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벽 노동자·위안부 등도 조명
시인과 한 동네에 살면 생각지도 못한 것을 얻는다. 언어의 연금술사가 시어로 빚어낸 일상의 공간을 음미할 수 있는 혜택. 한 번이라도 시를 통해 내 삶터를 들여다본다면, 이미 그곳은 어제와 같은 장소가 아니다.
김요아킴(사진)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공중부양사’는 부산 북구 금곡동(金谷洞)에 생명을 부여했다. 사라지고 잊혀진 풍경을 노래하며 현대인의 소외 의식과 장소 상실감을 표현한다. 금곡동은 도시 개발과 자연 파괴가 이뤄졌던 공간이지만, 고통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생의 배움을 얻는 장소이기도 하다. 시집의 두드러진 특징은 3, 4부의 시편을 구성하는 ‘금곡동 아파트 연작’에서 찾을 수 있다.
‘두말 할 것도 없이 평지다/산 언저리에 자리한 옛집처럼/오르막의 숨가쁨이나/위태로운 내리막은 전혀 없다/흰 눈 때문에 이삿짐을 꾸린 트럭의 바퀴가 헛돌아/마음 졸일 필요도 없다/…/짙은 풀내음과 뻐꾹새 울음은 없지만/네온 불빛 숲으로, 갈 곳은 쉽사리 많아졌다/…’(‘집’ 중),‘시술은 계속되었다/미끈한 종아리와 일자로 뻗은 각선미를 위해/포크레인 굉음과/덤프트럭들이 진을 쳤다/매일 아파트 베란다로 보여지는 메스질은/갈수록 날카로웠다/…’(‘낙동강 성형일지’ 중)
시인은 과거엔 존재했지만, 현재 부재한 것에 대한 상실감을 사라진 ‘짙은 풀내음과 뻐꾹새 울음’으로, 인간과 자연의 파괴된 관계는 ‘포크레인 굉음과 덤프트럭’의 메스질로 표현했다. 표제작 ‘공중부양사’는 아파트 외벽 창문을 청소하는 노동자에 관한 작품으로 시인은 노동자의 삶을 통해 생활과 존재의 흔들림 속에서도 버티고 견뎌내야 할 삶의 가치를 상기시킨다. 김수우 시인은 추천사에서 “순장되어버린 풍경 속 보이지 않는 기표들 하나하나 시인은 제문(祭文)으로 받는다”고 말했다.
역사적 사건을 소환하고 기억하는 작업도 이어갔다. ‘유감(有感)’과 ‘초량, 소녀 앞에 서다’는 일본 제국주의의 야만성과 위안부 강제동원의 폭력성을 조명하며, ‘현무암 각질 서비스’ 등은 해방공간 제주에서 벌어진 참담한 국가 폭력의 슬픔을 애도한다. “시란 약자를 위해 울 줄 알고, 잘못되고 부조리한 그 모든 것에 분노할 줄 알며, 이를 절실한 울림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문학적 신념이자 나아가야 할 시적 방향이다.” 시인은 내일로 나아가기 위해 오늘의 통점을 뜨겁게 받아들인다.
임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