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과 내달 25일 인문토크
- 세대별로 13개 프로그램 구성
- 현장 행사 영상 유튜브로 송출
- 비대면 접근·향유 기회 확대

부산 인문단체들이 시민의 인문학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문화·지식 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앞으로 3개월에 걸쳐 인문학의 관점에서 ‘코로나 시대’를 성찰하고, 공존과 연대를 위한 해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또 이번 프로젝트를 ‘부산발 세계인문학대회’로 키워 해외 각국과 연대해나가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최근 부산 해운대구 센텀디지털캠프에서 개최한 ‘부산인문토크’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비대면 사회와 오늘의 삶의 모습’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부산인문연대 제공

부산인문연대는 2020부산인문프로젝트 ‘부산, 인문바다에 빠지다’를 추진한다고 5일 밝혔다. 부산인문연대는 지역대학 인문학연구소와 민간단체가 참여한 네트워크로 지난해 여름 결성했다. 경성대학교 한국한자연구소, 국립한국해양대학교 국제해양문제연구소, 국제다문화사회연구소, 모퉁이극장, 문화공간 봄, 민주시민교육원 나락한알 등 13개 단체가 공동 주관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코로나 시대의 인문학적 접근’이라는 큰 틀에서 13개 프로그램으로 진행한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비대면을 권장하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행사장 내 참석 인원은 최소화하고, 사전 예약제를 도입한다. 또 각 프로그램 현장은 영상 촬영 후 유튜브로 송출해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한다.

부산인문연대가 준비한 프로그램 중 하나인 ‘부산인문토크’는 총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첫 행사는 지난달 25일 ‘비대면 사회와 오늘의 삶의 모습’을 주제로 열렸다. 오는 21일과 다음 달 25일에는 각각 ‘재난, 연대와 공생’ ‘작가들이 바라본 위기의 시대’를 놓고 논의한다. 현장에서 인문 역사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했다. 시네바움과 인본사회연구소가 진행하는 ‘지하철 따라 부산역사를 걷다’는 해설가와 함께 걸으며 지하철역 명칭의 유래, 인근 마을의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어린이 청소년 청년 장년 어르신 등 세대별로 프로그램을 구성한 점도 눈길을 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는 코로나 시대에 가족 구성원의 역할을 이해하고, 가치 충돌을 해결하는 방안을 게임 역할극 등으로 다양하게 전달한다. 청소년, 청년 참가자들과는 아프리카 다문화 등 낯설게 느낄 수 있는 세상에 대한 이해와 공존의 방법을 공유한다. 노년층을 대상으로는 ‘정신분석전문가가 바라보는 코로나 블루’ ‘시니어, 유튜브와 알고리즘에 대해 배우다’와 같은 이색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부산인문연대 측은 “인문학의 진흥을 위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인문학적 사유가 훈련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각 연령대에 맞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며 “이번에는 코로나19로 다양한 공간을 확보하기가 어려웠는데, 앞으로는 소외된 지역을 직접 찾아갈 수 있도록 행사를 기획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체 프로젝트는 오는 12월 15일 ‘원탁회의’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부산인문연대 회원, 프로그램 참석자들이 모여 지난 행사를 평가하고, 프로젝트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인문연대 남송우 대표는 “현대 인문학은 국·사·철뿐 아니라 자연과학 사회과학까지 통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향후 이공계를 비롯한 폭넓은 참여를 희망한다“며 "한편으로는 아시아권을 아우를 수 있는 ‘세계인문학대회’로 키워나가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