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촉촉해진 보드라운 흙 위로 매미 유충들이 ‘쏙’하고 모습을 드러낸다. 날개돋이를 하려 알에서 깨어난 지 7년 만에 빛을 보는 셈이다. 주변의 나뭇가지 위로 기어 올라가는 작고 여린 유충은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다. 안전한 곳을 찾아 위로 옆으로 또 위로 잠깐 떨어졌다가 다시 위로 이동하는 사이 해는 지고, 유충들은 마치 꽃망울이 터지듯 두꺼운 껍질을 뚫고 어둠 속에서 반짝이며 피어난다. 하지만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날개와 몸이 보송보송하게 말라 더 높은 나무 위로 날아오를 때까지 매미는 개미·사마귀·참새 등 수많은 천적의 눈을 피해 숨어야만 한다.
책은 매미가 땅속에서 세상 밖으로 나와 두 날개를 활짝 펴는 여정을 비춘다. 허물을 벗어 촉촉하고 투명하게 빛나는 매미의 날개, 저녁노을과 밤빛에 물든 나무들, 꽃잎을 가득 머금은 꽃망울이 수채화로 맑고 투명하게 표현됐다.

어릴 적부터 매미를 좋아했던 저자는 주변에서 매미를 관찰해 왔다. 매미가 성장하며 남긴 흔적 중에서도 매미가 벗어 놓은 허물에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비록 텅 비어 보이지만 오랜 시간 매미 유충의 몸을 보호해 주었던 허물은 단순한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것을 넘어, 수년간의 기다림 끝에 비로소 피어나는 과정이 빠짐없이 기록된 매미의 성장기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에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자세히 보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매미가 벗어 놓은 옷, 텅 빈 곳에서 수많은 감정을 봤다. 그 흔적을 나누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