 절창인 이유다. 지금부터 이 노래의 비결에 대해 파헤쳐보고자 한다.
   
1950년대 부산역 광장의 모습.
■대중 열광시킨 절창의 노래

6·25전쟁이 3년 동안 온갖 파괴와 살륙으로 이 땅을 유린해놓고 1953년 7월 휴전이란 어정쩡한 이름으로 일단 막을 내렸다. 휴전협정 조인은 부산에서 힘든 피난살이로 살아가던 실향민들이 고향, 혹은 새로운 삶터를 찾아 떠나는 이동의 계기로 이어졌다. 휴전선 이남에서 내려온 사람들은 귀향 채비를 서둘렀지만 북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은 고향 가까운 쪽으로 삶의 근거지를 옮겼다. 관북지역 출신들은 강원도 속초 등 동해안 쪽, 관서지역 출신들은 인천, 강화 등 서해안 쪽에 삶터를 잡고 떠나갔다. 그리하여 1953년 8월부터 그해 12월까지 부산역 광장과 플랫폼에는 이별의 통과의례로 넘쳐났다. 가장 흔한 이별의 의례는 악수와 포옹, 눈물과 흐느낌이었으리라.

   
영화 ‘이별의 부산정거장’ 포스트.
단신으로 부산에 왔다가 환도할 때 식구가 불어서 떠나는 경우도 있었겠지만 부부가 왔다가 헤어져 홀로 떠나는 외톨이도 있었다. 그 환도행렬 중 유난히 애처로운 이별장면이 있었으니 그것은 고향에 가족을 두고 홀로 부산에 내려와서 부산 여인과 정분을 맺고 새살림을 차렸던 유부남이었다. 우리는 결코 도덕적으로 그를 나무랄 수 없다. 부산 여인의 극진한 내조와 사랑으로 힘들고 쓰라린 피란시절을 잘 견디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환도라는 느닷없는 돌풍이 불어 닥쳐 사내는 혼돈 끝에 가족들 곁으로 떠나게 되었다. 이런 결정을 하기까지 부산 여인의 통 큰 양보가 있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만 한다. 사내는 이제 부산역을 떠나려 한다. 여인은 역까지 따라와 이별을 슬퍼하며 흐느낀다. 얼굴은 온통 눈물범벅이고 두 눈은 퉁퉁 부어올랐다. 홀로 남은 여인에게 사내가 과연 무슨 말을 할 수 있었으리.



보슬비가 소리도 없이 이별 슬픈 부산정거장/ 잘 가세요 잘 있어요 눈물의 기적이 운다/ 한 많은 피난살이 설움도 많어/ 그래도 잊지 못할 판잣집이여 경상도 사투리의/ 아가씨가 슬피 우네 이별의 부산정거장

서울 가는 십이열차에 기대앉은 젊은 나그네/ 시름없이 내다보는 창밖에 등불이 존다/ 쓰라린 피난살이 지나고 보니/ 그래도 끊지 못할 순정 때문에 기적도 목이 메어/ 소리 높이 우는구나 이별의 부산정거장

가기 전에 떠나기 전에 하고 싶은 말 한마디를/ 유리창에 그려 보는 그 마음 안타까워라/ 고향에 가시거든 잊지를 말고/ 한두 자 봄소식을 전해주소서 몸부림치는 몸을/ 뿌리치고 떠나가는 이별의 부산정거장

