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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음식 사람 <15> 통영 욕지도 고등어 (상)-고등어 간독

일제가 수탈하고 남은 고등어, 집집마다 소금 독에 켜켜이 묻었다

  • 최원준 시인
  •  |   입력 : 2020-08-04 19:17:25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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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지 앞바다서 지천으로 잡히자
- 1900년대 초부터 日선단 넘어와
- 많게는 하루 50만 마리 싹쓸이

- 어업 종사하는 일본인 중심으로
- 욕지도에 ‘좌부랑개’ 마을 조성
- 기관·술집·목욕탕·당구장까지
- 욕지도 근대화 이끈 역설적 역사

- 日 남획 후 남은 생선 처리위해
- 간독 만들어 바로 염장해 보관
- 마산·부산·안동까지 도매로 판매

고등어는 우리나라 연안을 회유하며 대량으로 서식하고 어획되는 물고기다. 고금을 막론하고 서민들 밥상에 항시 올라가던 친숙한 식재료이기도 하다. 오래전부터 벽문어(碧紋魚), 고도어(古刀魚·古都魚) 등으로 불리며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해 먹었던 물고기다.
   
고등어가 부산의 시어(市魚)인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부산공동어시장이 있는 서구의 구어(區語)도 고등어다. 국내 고등어 총생산량의 80%가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위판되는 것만 봐도 분명 부산은 ‘고등어의 도시’다.

그러나 근대 고등어 생산 전진기지는 부산이 아니고 통영이었다. 1889년 조일통어장정(朝日通漁章程)이란 불평등 조약이 체결된 후, 근대어업기술을 갖춘 일제 수산자본은 우리 해역의 어장에서 다양한 해양수산물들을 남획에 가까운 수준으로 수탈해 간다. 독도 강치를 비롯해 동해의 고래 등이 대표적인데,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고등어 또한 대량수탈의 대상이었다.

   
고등어를 염장하는 모습.
우리 민족은 당시 남해에서 지천으로 잡히던 고등어를 고급어종으로 치부하지 않았다. 어업기술 또한 자급자족하는 수준이었기에 수산업으로 불리기도 일천한 수준이었다. 이때 통영·마산을 중심으로 일본 수산자본과 어업종사자들이 대거 진출한다.

1900년대 초부터 통영 욕지도 앞바다에는 근대화된 일본 대형 고등어 선단들이 밤새 불야성을 이루며 고등어를 잡았다. 배와 배에 큰 그물을 이어 고등어 떼를 포위해 대량으로 잡아들이는 방식의 건착망(巾着網) 어업으로 고등어를 잡아들였는데, 당시 건착선단의 어선이 500여 척, 운반선이 290여 척에 달했다고 한다.

그렇게 잡아들인 고등어가 당시 하루에 10만~50만 마리. “욕지도 근해 고등어 어업은 매년 수백 척이 출입하는데 지난 2일 10만 미, 3일에는 15만 미, 4일에는 50만 미를 포획하였다”는 1929년 7월 동아일보 기사만 보아도 남획에 가까운 숫자이다. 이 고등어를 빙장하여 자국(自國)인 일본으로, 중국 다롄(大連) 등지로 반출했다.

당시 욕지도에서는 고등어 어업에 종사하는 일본인 마을이 있었는데 자부포(自富浦), 지금의 자부마을(좌부랑개) 마을이다. 1910년대 일본인 이주어민들 중심의 좌부랑개 마을에는 주재소·우편소·어업조합 등 주요 기관과 술집·유곽·목욕탕·당구장까지 들어섰다. 당시 욕지도 인구가 1만5000여 명. 통영 인구가 3만여 명 시절이었다.

이렇게 일본으로 반출되고 남은 고등어는 염장했다. 고등어는 지방이 많은 등 푸른 생선이라 쉽게 부패했다. 그래서 바로 염장해야 했는데 이때 필요한 염장시설이 ‘간독’이다. 말 그대로 고등어를 ‘간(염장)을 해서 보관하는 독’이다.

