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명의 연예인이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배우 오인혜 씨가 향년 36세로 지난 14일 영면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가수이자 배우 설리에 대한 방송을 내보낸 한 방송사가 고인의 인권을 침해하고 편견을 부추겼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시점에 들려온 또 한 번의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고인을 다루는 프로그램은 신중해야 한다. 다큐멘터리 형식이라면 목적의식이 확실해야 한다. 추모를 위한 것인지, 의문사라면 왜 그러한 의문을 남겼는지. 비판하는 대상에 대한 논거를 정확히 하지 않으면 자극적인 소재를 이용한 전파 낭비밖에 되지 않는다. 대중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을 자신이 없다면, 고인에 대한 예의를 위해서 방송은 한 번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물론 제작진의 처지에서 항변해보자면, 설리에게 가장 가까운 존재였을 부모님의 입장을 전달하고 스물다섯 청춘을 사지로 몰아붙인 그릇된 익명의 대중을 비판하기 위함이었을 터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팬과 지인, 가족으로 나뉘어 논쟁을 벌이는 시끄러운 모양새를 낳고 말았고, 고인이 된 한 연예인의 인권이 여전히 존중받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장자연의 죽음 이후에도 우리는 무수한 가짜뉴스와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은 보도로 고인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았는가. 이제 그만 그들에게 대중에게서 잊힐 권리를 주자고 말하고 싶다.
개그맨 출신인 연예인 자살방지예방협회 권영찬 소장은 연예인은 대중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지만, 오히려 연예인 그들 자신은 그와 반비례하는 삶을 산다고 말한다. 권영찬 소장은 최근에도 ‘미스터 트롯’ 출신 김호중을 살해하겠다며 협박한 안티 팬과 관련해 고소장을 접수하고 문제의 심각성을 호소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연예인도 인간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대중을 울리고 웃기는 ‘피에로’들을 어둠 속으로 유인하는 이들은 왜 스스로 빌런(villain·악당)이자 파멸적인 조커가 되려 하는가. 자극적인 소재는 병을 만들어낸다. 언제쯤 우리는 이 독하디독한 유혹의 성배를 뿌리치고 건강한 포도주 한 잔에 만족할 수 있을까.
동명대 외래교수·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