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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50주기…그가 떠나고 남은 노동자들의 희망 찬가

극단 일터 ‘불꽃 시리즈’ 세 번째 무대, 바보회 회원과 어린 여공 노동운동 그려

  •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
  •  |   입력 : 2020-07-07 19:30:46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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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까지 일터 소극장 … 사전예약 필수

“낫 놓고 기역 자를 안다고 바보가 아닌 건 아니라네. 내 삶의 썩은 가지 툭툭 쳐낼 줄 알아야 바보가 아니지!”
   
극단 일터가 오는 11일까지 선보이는 연극 ‘불꽃’의 한 장면.
재단사 3명과 여공 4명이 경쾌한 라이브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신나는 몸짓을 선보인다. 이들은 열악한 노동 환경 탓에 ‘평화가 없는 평화시장’이라 불리는 곳에서 일하지만 서로 격려하며 웃음을 잃지 않는다. 자신이 못다 이룬 일을 이어가는 친구들의 모습에 액자 속 전태일 열사도 희미한 미소를 짓는 것만 같다.

전 열사 50주기를 기념하는 공연이 전국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부산에는 극단 일터(동구 범일동)가 오는 11일까지 연극 ‘불꽃’을 일터 소극장 무대에서 선보인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전 열사는 장시간 저임금 노동, 각종 질병을 부르는 근무 환경에 놓인 노동자를 구하고자 ‘바보회’를 조직해 노동 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노동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1970년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고 외치며 23살의 나이로 산화했다. 노동자의 삶을 깊이 있게 다뤄온 극단 일터는 2010년부터 5년마다 연극 ‘불꽃’을 올려 한국 노동 운동의 싹을 틔운 전 열사의 희생과 업적을 기려왔다. ‘불꽃’ 시리즈는 제목은 같지만 내용은 각기 다르다.

이번 ‘불꽃’은 전 열사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앞선 작품들과 비교해 더 특별하다. 전 열사 대신 그가 떠난 후에도 뜻을 이어가던 바보회 회원들과 어린 여공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벅찬 현실에도 근로기준법을 공부하고 노동 환경 설문지를 돌리기 위해 땀을 흘리며 뛰어다닌다.

극단 일터 김선관 연출가는 “전 열사와 극 중 인물들처럼 내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서 살아가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삶의 선택과 결정도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었다”며 “작품이 주는 느낌을 한정하고 싶지는 않다. 직접 보시면서 각자의 방식대로 마음껏 극을 즐기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품은 작품이지만 극의 분위기는 어둡거나 무겁지 않다. 부산에서 활동 중인 아이씨 밴드의 라이브 연주와 지역 무용 단체 에게로가 함께 만든 춤이 신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덕이다. 김 연출가가 직접 쓴 노랫말은 서정적인 분위기마저 더한다. 또한 일반적인 기승전결의 서사구조가 없기 때문에 갈등이 등장하지 않아 긴장 대신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조민수 배우는 “전태일 열사 50주기 작품이라 하면 슬프고 무거운 연극을 상상하시는 관객도 많은데, 즐거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또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현재의 관객에게도 유의미하게 다가온다”며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관람료는 일반 3만 원·학생 2만 원이며 거리두기 좌석제로 사전 예매가 필요하다. (051)635-5370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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