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변인 숨 불어넣은 풍선 본 떠
- 금속으로 제작해 쌓아올린 작품
- 회화 신작 ‘인간질서’도 공개

“내 가족의 초상(肖像·비춰지거나 생각되는 모습)입니다.” 상명대 김홍석 교수가 부산 수영구 F1963 내 국제갤러리에서 열고 있는 개인전 ‘작은사람들’에 전시된 풍선 형태의 설치작품 ‘MATERIAL’을 가리키며 말했다.

설치작가 김홍석이 부산 수영구 F1963 내 국제갤러리에서 열고 있는 개인전 ‘작은사람들’에 전시된 회화 ‘인간질서’와 풍선 형태의 설치작품 ‘작은 사람들’ 앞에 서 있다. 김종진 기자

그동안 작가의 전시회는 유쾌 상쾌 통쾌했다. 지나친 예술적 시도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2008년 ‘한국사회 자본주의 모순에 대한 고발’을 기획의도로 한 전시회를 열면서 전시장 안 여성 중 성매매 여성을 찾으면 현상금을 준다는 설정으로 여성계로부터 격렬한 비난을 받았다. 작가는 조형, 회화, 영상, 텍스트, 수행 등 다양한 작업을 선보여 왔다. 1987년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를 마쳤다.

‘MATERIAL’은 ‘초상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이 작품은 그의 가족이 참여해 완성했다. 작가는 가족에게 풍선을 나눠 주고 바람을 가득 불어줄 것을 제안했다. 소망 하나씩을 풍선 속에 담아 달라는 당부와 함께. 가족이 떠올린 단어는 어머니(mother)·성취(achievement)·여행(travel)·일상의 기적(everyday wonders)·정의(rightness)·재미(interest)·매력(attraction)·사랑(love)이었다. 영문의 첫 글자를 따서 작품의 제목을 ‘MATERIAL’로 정했다. 작가는 작품을 보면서 풍선을 불었을 당시에 가족 얼굴을 떠올려 초상을 완성했다.

다른 작품도 작가 주변 사람들의 초상이다. “사람의 숨을 생명과 소망이라는 두 가지 뜻으로 은유화한 후 이를 풍선으로 형태화 했습니다. 작품 ‘15 Breaths’는 15명의 공장 노동자의 숨을, ‘Untitled (작은 사람들)’는 4~6 명의 소집단으로 이루어진 유년기와 학창 시절 친구, 친척, 대학 동료들과 학생 100여 명의 숨을 담았습니다.”

숨으로 채워진 풍선은 공장으로 보내져 구리나 스테인리스 스틸 등의 재료로 제작된다. 워낙 그럴듯하게 만들어져서 설명을 듣지 않으면 풍선을 수직으로 차곡차곡 쌓아 올린 것처럼 보인다. 재료가 얇은 고무에서 값비싼 철로 바뀐 것만으로도 작품이 되는지 따져 묻는 듯하다. 그는 그동안 일상에서 흔히 보는 쓰레기봉투로 강아지나 곰 등을 형상화 한 조각 작품을 만들어 예술 작품의 재료에 대한 통념을 흔들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 신작인 스프레이 회화 연작 ‘인간질서’ 6점도 선보였다. 캔버스에 밑칠하고 그 위에 공업용 은색 페인트를 분무한다. 완성품과 미완성품 그사이에 존재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기존 사회적 믿음에 근거한 ‘완성’의 상태가 반드시 진정한 완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가시적 ‘미완’이 곧 ‘완성’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의 작품은 부산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미국 휴스턴 미술관, 캐나다 국립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오는 8월 16일까지.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