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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도의 '논어와 음악'-세상을 밝히는 따뜻한 울림 <19> 제18곡 - 공자의 일상

제철음식, 소식, 깔끔한 옷 … 맛·멋 즐기는 일상이 수양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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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생활에 엄하고 까다롭던 공자
- 절제와 조화로 웰빙 라이프 즐겨
- 예·품격 갖춘 단정한 패션 애용

- 사이비 음식과 향원은 멀리해
- 뱉은 말 책임 안지는 ‘식언이비’
- 정치인이 명심해야 할 한마디

‘공자왈’ 하면 어떤 생각이 먼저 드시나요. 고리타분을 넘어 코리타분하다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요. 박제화한 규범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도덕 타령으로 여긴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2500년을 이어온 지혜와 비전을 기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말의 성찬이 아니라 자기 반성이요, 미래를 개척하는 실천이기 때문이지요.
   
경남 거창군 동계 정온 선생 종가의 손님맞이 상차림. 조상을 섬기는 만큼 손님 접대를 중요하게 여기는 종가의 정성과 기품이 담겼다. 깊은 손맛과 신선한 재료가 잘 어우러짐을 알 수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여기 소담스러운 밥상이 있습니다. 경남 거창군의 초계 정씨 정온 선생 종가에서 마련한 손님맞이 상차림입니다. 공자께서 ‘집 밖에선 모든 사람을 마치 큰 손님처럼 대하라’고 했으니, 집으로 온 손님 대접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종가의 각별한 정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며칠이 걸려야 완성되는 집장이나 족편 같은 음식부터 금세 익혀야 아삭함을 잃지 않는 고추소찜, 콩나물찜까지 손이 많이 가는 음식들입니다.

식사 후 다과상을 빼놓을 수 없지요. 잣을 띄운 오미자차, 호두를 박은 곶감과 잣, 그리고 육포가 정갈합니다.

   
육포 맛이 좋기로 소문난 식사 후 다과상. 농촌진흥청 제공
동계 정온(1569~1641) 선생은 광해군의 폐정에 목숨을 걸고 직언했던 충신이었습니다. 영남 유학의 거두인 남명 조식 선생 학풍을 이었지요. 요즘 말로 ‘뼛속까지 공자화’한 조선 선비의 가풍을 통해 공자께서 어떻게 음식을 먹고 어떤 생활을 했는지 짐작할 만 합니다. 땅이 다르고 사람이 다르니 음식이야 당연히 같을 수 없으나 그 마음가짐은 한결같지 싶습니다. 먹고 입고 사람 대하는 일거수일투족이 빈틈 없고 절도 있고 깔끔했다는 공자입니다. 멋과 예민한 감각은 일상이 수양이고, 그 지향점이 인(仁)과 예(禮)를 체화한 군자임을 몸으로 보여주신 셈이지요. 공자 일상을 곱씹는 건 결국 그의 인품을 되새기는 일입니다. 현실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힘쓴….

‘군자는 식사할 때 배불리 먹기를 바라지 않고 거주함에 편안하기를 바라지 않는다’(군자식무구포거무구안·君子食無求飽居無求安)는 게 공자의 가르침입니다.



   
영국 출신 뮤지션 제이콥 콜리어의 ‘Here Comes The Sun(feat. dodie)’(QR코드 또는 인터넷 주소 https://youtu.be/dXf1nUVdVuM)을 들으며 시작하겠습니다. 다재다능한 신인으로 호평받는 그는 비틀즈 원곡을 특유의 하모니로 재해석했습니다.



■춘추시대의 웰빙 라이프

‘논어’(論語) 10편(향당)은 공자의 일상을 보여주는 드라마입니다. 그 중에서도 음식을 대하는 태도는 웰빙 라이프로 손색이 없습니다. 특히 ‘제철 음식이 아니면 먹지 않으셨고’(불시불식·不時不食), ‘많이 먹지 않으셨다’(불다식·不多食)는 8장 내용에 주목합니다.

공자께서는 곱게 찧은 쌀로 지은 밥과 가늘게 썬 회를 좋아하셨습니다. 음식의 맛과 색에 민감해서 색깔이나 냄새가 나쁘거나, 잘못 익히거나, 반듯하게 썰지 않거나, 간이 제대로 되지 않은 음식은 멀리했습니다. 제철 음식을 즐기면서, 고기를 비록 많이 먹으나 밥 생각을 잃을 정도로 탐하지는 않았죠. ‘마시고 먹는 것과 남녀의 사랑은 사람의 큰 욕망’(음식남녀인지대욕·飮食男女人之大慾)이라는 ‘예기’(禮記) 구절처럼 본성에 따른 행동을 도덕과 윤리의 근간인 예에 맞춰 조화롭게 절제했지요.

