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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찍어 보고서 <2> 코로나 시대의 영화 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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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섭외해 촬영팀에 늦게 합류한 조감독은 항상 감독에게 할 말이 많았다. 조감독은 어떻게 조금 감독이 틈만 보이면 그새를 파고들어 구상이 이미 끝난 장면에서부터 논리적 허점을 끄집어냈다. “내가 앞만 보고 뛰느라 중요한 것들을 자꾸 흘리면, 뒤에서 조용히 좀 주워서 챙겨 와달라.” 섭외 당시 감독은 조감독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그것이 그에게 한 주문 일체였다. 하지만 부지런한 조감독은 찻길로 골목길로 뛰다니며 감독님 지갑이냐 열쇠냐 이어폰이냐 하며 뭘 자꾸 주워왔다. 그중엔 간간이 남이 쓰던 KF94 마스크 같은 것들도 섞여 있어 우리는 종종 갈등했다. 덕분에 단지 완성 자체가 목적처럼 보였던 영화는 놀랍게도 점점 형태를 갖춰 갔지만, 문제는 수면 부족으로 인한 감독의 신경 쇠약이었다. 예정된 서울행 하루 전날 통화에서도 조감독은 도무지 전화를 먼저 끊지 않았다. 감독은 서울행 KTX에서 한숨도 잘 수 없게 됐음을 직감하고 내내 안타까워했다. 조감독 섭외를 물리는 방법을 제작 끝날 때까지 고민했지만 회사에서 인건비 일부가 지급된 다음이었다. 감독이 임자를 만났다며 촬영감독은 얄밉게 깔깔거렸다. 하지만 임자도 감독도 촬영감독도 김PD도, 코로나19 변수를 예측하지는 못했다.

   
2m 거리두기 방역 지침을 철저히 지킨 촬영 현장. 사진 = 바림 손영훈
부산발 서울행 KTX 객실이 조용했던 이유는 다름아닌 바이러스였다. 승객 자체가 거의 없었다. 감독이 조감독 전화끊기를 어려워한 6월 20일 당시 코로나19 일일 확진자는 전국 67명으로 결코 적지 않았다. 서울 촬영을 마치고 부산으로 복귀하던 22일 서울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에만 800명에 달할 수도 있다며 2차 대유행을 우려했다. 하필 서울 촬영일이 21일이었다. 그만큼 서울 상황은 매우 엄중했고, 꼭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서울행을 결심하기 어려웠다. 드물게 앉아 있던 승객들도 기막힌 상황에 말문이 막혀 절대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밀폐된 공간에서 대화를 나누지 않는 게 점점 일상 예의로 자리잡던 시기였다. 조감독이 아무리 할 말이 많기로서니 불문율을 깰 수는 없었다.

촬영팀은 영화 제작 기간 내도록 코로나에 부딪혔다. 촬영은 다섯 시간 사이에 서울에서 경기를 오가며 부산 출신 1985년생 취재원 두 명을 만나 인터뷰하는 강행군이었다. 그러다 보니 일정 끝난 시간이 조금 늦기는 했지만, 저녁 8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문 연 식당 하나 찾기 어려웠다. 식당을 따로 알아보지 않은 데에는 그 나름 근거가 있었다. 서울은 자주 오갈 수 없는 만큼 할 수 있는 한 많은 인터뷰를 당일에 소화해야 했다. 언제 갈 수 있을지도 모르면서 식당을 예약할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숙소가 서울역과 그리 멀지 않은 번화가에 있었으니, 저녁 식사에 애를 먹으리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코로나에 그렇게 발목을 잡혔다. 골목 몇 개를 헤집어 겨우 비싼 식당 하나를 찾았을 때 조감독 얼굴엔 화색이 돌았지만 감독은 심히 제작비를 근심했다. 그러나 그 식당 말고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더 늦어지면 그나마도 문을 닫겠거니와 휴식 시간도 충분하지 않을 듯했다.

부산에서는 우선 취재원을 만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영화를 위해서는 많은 대학생 인터뷰가 절실했지만, 아르바이트 구하기가 예년의 몇 배 수준으로 어렵고 강의마저 원격으로 하는 시대다. 기대와 달리, 낯선 작업을 선뜻 수락할 사람이 많을 수 없었다. 어렵게 인터뷰 일정을 잡아도 신경 쓸 것들이 많았다. 1985년생으로 부산에서만 내도록 살았다는 어느 청년 졸업생에게 아내와 아기를 동반한 인터뷰가 가능하겠냐고 물었다. 아기보다는 아내 이야기가 듣고 싶어서였다. 그의 아내도 부산에서만 청년을 꼬박 보낸 1985년생이었다. 그런데 한 살 배기 아기가 같이 온다 하니,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김PD를 비롯해 제작부와 촬영부가 예정보다 일찍 모여 스튜디오를 쓸고 닦았다. 소독용 티슈로 문 손잡이부터 책상과 의자까지 닦고서 그 어린 손님을 맞이했다. 그러고도 촬영팀은 그날 평소 인터뷰 대상자와 유지하던 2m 거리두기보다 훨씬 더 떨어져 앉아 질문을 주고 받았다. 준비한 질문을 모두 다 했느냐 하면 물론 당연히 그랬지만, 비언어적인 요소는 특히 인터뷰가 많은 다큐멘터리에서 정말 중요하다. 촬영장에서 대상자와 감독이 맺고 있는 친밀도는 고스란히 카메라와 피사체간 거리로 나타난다. 이 거리는 곧 영화관에서 화면과 관객과의 거리로 이어진다. 감독과 대상자가 서로 멀수록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기는 좋겠지만 관객들이 흥미를 느끼게 하는 데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더 가까이에 가서 이야기를 나눴어야 했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거리를 좁힐 수 없었다.

   
촬영팀에 가장 늦게 합류한 조감독(맨 오른쪽)이 촬영장 제일 뒤 구석에 팔짱을 끼고서 인상까지 쓰며 하품을 참고 있다. 사진 = 바림 손영훈
청년들이 떠난 아미동에서 수십 년을 사셨다는 할머니를 어렵게 찾아 인터뷰하던 중이었다. 할머니 집이 어디인지까지 친절히 가르쳐주셨던 동네 주민 한 분이 촬영장에 들어오셔서는 좀전의 상냥함은 간 데 없이 촬영팀에게 언성을 높이셨다. “그만 하세요!” 그러나 정작 할머니는 아무 말 없이 단칸방에 꼿꼿이 앉아계셨으므로, 할머니의 따님께서 오시기로 했기 때문에 촬영을 할 수 없다는 주민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말리셔도 따님이 직접 하실 일이었다. 그러나 카메라 앞을 막고 선 주민의 기세에 당황해 우선 장비를 접고서 촬영팀은 방금 상황이 무엇이었는지를 가늠했다. 그리고 만약 주민께서 정말 할머니의 따님과 통화하신 거라면, 따님께서 보이셨을 걱정과 우려가 무엇이었을지 생각해보았다. ‘고령의 할머니 한 몸 뉘이기에 알맞은 좁은 집에서 젊은 청년 네 명이 촬영을 한다’. 그리고 5월 26일, 부산 코로나19 확진자 141명. 예측 가능한 것이었다. 비대면 시대, 무엇이 하나 쉽겠냐마는 영화찍기가 이렇게 어렵다. 신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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