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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원격 직종 부상…디지털화폐·기본소득 논의 탄력

석학들 ‘코로나 이후’ 전망

  • 국제신문
  • 권용휘 민경진 기자
  •  |  입력 : 2020-08-31 20:04:56
  •  |  본지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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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일상의 구축

- 원격수업 정착 대학등록금 인하
- 관광업계 팬데믹 지속 가능성
- 신속 집행 위한 정부화폐 등장

# 미래 경제 시나리오

- 경기부양책·파격 마케팅 봇물
- 억눌린 소비심리 일시적 폭발
- 이후 전 세계 저성장 터널 예측

# 사회안전망 구축 필요

- 불확실성 준비 위한 복지 강화
- 불안정고용 거부 등 긍정 효과
- 종교·인종 무차별 혐오 우려도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pandemic·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전염병은 우리를 불확실성의 시대, 경험해보지 못한 비대면 사회로 몰아넣고 있다. 학자들은 전례 없는 변화를 맞아 코로나 이후의 삶을 전망하는 책을 쏟아냈다. 4차산업혁명은 급속도로 진행돼 모든 공장·기업·가정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온라인으로도 생생하게 대화를 하고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통신·증강현실, 감염병 확산을 예측하기 위해 질병 전파속도·환자수·인구데이터 등을 활용할 인공지능·빅데이터 기술을 중심으로 발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꿈 같은 세상이다. 그렇지만 급격하게 산업이 재편되면서 기업은 사라지고, 이 때문에 일자리를 잃을 수많은 노동자는 끔찍한 상황을 겪게 된다. 4차산업혁명과 함께 적절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지 못하면 극소수만 행복한 삶을 누리고 대다수는 전염병과 굶주림에 시달리는 영화 속 ‘디스토피아’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신문은 코로나 이후를 전망하는 책 중 의미 있는 이야기를 선별해 미래를 가늠하려 한다.
세계 석학들은 코로나19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언택트(Untact·비대면)’라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뉴노멀 시대에 주목받을 직종으로는 의료 부문을 꼽았으며, 교육 분야는 온라인·원격 수업이 확대될 것으로 본다. 또 당분간 관광업계의 경기는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국제신문DB
■정부가 주도하는 디지털화폐

미래학자이자 금융예측가인 제이슨 솅커는 최근 펴낸 ‘코로나 이후의 세계’(미디어숲)에서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각광받을 직종으로 의료서비스·유통·원격기술 관련 직업을 꼽았다. 의료 분야는 경제 충격에 덜 민감하며, 팬데믹과 자동화 시대에도 꾸준히 필요하다는 점에서 선망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제이슨 솅커. 미디어숲 제공
교육부문에 있어서는 온라인·원격 수업이 확대·정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만 보더라도 코로나 사태로 원격수업이 빠르게 도입돼 활용되고 있다. 저자는 향후 온라인 수업 방식이 확대되면 대형·명문대학이 등록금을 낮춰 많은 학생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또 중소형 대학이나 재정난을 겪던 대학들은 자연스럽게 문을 닫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 수업은 대학의 서열화를 희석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관광업계의 전망은 어둡다. 팬데믹이 계속된다면 지금처럼 각국의 여러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이동제한’이나 ‘여행금지’ 등의 조처가 뒤따르고, 여행객의 불안과 혼란도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회적 거리두기’ 개념 또한 여행 트렌드에 반영되면서 관광업 중에서도 한 공간에 많은 인원을 수용하는 크루즈 여행이 급감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난 2월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대형 크루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는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기도 했다. 팬데믹이 끝나도 경기가 되살아나지 않으면 예전처럼 개별여행, 대규모 기업회의를 열 수 없다. 여행, 레저는 가계에서 필수지출 항목이 아닌 가처분소득(소비 또는 저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소득)으로 지출하기 때문이다.

