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바다와 함께한 시민의 삶
- 고단함 위로하는 메시지 담아
- 30~31일 부산문화회관서 개최
“깡깡이 마을로 유명한 부산이 유라시아 철도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철의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다로 연결되던 철이 이제는 대륙으로 뻗어 나가게 됐으니까요. ‘녹’은 철의 과거와 미래를 모두 간직하고 있습니다. 철의 흔적이기도 하지만 벗겨내고 녹이면 다시 쓸 수 있는 것이죠.”(김수현 안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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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립무용단이 오는 30, 31일 선보이는 정기공연 ‘Odysseia FE2020b-녹(Knock)’ 안무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 부산문화회관 제공 |
부산시립무용단은 오는 30, 31일 오후 7시30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제81회 정기공연 ‘Odysseia FE2020b-녹(Knock)’을 선보인다. 지난 20일 부산문화회관 내 시립무용단 연습실에서는 단원들이 공연 연습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웅장한 음악과 함께 절제된 힘이 느껴지는 군무를 선보인 단원들은 그물질, 망치질 등을 통해 낭만의 도시라는 이미지 뒤에 숨겨진 부산의 진짜 모습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김수현(58) 안무가는 “밖에서 볼 때 부산은 휴양지였지만 실제 도착해 둘러본 이곳은 삶의 터전이었다. 도시의 역사를 철의 이미지와 함께 정리하고 싶었다”며 “고단했던 도시의 과거에 위로를, 희망찬 미래에는 응원을 보낸다는 의미를 담았다. 부산 시민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고 타지인들은 부산에 대해 알 수 있는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은 모두 4장으로 구성됐다. 1장은 철의 정령과 태초의 철이 가진 에너지를 깨우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2·3장은 철·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부산 사람들, 그 과정에서 겪는 어쩔 수 없는 아픔을 표현했다. 4장은 대륙으로 향하는 철길로 자유를 찾는 모습을 담았다.
‘녹’은 리듬과 맞아떨어지는 호흡에 기반한 춤이 인상적이다. 두 가지가 함께 맞춰지는 순간 단순한 동작에도 힘이 실리고 울림은 더해진다. 생활용품이 소품으로 사용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채반, 바퀴 의자 등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물건이 색다르게 활용되는 모습은 관객에게 소소한 재미를 전한다.
이번 공연은 시립무용단 수석 안무가 선정을 위한 무대이기도 하다. 부산문화회관은 수석 안무가 후보자 2명 가운데 뛰어난 안무가를 뽑기 위한 경연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정윤(43) 안무가가 먼저 ‘다시 만난 숨-남풍’을 무대에 올렸다. ‘녹’은 지난 3월 펼쳐질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다소 늦게 관객과 만나게 됐다. 이번 공연이 마무리되면 다음 달 시립무용단을 이끌 수석 안무가가 확정된다.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김 안무가는 이화여대 무용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 단장을 역임했으며 한국 창작 무용을 이끌어온 리을무용단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지역을 소재로 한 작품을 다수 만들어 한국 춤 전승과 대중화에 힘써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