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치·회화·영상작품 등 선봬

부산 중구 대안공간 오픈스페이스 배에서 단체전 ‘반짝이는 소란’이 열리고 있다. 재미있는 상상을 하게 하거나, 입꼬리가 올라가게 하는 작품이 많다.

윤정민 ‘머리 감는 사람’.

청년 작가 육성 프로그램 ‘인큐베이팅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의 전시로 김은정 박서연 윤신혜 윤정민 윤희수 이은지 정지윤 작가의 설치·회화·영상 작품 으로 구성됐다.

윤희수 작가의 소리를 이용한 설치미술 작품 ‘forming sound device’는 ‘소리 공간 극’을 선사한다. 작가는 깊은 바닷속에서 울리는 공명이나 파동 등 우리가 들을 수 없는 영역의 소리를 녹음해 수집해 왔다. 이를 모으고 섞어 편집한 ‘소리 몽타주’는 는 빛·어둠·그림자·연기가 어우러져 한편의 ‘극’이 펼쳐진다. 심해처럼 ‘존재하지만 인간이 접할 수 없는 장소’에서 얻어낸 소리를 통해 공허함·두려움·광활함 등과 같은 감정들을 공간에 연출한 듯하다. 윤정민 작가가 선보인 작품 ‘머리 감는 사람’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을 위트 있게 표현했다. 한지·석고·연필·철 등을 이용해 축 늘어진 엉덩이를 내밀고 머리를 감는 사람을 만들었다. 아침 혹은 저녁이면 욕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박서연 작가는 추리소설 같은 회화 작품 ‘숨은 무엇 찾기’를 선보였다. 알 수 없는 곡물 옆에 오물이 쏟아지고, 마룻바닥이 썩어가는 등의 그림에는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작품에는 소설처럼 이야기가 내재되어 있고, 반복되는 이미지들을 유추해 나가는 재미가 있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젊은이와 예술가들의 고민을 토로한 묵직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도 있다. 윤신혜 작가는 ‘순이를 위한 헌화’를 선보였다. 높이 1ｍ 짜리 화환처럼 보이는 이 작품을 채운 꽃은 건조화라기 보다는 불에 그을리거나 말라서 비틀어져버린 꽃처럼 보인다. ‘순이’는 요즘 젊은이의 초상. 윤 작가는 “이 사회에는 관심을 끌 수 있는 새로운 무엇인가가 끊임없이 요구되고 청춘들은 이런 기준을 맞추려고 젊음을 모두 불태워 부서진다. 예술가도 불안한 삶 속에서 열정을 불태워 작품을 만들지만 그것은 몇 번의 전시와 비평을 위해 적절히 사용되고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은지 작가는 종이를 구기거나, 말거나, 쌓으면서 여러 가지 떨림과 실패가 뭉쳐진 덩어리 ‘leftover’ 정지윤 작가는 불안과 분열을 기하학적으로 표현한 평면 작품 ‘N day, N month, N year’, 김은정 작가는 독특한 시각을 담은 회화 ‘식물수업’을 선보였다. 전시는 오는 29일까지. (051)724-5201 권용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