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동순의 부산 가요 이야기 <6> 부관연락선을 다룬 노래들-2

징용자와 가족 통곡의 이별노래 … 남인수는 앙코르로 이 곡만 불렀다

  • 이동순 시인
  •  |   입력 : 2020-08-09 19:03:18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비극 노래한 ‘울며 헤진 부산항’
- 자욱한 연기와 슬픈 뱃고동 소리
- 고국 보이지 않는 검은 수평선
- 애간장 끊는 심정 가사로 표현

- 노래 히트시킨 가수 남인수
- “매번 부를때마다 피눈물 났다”
- 동명 제목의 영화 제작되기도

일제 식민통치하에서 부산 항구의 쓰라린 이별을 다룬 가장 대표적인 대중가요를 들라면 우선 두 곡을 손꼽을 수 있다. 그중 장세정의 ‘연락선은 떠난다’(1937)가 먼저 나왔고, 두 해 뒤 ‘울며 헤진 부산항’(1939)이 후속곡(後續曲)으로 나왔다.
   
부관연락선이 부산항에서 일본으로 한국인 징용자를 싣고 떠나는 날이면 부두는 그들을 배웅하는 가족과 친지들의 울음 소리로 가득 찼다.
제국주의 철권통치의 압제가 점차 극에 달해가던 1939년, 한 해 동안 어떤 음모와 비극적 일들이 펼쳐졌던가? 조선의 물자와 인력을 강압적으로 착취해가려는 조선 징발령, 민족주의 세력들을 철저히 단속하려는 국경취체법, 한국인을 일제 경찰의 보조역으로 부리려고 만든 경방단(警防團) 규칙, 일제 말까지 무려 45만 명의 한국인을 그들의 전쟁 준비 도구로 끌고 간 국민징용령, 총동원물자사용수용령 따위의 식민지 악법이 실시 공포됐다.

실제로 그해 9월부터 부산항 제2 부두에서는 일본으로 끌려가는 한국인 노동자 공출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이 공출(供出)이란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이 있으리라.

   
‘가요황제’로 불렸던 가수 남인수.
공출은 일제강점기 때 일제가 군수물자와 식량을 조달하기 위해 실시한 농산물 수탈정책이다. 1938년 일본은 전쟁 준비의 일환으로 이른바 국가총동원법이란 것을 공포하고, 이를 식민지 조선에도 확대 적용하였다. 곧 펼치게 될 그들의 전쟁을 위해 식민지 조선의 모든 물자, 산업, 인원 등을 그들의 뜻대로 통제하고 강압적으로 징발·징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이 악법을 바탕으로 일제는 군수물자 및 식량을 충당하기 위해 공출이란 것을 실시했다. 여기에는 물자공출, 인력공출이 있었는데, 당시 부산항에는 일본으로 떠나는 한국인 노동자와 그들을 눈물로 배웅하는 가족, 친지들의 행렬로 붐볐다. 말하자면 인력공출의 현장이었던 것이다. 여기저기서 작별의 뼈저린 통곡이 들려왔고 서로 부둥켜안은 채 떨어질 줄 몰랐다. 이렇게 헤어지면 언제 다시 만날 기약이나 할 수 있을 것인가? 과연 살아서 정든 고향 땅을 밟을 수는 있을까? 하지만 날카로운 호루라기 소리는 줄곧 들려오고, 출발의 뱃고동은 연신 울려댔다. 떠나는 사람은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며 뱃전에서 갑판에 기대어 선다. 떠나는 사람과 배웅하는 사람은 서로 손수건을 흔들며 애끊는 정을 주고받는다.

노래 ‘울며 헤진 부산항’의 가사 내용은 이런 이별 정서로 온통 흥건하다.



울며 헤진 부산항을 돌아다보는/ 연락선 난간머리 흘러온 달빛/ 이별만은 어렵더라 이별만은 슬프더라/ 더구나 정들인 사람끼리 음~ 음~



달빛 아랜 허허 바다 파도만 치고/ 부산항 간곳없는 검은 수평선/ 이별만은 무정터라 이별만은 야속터라/ 더구나 못 잊을 사람끼리 사람끼리



가사의 전편을 음미해보기로 하자. 부관연락선은 일본으로 떠나는 징용자들을 싣고 부산항 부두를 막 출발했다. 항구와 선박에는 화통에서 내뿜는 검은 연기로 뒤덮이고 슬픈 뱃고동 소리만 그득하다. 연락선은 서서히 항구를 빠져나간다. 출항 시간은 아마도 저녁 무렵인 듯하다. 연락선 난간에서 바라보는 달빛엔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왼쪽으로 오륙도가 잠시 보이는가 했더니 어느 틈에 부산 항구는 서서히 멀어지고 이젠 불빛조차 보이지 않는다. 희미한 조각달이 바다 위에 비치는데 뱃전에 부서지는 물결 소리만 적막하게 들려온다. 아무리 다시 찾아보려 애를 써도 고국 땅은 보이지 아니하고, 밤바다 위에는 검은 수평선만 무뚝뚝하게 놓여있을 뿐이다. 정든 사람, 잊을 수 없는 사람과의 이별은 어찌 이다지도 사람의 애간장을 끊어내고 있는가? 작사가 조명암은 그야말로 창자를 토막토막 끊어내는 사연을 단장(斷腸)의 고통으로 엮어서 담아내고 있다. 이런 심정은 일제 말 당시 한국인 모두의 심정을 대변한 것이나 다름 없다.

