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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해외작가·지역민 언택트로 꾸민 비엔날레…설치 과정도 작품 되다

코로나 탓 입국 못 한 작가 49명, 코디와 소통해 비대면 설치 작업

  •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  |   입력 : 2020-09-27 19:44:04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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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시도 기록으로 남겨 전시
- ‘도시 부산’ 주제 작품 30일 공개

2020 부산비엔날레가 드디어 오는 30일부터 공개된다. 지난 5일 공식 개막했지만 전염병 재확산으로 주 전시장인 부산현대미술관 등 공공문화시설이 문을 닫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작품 363점은 온라인 개막식 이후 25일만에 관람객에게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앞서 27일 부산현대미술관을 둘러본 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이 방식이 되는구나’였다. 코로나 탓에 작가들의 ‘손길’이 없었던 ‘언택트’ 비엔날레. 작가를 대신해 코디네이터들이 설치에 참여한 첫 비엔날레였지만 완성도는 뛰어났다.
부산현대미술관 1층 로비에 설치된 아티스트 듀오 ‘요스 드 그뤼터 & 해럴드 타이스’의 설치미술 작품 ‘몬도 카네’. 작가들은 주정뱅이 미치광이 창녀 훌리건 등 억압된 대상을 불러내 부조리해 보이는 현 시대상을 투영했다. 부산비엔날레 제공
■비대면 준비… 부족함은 못 느껴

오는 11월 8일까지 열리는 2020 부산비엔날레는 도시 부산을 주제로 쓰인 문학 작품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에서 시작해, 이에 영감을 받아 선택되거나 창작된 시각예술, 음악 작품이 어우러져 완성됐다.

먼저 1층 입구에 들어서자 철창 속에 갇힌 기계인형이 무미건조한 표정과 어색한 몸짓으로 반겼다. 아티스트 듀오 ‘요스 드 그뤼터 & 해럴드 타이스’의 설치미술 작품 ‘몬도 카네’였다. 철창 속에는 주정뱅이 미치광이 창녀 훌리건 등 기괴한 인형들로 가득했다. 말을 건네기보다는 중얼거리고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작가들은 억압된 대상을 불러내 부조리해 보이는 현 시대상을 반영하는 설치 작업을 선보였다. 모니카 본비치니가 거대한 목조 주택으로 표현한 작품 ‘벽이 계속 움직이면서’도 눈길을 끌었다. 1층 전시장 한가운데에 가로 868㎝ 세로 828㎝ 높이 870㎝ 규모의 거대한 이탈리아 목조주택 뼈대가 설치돼 있었다.

코로나 상황을 시사하는 리우 와 작가의 9분짜리 가상현실 영상작품 ‘Devil‘s Ivy’도 인상 깊었다. VR기기를 쓰고 의자에 앉자 시체가 쌓여있는 유람선과 도시 풍경이 계속해서 나타났다. 전염병으로 멸망을 앞둔 지구를 표현한 작품이다. 작가는 신경미학적 관점에서 VR, 영상, 회화 작업을 신경 과학 기술과 접목해 인간 지각의 한계와 주관성을 탐구해 왔다.

라세 크로그 묄레르 작가는 ‘한편 부산에서 혹은 책상 위에서의 여행’을 통해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을 작품으로 선보였다. 작가는 껌 자국, 타이어 바퀴 자국, 떨어진 머리끈, 메모지와 같이 일상에서 통상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 대상에 주목해 왔다. 그는 이를 ‘도시 속 사람들의 흔적’이라고 보고 수집·분류하고 텍스트, 사진, 드로잉, 출판물로 재구성하는 아카이브형 전시를 선보였다. 유형 혹은 장소별로 나열되는 그의 수집품과 기록은 인류학적 이해로 그려낸 도시의 지도다. 작가를 대신해 탐험가라고 불리는 코디네이터들이 도시를 다니며 사소한 물품을 수집한 이들과 의사소통한 내용도 작품에 그대로 담았다. 비엔날레 이설희 전시팀장은 “작가는 그동안 직접 도시를 탐험하면서 작품을 만들어 왔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현지인의 손을 빌려 작업을 진행했지만 결과물에 매우 만족해한다”고 설명했다.

■준비과정 자체가 작품… 많은 영상물 다소 아쉬워

이번 전시에는 34개국의 작가 89명이 참여했다. 이 중 시각예술 작품을 선보인 작가 69명 중에 50명이 외국인이고 비앙카 봉디를 제외한 49명은 코로나로 국내에 입국하지 못한 채 비대면으로 작품을 설치했다. 작품 구성물을 배로 보낼 뿐 설치 과정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비엔날레 이상섭 사무처장은 “처음에는 많은 걱정을 했지만 코디네이터가 작가들에게 실시간으로 설치 과정을 온라인으로 보여주면서 신뢰를 쌓을 수 있었고,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며 “이번 비엔날레는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매우 의미 있어 모든 과정을 기록으로 남겼고 공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시장에 영상물이 많고 길이가 길다는 점은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주요 영상물 재생 시간만 해도 4, 5시간에 달할 정도였다. 한번 방문으로 영상물과 다양한 설치미술을 감상하면서 의미를 곱씹어보는 것은 불가능했다.

한편, 조직위는 전염병 예방과 안전한 전시 관람을 위해 관람객 간 접촉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시간별 관람 인원을 제한하고 100% 온라인 사전예매(ticket.yes24.com)를 통해 입장권을 구매할 수 있게 했다. 유료전시장(부산현대미술관, 영도 전시장)을 포함한 모든 전시를 관람할 수 있으며 부산현대미술관은 총 7회차(1시간 간격으로 입장) 관람으로 관람 1시간 전까지 예매할 수 있다. 영도 전시장은 입장권을 소지한 관람객만 도착한 순서대로 입장할 수 있고, 현장 상황에 따라 관람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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