미래학자 최윤식은 지난달 출간한 ‘빅체인지, 코로나19 이후 미래 시나리오’(김영사)에서 단기적으로는 소비가 급반등하고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쏟아진다고 전망했다.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에서 짧으면 3개월, 길어도 6개월 정도 억눌려 있던 개인의 구매심리가 대폭발하여 스트레스 해소용 소비를 한다. 그에 맞춰 기업은 파격적인 마케팅을, 정부는 경기부양책을 실시한다며 이때 투자해야 한다고 봤다. 그렇지만 이후 가계는 빚을 줄이고,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이 도산하고, 신흥국 상당수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전 세계가 저성장의 터널로 들어선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정부가 만든 디지털화폐가 등장한다고 전망했다. 전염병과 대규모 자연재해는 앞으로도 반복된다. 국가적 재난을 선제적으로 예방하거나 재난 발생 시 빠른 피해 복구에 성공하려면 강력하고 신속한 행정집행력이 있어야 하는데 빠르게 긴급 재난지원금을 지출하려면 디지털화폐를 만들어야 한다. “비트코인을 비롯해서 기존의 암호화폐 혹은 디지털화폐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국가가 글로벌 기업의 신용을 보장하는 디지털화폐가 종이나 동전 방식의 법정화폐와 공존하는 미래가 가장 확률적으로 높다. 코로나19는 이런 미래 흐름을 더 강화하고 빠르게 할 가능성이 높다.”(199쪽)

■급격한 사회 변화 대비해야

장하준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지급한 재난지원금이 유의미한 효과를 낸 것으로 확인되면서 향후 기본소득 논의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학자 박영숙, 제롬 글렌 역시 최근 함께 펴낸 ‘세계미래보고서 2035-2055’(교보문고)에서 “방법과 시기에 대한 변동은 있을지 몰라도 보편적 기본소득이 많은 전문가와 학자들이 제시하는 미래라는 점은 변함없다”며 보편적 기본소득이 보장받는 미래상을 제시한다. 이들은 보편적 기본소득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하나의 기회로 작용할 뿐 아니라 인간 노동의 탈상품화를 촉진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일정 금액의 소득을 정기적으로 얻을 수 있다면 실업에 대비할 수 있으며, 불안정한 고용을 거부할 힘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가사노동·자원봉사활동을 포함해 사회적으로 유용하지만 저평가되고 보상받지 못했던 여러 종류의 무급 노동을 보상한다는 취지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팬데믹 경험을 교훈 삼고 미래의 불확실성을 준비하기 위해 지금보다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과 장하준 교수는 책 ‘오늘부터의 세계’(메디치)에서 코로나19 사태로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의 취약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복지가 안 된 나라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밖에 나가야 돈을 벌어요. 병에 걸려서 죽을지 안 죽을지는 몰라도, 일하지 않으면 굶어 죽는다는 사실은 확실하죠.”(91쪽)

복지의 개념에 대해서도 ‘돈 있는 사람한테 거둬서 가난한 사람들한테 주는 것’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공동으로 구매해 가격을 낮춘다는 개념인 ‘월마트 논리’로 이해할 것을 주문한다. 또 복지야말로 과감한 선택과 혁신을 끌어낼 수 있는 선제조건으로 강조했다. 복지를 강화하면 재정이 부실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북유럽 국가의 사례를 들어 반박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 정책을 펴고 있는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국가들의 GDP 대비 국채 비율은 35~40%로 최저수준이다. 이와 함께 그는 한국의 GDP 대비 국채 비율이 40%로 건전한 편에 속하기 때문에 재정 안정성을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는 주장을 덧붙였다.(103쪽)

법철학자이자 정치철학자인 마사 누스바움은 팬데믹으로 특정 종교, 인종, 성적 지향성에 대한 무차별적인 혐오가 확산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그는 “우리 자신이 취약할 때 다른 집단에 그 탓을 돌리고 싶어 하는 욕망이 생긴다”며 정의를 통해 혐오에 맞설 것을 제안한다. 또 사람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안전망 확충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이 인간으로서 품격을 누리는 삶의 기본을 보장받는다면 세상의 두려움은 줄어든다. (…) 의료시스템을 강화하고,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모두가 교육받을 기회를 누리는 안전망이 갖춰진다면 불안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오늘부터의 세계, 138,139쪽)

권용휘 민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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