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어린이 제공

주인공 ‘나무’는 집 앞 공원 숲에서 친구들과 노는 걸 좋아하지만, 엄마는 늘 ‘공부하라’는 잔소리만 한다. 책상 앞에 앉아있는 걸 갑갑하고 힘들어하던 나무는 몸을 배배 꼬고, 눈물을 뚝뚝 흘린다. 어느 순간 나무는 발가락 다리부터 서서히 몸이 굳어가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그리고는 이내 몸 전체가 ‘의자’로 변해버리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나무가 사라진 날’은 통제와 억압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해 보여준다. 공부를 강요하는 엄마의 잔소리에 지친 나무가 무생물인 의자가 된다는 설정으로, 교감 없는 일방적인 지시가 아이의 성장을 방해하고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동화 속 나무 엄마는 아이가 잘되길 바라는 오늘날 보통의 부모를 투영하고 있다. 잔소리는 모두 사랑의 표현으로 알고, 그러한 행위가 아이를 힘들게 한다는 걸 알지 못한다. 뒤늦게 후회하며 나무를 되돌리기 위해 각종 전문가를 찾지만 모두 허탕으로 끝난다. 그런 나무를 되살린 게 공원 숲과 편견 없는 친구들, 엄마의 따뜻한 품이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려면 아이답게 즐기고 누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의미한다.

동화의 그림은 회화와 디자인을 전공한 작가가 직접 그렸다. 연필 목탄을 주재료로, 질감과 흑백 대비를 활용해 인물들의 감정을 드러낸 점이 돋보인다. 의자로 변한 나무를 보고 충격을 받은 엄마의 뒷배경을 먹색으로 거칠게 그리고, 엄마와 나무가 함께 밤하늘을 보는 장면은 부드러운 질감으로 표현했다. 연령대에 따라 인물들의 머리칼에 녹색을 다양하게 적용한 점도 재밌다. 아이들의 머리칼은 싱그러운 새싹을 닮은 연두색을, 어른들의 머리는 녹색과 갈색을 섞어 세월의 흔적을 드러냈다.

민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