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을 내려다보는 밤’ 주제로
- 15일까지 금정구 예술지구P서
- 해운대·광안리 해안선 모티브
- 푸른 소품·영상 활용 밤 재해석
역병(疫病)과 천재지변(天災地變)이 끊이지 않는 요즘. 지구에서 살아가기란 힘들고 고달프다 못해 숨조차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갑갑하다. 이럴 때는 지구를 나와 잠시 떨어뜨려 숨을 돌리게 하는 것도 한 방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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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은필 작가의 ‘별을 내려다보는 밤-g’. 예술지구P 제공 |
부산 금정구 예술지구P에서 설치미술 작가 조은필의 개인전 ‘별을 내려다보는 밤’이 열리고 있다. 전시장은 작가 특유의 짙은 파란색으로 채워졌다. 벽면에 흩뿌려진 영상, 천장에 매달린 채 회전 운동을 하는 푸른색 고깔 혹은 스커트 모양의 천 ‘별을 내려다보는 밤-g’, 벽면에 붙은 오래된 액자를 둘러싼 푸른색 직물 등은 초승달이 바다를 은은하게 비추는 파란 밤을 떠올리게 했다. “‘블루’는 어둠을 내포하고 있다. 어느 날 밤에 산책하는데 밤길이 묘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밤에 돌을 보면 끈적이거나 반짝이는 것 같기도 하고 나무가 움직이는 느낌도 들어 이를 작품으로 만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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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을 내려다보는 밤-t’. |
작가는 밤을 ‘낮 동안의 익숙한 모든 것들을 낯설게 만드는 존재’로 표현했다. “밤이라는 시간은 모든 것을 모호하게 하기도, 감상에 빠지게도 하는 마법과 같은 시간이다. 그리고 낮이라는 시간의 빛을 차단하고 이내 기존 세상이 가진 색을 잃게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단순히 밤을 표현하는 데 그치지는 않았다. 전시장 속 밤은 뒤집어져 있었다. 거꾸로 매달려 데굴데굴 굴러가듯 돌아가는 나무(별을 내려다보는 밤-t)는 전시 주제인 ‘별을 내려다보는 밤’이 내포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해준다. 전시장 속에 전복된 사물은 나무만이 아니었다. ‘별을 내려다보는 밤-g’는 태풍 같다는 상상도 들었다.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 치마를 입고 춤을 추다 회전하는 모습에 착안했다. 나무가 위로 자라는 게 아니라 빛을 보고 빙글빙글 돌면서 자란다고 하는데 이런 의미를 이 작품에 담기도 했다.”
벽면에 투사된 작은 영상은 하늘에서 내려다 본 밤하늘과 비슷할 것 같았다. ‘별을 내려다보는 밤-s’에서는 돌 역시 움직이는 것으로 표현했다. “다대포·해운대·광안리·송도해수욕장 해안선을 따서 그리기 시작해 이미지를 자유롭게 확장했다. 돌을 다룬 작품도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것이 과연 가만히 있는 것일까’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했다.”
작가는 이런 방법으로 시간과 공간이라는 것도 우리가 경험했던 방식과는 다른 의미로 해석한다. 사물이나 어떤 것을 단지 익숙한 그것으로 인지하기보다 생소하게 보게끔 하는 장치가 전시장 곳곳에 숨어있다.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적으로 규정 지을 수 있는 것을 다른 차원에서 생각하며 모호하고 묘한 시점으로 보여주고 싶은 의도”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부산대 조소과를 졸업한 뒤 영국 슬레이드 미술대학(The Slade School of Fine Art)에서 석사, 부산대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마쳤다. 전시는 오는 15일까지.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