공자의 옷차림도 만만찮습니다. 사마천은 ‘사기’(史記) ‘공자세가’(孔子世家)에 공자의 키가 9척6촌이라고 적었습니다. 이를 현대 도량형으로 환산하면 221.76㎝라는 주장을 중국 학자가 제기한 적이 있지요. 미국프로농구에 진출한 중국 선수 야오밍(226㎝)에 버금가는 장신입니다. 이 같은 주장의 진위를 떠나 기골이 장대한 풍모였음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공자께선 공식 행사엔 당연히 관복 차림이었겠으나, 검은 옷엔 검은 새끼 염소털 외투 등 깔맞춤 외출복을 고집하고, 여름철 홑겹 옷엔 속옷을 갖춰 입으며, 잠옷을 따로 두었습니다. 춘추시대 패셔니스타가 따로 없습니다.

이처럼 위생적인 식생활, 깔끔한 의복, 평정심을 유지하는 마음 등 3박자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신신요요’(申申夭夭)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공자께서 한가로이 계실 때에는 몸가짐이 편안하시고 얼굴빛이 온화하셨다’(子之燕居 申申如也 夭夭如也·자지연거 신신여야 요요여야)는 ‘논어’ 7편(술이) 4장 구절입니다. 신신은 단정하고 공경스러운 모양이고, 요요는 평화로운 모양입니다.

■사이비 음식·지식인 가려내야

공자께선 73세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당시로 친다면 평균수명의 배를 웃돌았으니 장수하셨습니다. 100세 시대를 구가하는 현대인 입장에서 볼 때 새로운 것이 없다고 불평할 수도 있습니다. 슬로푸드나 로컬푸드가 일상이 되고, ‘먹방’이 대세이니까요. 시대가 변했고, 아무리 공자라 하더라도 완벽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말도 맞습니다.

그럼에도 공자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이유는 음식 같지 않은 음식이 사람을 해치고, 번드레한 겉치레로 사람을 현혹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음식 같지 않은 음식을 사이비(似而非) 음식이라고 한다면, 말만 앞세우며 실속이 없으며 사리사욕만 추구하는 사람은 사이비 지식인, 향원(鄕原)이랄 수 있겠지요. 공자께서 그렇게 싫어했던 두 가지가 바로 사이비와 향원이었습니다.

‘밥 먹을 땐 밥만 먹자’(식불어·食不語)고 한 이가 공자였습니다. 한 끼 밥을 소중히 여기고, 그 밥을 만든 이들을 고맙게 여기고, 함께 밥 먹는 공동체를 위하는 마음입니다. 진정성과 한결같음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식언’(食言)이란 말은 다들 아시죠. 한번 입 밖에 낸 말을 도로 입 속에 넣는다는 뜻으로, 약속한 말대로 지키지 아니함을 이르지요. 그렇다면 ‘식언이비’(食言而肥)는 무슨 뜻일까요. 실속 없는 말로 살이 찐다는 의미이니, 자기가 한 말이나 약속을 지키지 않고 헛소리만 자꾸 늘어놓는 것입니다.

말만 앞세우는 정치인들 특히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정다운의 연주와 정혜선의 목소리가 신선한 J Rabbit의 ‘Happy Things’(QR코드 또는 인터넷 주소 https://youtu.be/fhs55HEl-Gc)를 들으며 마치겠습니다.


# 도미 대가리 넣은 돔장, 잣 올린 약산적…조상 섬기듯 손님 접대
 
■ 정온 선생 종가 손님상

정온 선생 종가의 손님맞이 상은 돔장 우엉버섯전 콩나물찜 닭다리구이 약산적 고추소찜 전복구이 족편 집장 김치 수란챗국 북어보푸라기와 약고추장 등으로 차린다. 종가에선 조상 섬기는 만큼 손님 접대를 중요하게 여긴다. 정성과 기품이 가득한 음식이다.

돔장은 뚝배기에 도미 대가리를 넣어 끓인다. 약산적은 다진 쇠고기와 양념장이 들어가고 잣으로 장식한다. 콩나물찜은 머리와 꼬리를 자른 콩나물을 사용한다. 족편은 소의 다리 부위와 닭고기 육수가 어우러진다. 집장의 주재료는 콩과 밀이며 가지와 박, 고추와 토란 등으로 풍미를 더한다.

정온 선생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지조와 충절을 지킨 문신이다. 임란 때는 부친과 함께 의병으로 활동했다. 영창대군의 피살에 항의하는 상소로 광해군의 노여움을 사 제주도로 유배됐다. 인조반정 후 이조참의·대사간·대제학·이조참판 등을 두루 거쳤다. 병자호란 때는 이조참판으로서 명나라와의 의리를 내세워 최명길 등의 화의 주장을 적극 반대했다.

   
종가 사랑채의 ‘충신당’이라는 현판은 추사 김정희의 글씨다. 정온 선생 시호는 문간(文簡)이다.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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