작사가 강사랑이 엮은 ‘대서정 한국레코드가요사’ 가사집 해설 편에는 부관연락선 부분에 대하여 이처럼 실감 나게 풀어내고 있다.



우리 한국인들이 일본을 가려면 먼저 본적지나 거주지에서 도항증명서를 발급 받아야했습니다. 이렇게 발급받은 증명서도 부산경찰서에서 안 된다고 하면 다시 되돌아가야만 했습니다. 다수의 한국인은 연락선에 오르기 전 도항증명서 확인부터 받아야 했고, 보따리나 몸수색을 철저히 당해야 했으며, 심지어는 일경의 구둣발에 차이고 따귀를 얻어맞는 수모를 겪는 광경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사랑하는 남편, 단 하나뿐인 아들을 낯선 일본 땅으로 떠나보내야 했으니 이 노래가 만인의 심금을 울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학병으로 끌려간 철이, 징용으로 붙잡혀간 복남이는 어떻게 되었는지? 정신대로 끌려간 금순이와 이쁜이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뒤져본 사진첩엔 그리운 옛 모습과 잊을 수 없는 추억만이 남았을 뿐, 울며 헤어진 부산항엔 민족의 설움과 분노가 파도처럼 높았습니다.



   
워낙 대중들로부터 인기가 높아서 ‘가요황제’로 불렸던 남인수는 악극단무대 위에서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피눈물이 솟구쳤다고 한다. 그의 특색은 한창 흥이 달아올랐을 때 마이크를 한쪽으로 밀어내고 육성으로 부르는 것이다. 그럴 때면 청중들은 더욱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든다. 카랑카랑하면서 비극적 애수의 정감으로 뭉쳐진 가수의 음색은 듣는 이에게 또렷하고도 깊은 감동으로 유감없이 젖어 들었다. 남인수는 훗날 고백하기를 무대에서 팬들로부터 앙코르를 요청받을 때 참으로 많은 자신의 곡목 가운데 반드시 이 ‘울며 헤진 부산항’만을 들려주었다고 했다. 그것은 아마도 이 노래의 가사가 민족사의 아픔을 가장 절절히 담았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제목으로 1963년 강대진 감독이 영화로 제작한 ‘울며 헤진 부산항’은 남녀의 슬픈 사랑을 다룬 평범한 멜로드라마다. 김지미, 최무룡이 열연하였다. 이 노래에 서려 있는 민족적 비극의 페이소스는 우리가 차마 두 번 다시 겪지 말아야 할 아픔이 아닐 수 없다.

시인·가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도청도설] if, 손아섭
  2. 2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3. 3[포토에세이] 가을의 꽃 코스모스
  4. 4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5. 5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6. 6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7. 7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8. 8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9. 9[시사난장] 중국 굴기와 한국 외교의 ‘새판’
  10. 10[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1. 1[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2. 2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3. 3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4. 4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5. 5李대통령 지지율 소폭 상승해 40% 회복…부정평가는 50%
  6. 6이 대통령, 최길수 특별감찰관 임명
  7. 7공소청 첫 국감 ‘李 공소 취소’ 공방…檢 총장 대행 “검토·지시 한 바 없어”
  8. 8‘남북 MDL 상호확인·군통신선 복원’ 정부, 군사회담 北에 제안
  9. 9김민석, 소방노조 만나 “정책·예산으로 안전·처우 개선” 약속
  10. 10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3. 3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4. 4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5. 5[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6. 6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7. 7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8. 8부산건설사·대기업, 상생협력 머리 맞댄다
  9. 9한은 기준금리 3% 동결…긴축 유지, 속도조절 속 내달 다시 인상 가능성(종합)
  10. 10흑백요리사 셰프, 국내산 수산물 해외 홍보 나섰다
  1. 1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2. 2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3. 3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4. 4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5. 5부캉이 머물던 북항서 기름 유출…8시간째 모습 안 보여
  6. 6[속보] 여전히 수로 주변 배회하는 ‘부캉이’…“환경 적응하면 바다로 간다”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8. 8[속보]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오세훈 2심 무죄
  9. 9부산교통공사 노사, 파업 직전 잠정 합의…도시철도 정상 운행
  10. 10“거제 양대 조선소와 상생 협의…남부내륙철도에 행정력 집중”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5. 5‘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6. 6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7. 7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8. 8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9. 9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10. 10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우리은행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남인목-웃는 나무
강동윤-Pixelated Oasi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2일 (음 9월 12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1일 (음 9월 11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