한 번에 4만 마리를 염장할 수 있는 어업조합의 대형 간독부터 선주, 중매인들의 중간 크기의 간독, 일반인들 집 부엌 바닥에 마련한 작은 간독까지, 욕지도에는 간독이 없어서는 안 되는 음식문화의 필수 시설이었던 셈이다. 현재 욕지도에는 제명수(여·89) 씨 집에 간독이 유일하게 하나 남아 있다. 집 옆에 간독을 보존해 놓았는데, 고등어를 염장하는 모습을 재현해서 관광객들에게 간독의 용도를 보여주는 야외 전시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간독은 제 씨의 선친인 성찬 씨가 일제강점기에 직접 사람을 데려다가 만들었다. 제 씨 말로는 욕지 최초의 한국 사람이 만든 간독이라고 한다. “당시 아버지는 일본 고등어 어선에서 어로장을 지냈어요. 나중에 독립해 해광호 선주가 되었는데 이때 집 옆에 간독을 만들고 배에도 간독을 만들어 바로 염장을 할 수 있도록 했던 기억이 나요.”

고등어 염장은 고등어의 배를 갈라 소금물에 씻은 후, 가마니에 얹어 간독 옆에 두고 소금을 한 줌씩 크게 얹어 간을 한다. 간을 한 고등어는 간독에 이다(나무로 깍은 판재)를 세우고 고등어를 이다 줄에 맞추어 차곡차곡 잰 후, 종이로 50㎝ 이상의 상급 고등어는 1번, 중급은 2번, 일반적인 고등어는 3번으로 표시해 붙여놓는다.

그리고는 가마니 덮고 돌을 눌러 놓으면 간물이 빠져나온다. 적당한 기간이 지나면 맑고 노오란 간물이 나오는데, 이를 보고 간이 잘 됐는지 아닌지를 파악한다. 간물이 탁하든지, 간색이 짙으면 간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금은 통영, 마산에서 가져와 염장했다고 한다.

이렇게 간독에 염장처리 하는 고등어만 몇만 마리. 이를 재워 가마니로 덮어두었다가 한 20일 정도 되면 가장 숙성 잘 된 ‘간고등어’가 만들어지는데 이를 타지에 팔러 나가는 것이다. 주로 마산·부산을 거쳐 낙동강 수운을 따라 경북 안동에까지 팔았다고 한다. 제 씨에 의하면 당시 욕지도에서는 100마리씩을 한 단위로 묶어 도매로 넘겼다고 한다. 그는 “50㎝ 이상의 고등어를 일단 상품으로 치는데 그중에서도 푸른 잉크처럼 등이 파랗고 파도물결이 선명해야 최상급이다. 최상급은 고등어 비늘에 사람 얼굴이 비칠 정도로 파래야 한다. 덜 비치는 놈은 2등급, 얼굴이 아예 안 비치는 놈은 3등급”이라고 설명했다.

간고등어로 하루가 들고나는 지역이라 주된 음식 또한 간고등어였다. 소금을 들이붓다시피 염장을 했기에 그냥은 먹을 수 없었다. 이때 쌀뜨물에 한나절이나 밤새 짠물을 빼야 한다. 이놈을 조금 말렸다가 고등어찜을 해놓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고. 고등어에 간장·고추·마늘양념을 발라 구워서도 먹고, 살만 떠서 소금·설탕물에 발라 계란 묻혀 구워내도 맛있었단다.

먹고 살 게 없었던 시절이다 보니 고등어내장 또한 안 버리고 젓갈을 담가 먹었다. 제 씨는 “지금 생각해도 그 젓국이 너무 고수하고 맛있었다”고 떠올리는데, 염장하고 남은 소금물로 젓갈을 담는다고 한다. 이 소금물을 끓여놓았다가 ‘맛 간장’으로 활용하기도 했다고.

이처럼 푸지고 넉넉한 식재료였던 고등어가 지금은 씨가 말라 원양선단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욕지 앞바다에서도 어른 팔뚝만 한 고등어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국민생선이던 고등어가 하루가 다르게 서민밥상에서 보기 힘들어진 것이다.

현재 욕지도는 또 다른 고등어 어업으로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활(活)고등어 양식업이다. 치어를 잡아 한 계절 키워서 활어 상태에서 전국으로 공급한단다. 때문에 욕지도 어디에 가더라도 수조 안에는 활고등어가 그득하다. 그 고등어를 즉석에서 회로 떠먹는 것이다.

   
자부랑개 마을에서 배를 탄다. 푸른 바다가 잔물결에 일렁인다. 고등어를 양식하고 있는 가두리 양식장으로 가는 길. 수천, 수만 마리의 고등어가 푸른 비늘 반짝이며 푸들푸들 힘찬 유영을 하고 있을 터이다.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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