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드러내고, 들어내서…본질에 다가서다

‘나무’ 시리즈 유명한 사진작가 이명호, 고은사진미술관서 ‘드러내다’전 열어

  •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
  •  |   입력 : 2020-10-18 19:18:32
  •  |   본지 1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부산적인 신작과 실험적인 30점 전시
- “동음이의어지만 반대 개념의 두 단어,
- 비우고 채우며 내 작업 키워드 뽑아내”

들판의 평범한 나무들 중 한 그루 뒤에 새하얀 캔버스를 설치한다. 캔버스가 드리워지면서 그 나무는 더이상 무리 속의 이름 없는 존재가 아니다. 나무는 이제 김춘수의 시 ‘꽃’처럼 ‘내게 이름이 불린’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로 되살아난다.
‘Tree’.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사진을 통해 묻혀진 대상을 환기시키는 작업으로 유명한 ‘나무’ 시리즈의 이명호 작가가 오랜만에 부산을 찾았다. 고은사진미술관에서 다음 달 25일까지 개최하는 기획전 ‘드러내다’ 전으로, 작가의 대표적인 작업 방식인 ‘사진-행위 프로젝트’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작가의 의도에 따라 보이지 않던 대상을 보이게 하거나, 잘 보이는 대상을 보이지 않게 하는 대비 작업을 절묘하게 표현했다. 특히 부산을 주제와 소재로 한 ‘부산적인’ 신작과 함께 인화지 위 피사체를 모두 사라지게 하는 실험적인 작품 등 모두 30여 점을 소개하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Nothing But(아무 것도 아닌 그러나)’.
전시장 입구에서 작가는 “전시 제목인 ‘드러내다’는 ‘드러내다’와 ‘들어내다’의 동음이의어다. 각각 발음은 같지만 ‘나타나게 하다’와 ‘사라지게 하다’의 사뭇 다른, 사실상 반대의 결을 지닌 두 가지 의미다”며 “이번 전시에서 저의 모든 작업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뽑아낸 게 가장 의미있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전시장은 크게 3군데로 나뉜다. 한국어 발음으로 분류한 ‘하:야치(화이트 룸)’‘까:마치(블랙 룸)’ ‘하:야치(도), 까:마치도(그레이 룸)’로 명명한 공간이다. 화이트 룸에서 먼저 만나게 되는 전남 해남의 골프장 언덕 위에 서 있는 나무는 캔버스를 뒤에 설치함으로써 더욱 선명하게 자신을 드러냈다. 작가는 같은 공간을 낮과 밤, 동과 서로 달리해 촬영함으로써 같은 사물을, 마치 다른 공간·다른 나무인 것처럼 대비시켰다. 작가의 대표작 ‘나무’ 연작의 하나로 ‘재현’ 작업이다. 원거리에서 한 폭의 산수화처럼 보이는 앙증맞은 나무의 실제 높이는 9m를 훌쩍 넘는다.

그레이 룸에서는 ‘어떤 것도 아닌 그러나(Nothing But)’ 연작을 만난다. 사진 속 바다는 부산 다대포다. 작가는 나무 작업과 반대로 바다 위 바위 앞에 거대한 형태의 캔버스를 닮은 철판을 설치함으로써 바위를 지워버리는, ‘들어내는’ 작업을 선보인다. “‘나무 연작’에서 나무를 겉으로 드러낸 게 오히려 대상을 멀게 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대상을 비워냄으로써 대상의 본질에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이 작업을 구상했다. 어떤 것도 아니지만, 그 뒤에는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무한 상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들어내는’ 작업은 인화지 위 모든 것을 ‘사라지게’ 하는 실험적 작업으로 귀결된다. 전시장 곳곳에 소개된 액자 속 새하얀 작품이 바로 그것이다. 작가는 을숙도 다대포 등을 촬영해 사진을 만들었다가 하염없이 인화지에 맺힌 상을 긁어내면서 사진을 없앴다. 모든 것을 긁어내 아무 것도 없어 보이지만, 실제 그 종이 위에는 바다가, 파도가, 바위 섬이 들어 있다.

작가는 “들어내서 드러내는, 혹은 드러내서 들어내는, 비우고 채우고, 채우고 비우는 ‘텅 빈’과 ‘꽉 찬’이 교차하는 작업이다. 그동안 제가 해온 ‘사진-행위 프로젝트’의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어”라고 설명했다. 이외도 사막 연작인 신기루 작업(재연), 필름이 오래돼 망가지면서 우연히 회화적인 느낌을 뿜어내는 작품 등 다채로운 작업들이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철마 한우 싸다 싸
  2. 2“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3. 3[속보]‘부캉이’ 차단 그물 뚫고 되돌아와
  4. 4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5. 5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6. 6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7. 7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8. 8[포토에세이] 노랗게 물든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9. 9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10. 10“우리가 알던 그 시절 SM 맛” 이수만표 흥행 공식 또 적중…돌풍 속 잡음도
  1. 1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2. 2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3. 3[뭐라노]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4. 4김여정 "국경선 새 대응수단 임무대기…확성기도 수일 내 가동"
  5. 5우크라 공관원 추가 철수에 국힘 반발
  6. 6[2026 국감 브리핑] 박홍배 “국회부산도서관 지역서점 구매 0.3%”…제도 개선 필요
  7. 7외교부, 'DMZ 北지뢰 폭발'관련, 유엔안보리 의장에 서한 발송키로
  8. 8이 대통령 "중수청 지휘감독 포기하는건 탄핵사유" 野 "국무회의 참석하면 밀실지휘 없어지나"
  9. 9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10. 10‘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1. 1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2. 2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3. 3SB선보, 대선조선 인수 마침표…‘SB대선’ 닻 올렸다
  4. 4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5. 5市, 불꽃축제 앞둔 광안리서 바가지 근절 캠페인
  6. 6타 지역 줄어드는데 부산 5.9%↑…고령화 여파도
  7. 7동남권 해양ICT 육성…해운AX·북극항로 개척 협력
  8. 8선박 배기가스 저감·밸브제어로 두각…AI 관제 신사업으로 영토 확장
  9. 9‘모두의 창업’ 2기 가동…부울경 1135명 레이스
  10. 10의료AI 신기술 총망라 ‘키메스 부산’ 23일 개막
  1. 1“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2. 2[속보]‘부캉이’ 차단 그물 뚫고 되돌아와
  3. 3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4. 4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5. 5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6. 6부산대·교대 통합 온도차…부실 보고 질타도
  7. 7데이터센터 몰리는 사하구…주민 갈등 줄일 조례 탄생
  8. 8생곡소각장·퐁피두 등 전·현 시정 공방…울산 국힘 퇴장 파행
  9. 9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10. 10부산시 신임 기획조정실장, 하민상 공수처 담당관 임용(종합)
  1. 1‘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2. 2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3. 3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4. 4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5. 5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6. 6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7. 7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8. 8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9. 9"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10. 10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우리은행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남인목-웃는 나무
강동윤-Pixelated Oasi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2일 (음 9월 12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1일 (음 9월 11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