■한 편의 연극… 시의 공백 메워

   
‘이별의 부산정거장’ SP음반.
이것은 한 편의 완전한 시작품이다. 1950년대 한국시는 자기에게 맡겨진 시대적 책임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했다. 대중가요가 오히려 시의 공백을 대신했다. 작사가 유호는 원래 극작가였으므로 이 노래 가사를 만들 때 마치 한 편의 연극장면처럼 생생한 효과로 되살려내려 했다. 각 소절에서 활용된 작품의 소도구는 보슬비, 정거장, 기적, 피난살이, 판잣집, 설움, 부산사투리, 열차의 창문, 고향, 몸부림 따위의 친근한 생활정서와 사물들이다. 그것이 오히려 이별의 슬픔과 애절함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부산역 플랫폼에 서서 열차를 기다리노라면 1950년대 초반, 이곳에서 들리던 증기기관차의 기적소리와 이별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떠나는 자와 보내는 자의 기막힌 이별 때문에 억장이 무너지고 가슴은 찢어졌으리라. 이 노래는 대중의 엄청난 사랑 속에 불후의 애창곡으로 자리잡게 되었고,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도 노가바(노래가사 바꿔 부르기) 형식으로 다양하게 활용돼 왔다. 노가바의 내용은 주로 격동기의 생활고, 가족갈등과 해체, 극심한 경제위기와 취업난, 부패관료에 대한 비판과 풍자 따위의 주제가 많았다. 여러 노가바 가운데 우리는 오늘 부드럽고 안정감을 느끼게 하며 긍정적 삶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 가사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별의 부산정거장’ 곡조를 이 가사로 불러보는 것도 삶의 작은 즐거움 중의 하나이리라.



   
우리 인생 길지 않아요 명품으로 살아봅시다/ 남은 인생 나의 인생 멋지게 살아봅시다/ 한 많다 신세타령 하지를 말고/ 멋지게 사는 방법 찾아봅시다/ 인생은 즐겁습니다 여기저기 하하 호호호/ 내 나이가 정말 어때서// 가기 전에 떠나기 전에 멋지게들 살다가보세/ 이래 사나 저래 사나 사는 건 매 한 가진데/ 한 많은 나이 탓은 우리가 왜 해/ 나이는 말 그대로 숫자뿐인데/ 인생은 길지 않아요 멋지게들 살아봅시다/ 우리네 멋진 인생을

시인·가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기자수첩] 부산경찰 내부 성범죄 ‘쉬쉬’…피해자 인권 뒤 숨지말라 /박호걸
  2. 2부산 돼지국밥집 유명 BJ 방송중 카메라에 딱 찍힌 ‘깍두기 재사용’
  3. 31명 뽑는 영화의전당 일반직, 189명 몰려 ‘바늘 구멍 뚫기’
  4. 4[김경국의 정치 톺아보기] 친문, 이재명 때리기…공멸 부른 ‘친박의 김무성 견제’ 닮아
  5. 5장인화, 부산 ‘경제수장’ 출사표…송정석과 2파전
  6. 6가덕신공항시대 글로벌 혁신의 리더 원한다
  7. 7LG메트로시티 리모델링 설계 우선협상대상자에 ‘희림’
  8. 8부산 ‘관광비행 수학여행’ 본격화…위기의 항공업계 새 활로 가능성
  9. 9여성혐오 유발 안전표어…태영건설 안내판에 시민 공분
  10. 10가덕도 SOC 공사 올스톱…주민 “생존권 보장하라”
  1. 1[김경국의 정치 톺아보기] 친문, 이재명 때리기…공멸 부른 ‘친박의 김무성 견제’ 닮아
  2. 2가덕신공항시대 글로벌 혁신의 리더 원한다
  3. 3[4·7 현장 '줌인'] “朴 자질 검증” 선공 날린 김영춘, “내가 할 소리” 되받아친 박형준
  4. 4여당 “LH 자체조사” 진화 나섰지만…야당 “검찰 직접 나서라”
  5. 5두 후보 “경선 경쟁자를 품어라”
  6. 6윤석열 사퇴효과? 지지율 수직 상승
  7. 7한미 방위비분담금 원칙적 합의…5년 계약 유력
  8. 8합조단 2만3000명 1차 조사…2013년 12월 거래부터 검증
  9. 9문 대통령 “LH 의혹, 검경 협력 필요한 첫 사건”
  10. 10민주당, 내일부터 김태년 대행체제
  1. 1장인화, 부산 ‘경제수장’ 출사표…송정석과 2파전
  2. 2LG메트로시티 리모델링 설계 우선협상대상자에 ‘희림’
  3. 3정부, 가덕도 신공항 건설 TF단 구성…김해공항 확장안 완전히 백지화 의미
  4. 4공동어시장 코로나19집단감염에 경매 중단
  5. 5스마트항만 운영할 핵심 전문인력 부산서 키운다
  6. 6부산 지스타 최대 2028년까지 연다…영구개최 한 발짝 더
  7. 7미국 국채 금리 오름세 지속에 외국인 2월 한국 주식 3조 순매도
  8. 8포스코건설·삼성물산 위험한 작업 거부권 도입
  9. 9부산어시장 집단확진으로 경매 올스톱
  10. 10펄쩍 뛴 밥상물가…OECD 네 번째로 많이 올랐다
  1. 1[기자수첩] 부산경찰 내부 성범죄 ‘쉬쉬’…피해자 인권 뒤 숨지말라 /박호걸
  2. 2부산 돼지국밥집 유명 BJ 방송중 카메라에 딱 찍힌 ‘깍두기 재사용’
  3. 3부산 ‘관광비행 수학여행’ 본격화…위기의 항공업계 새 활로 가능성
  4. 4여성혐오 유발 안전표어…태영건설 안내판에 시민 공분
  5. 5가덕도 SOC 공사 올스톱…주민 “생존권 보장하라”
  6. 6뒤늦게 바뀐 백신지침에…구청장 ‘솔선수범 접종’ 물거품
  7. 7배달 대행업체 오토바이 몰던 50대, 신호위반 사고로 사망
  8. 8코로나19 확진자 하루만에 다시 400명대 중반으로
  9. 9동명대 새 총장에 전호환 부산대 전 총장
  10. 10양산종합복지타운, 이용자 중심 맞춤시설로
  1. 1손흥민·케인 14골 합작…EPL 단일 시즌 신기록
  2. 2“7월 KPGA 우성 대회 꼭 우승 하겠다”
  3. 3전인지 3개 대회 연속 ‘톱10’…부진 말끔히 털어내
  4. 4또 호수 넘긴 괴물 샷…디섐보, 통산 8승 번쩍
  5. 5부산 아이파크 박정인, K리그2 2R '베스트11' 공격수로 선정
  6. 6스트레일리 완벽투·프랑코 강속구…롯데 희망 봤다
  7. 7신세계야구단 “쓱 랜더스로 불러주세요”
  8. 8허훈·양홍석 쌍포 침묵…kt, 4연승 다음 기약
  9. 9박정인·발렌티노스 ‘골 맛’…페레즈호 첫 승 신고
  10. 10이대호·손아섭·민병헌 39억 깎았더니, 거인 연봉순위 8위(작년엔 1위) 추락
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
장현정 작가의 인물 에세이 ‘이수현, 1월의 햇살’
부산 관광…예술로 리디자인
관광기념품의 힘을 보여줘
리뷰 [전체보기]
살인마도, 그를 쫓는 경찰도 모두 괴물…오랜만에 만난 ‘웰메이드 스릴러’
‘메모리’ 한국어 제창 때 가장 큰 박수…그리자벨라 독창엔 전율
새 책 [전체보기]
내몸내뼈(황신언 지음·진실희 옮김) 外
세계사를 뒤바꾼 가짜뉴스(미야자키 마사카츠, 옮긴이 장하나)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다양한 경력 소유자들 사업 도전
교권 침해 대처할 현실적 방안은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겨울’-전영근 作
‘Migrants’ - 손봉채 作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봄 저녁 /전연희
간이역 /김일우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스위트홈’의 이응복 감독
종영 ‘산후조리원’의 엄지원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영화 ‘미나리’ 한예리
‘승리호’ 조성희 감독 & 송중기
이원 기자의 클래식 人 a view [전체보기]
피아니스트 랑랑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올해 예능 트렌드는 공감과 힐링 두 토끼 잡기
K 무비·드라마 성공비결은 한국적 서사와 홍보전략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K-무비서 사라져가는 영상 문법들
우주서 화려한 영상미 얻고 연출력을 잃다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20년 9월 29일
묘수풀이 - 2020년 9월 28일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1년 3월 9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1년 3월 8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1년 3월 9일(음력 1월 26일)
오늘의 운세- 2021년 3월 8일(음력 1월 25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제27회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2차전
제27회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2차전
장은진의 판타스틱 TV [전체보기]
tvN의 ‘신박한 정리’
우리 인생의 드라마 ① HLKZ-TV ‘천국의 문’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인간관계에 관한 ‘천자문’ 한 구절의 가르침
당나라의 관료 육지가 황제에게 올린 직언
  • 바다식목일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