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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순의 부산 가요 이야기 <1> 부산은 한국 트로트의 고향

부산서 한국 근현대 수난사 담은 대중가요 융성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5-31 19:42:47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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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며 가요평론가, 영남대 명예교수인 이동순의 ‘가요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한다. ‘트로트 전성시대’를 맞아 트로트의 태동지인 부산을 중심으로 6·25 전쟁 때부터 최근 트로트까지 가요작품, 가수, 작곡가, 레코드사 등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한국 가요 전문가가 흥미진진하게 풀어낼 예정이다.

- 일제 수탈의 주요 거점이자
- 한국전쟁 임시수도 역사 등
- 그 시절 항도 테마 작품 다수

- ‘울며 헤진 부산항’‘부산노래’
- 주류 이루었던 노래 보면
- 당시 대중음악 중심지 확인

- ‘부산 트로트’와 음악가 조명
- 지금까지도 대중 사랑받는
- 힘과 근원 살피는 작업될 것
‘트로트 전성시대’를 맞아 6·25 전쟁 때부터 최근 트로트까지 부산을 중심으로 한 트로트의 다양한 이야기를 살펴보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사진은 1990년대 초반 부산의 관문인 부산항의 모습. 국제신문DB
우리 대중음악의 역사는 나라 없던 시절에 시작되었다. 일본이 국제정세의 허점을 파고들어 재빨리 한반도 경영권을 장악하고, 나라의 주권을 강탈하여 한반도의 주인행세를 하였다. 오욕과 침탈의 역사 속에서 일본은 삶의 규범마저 일본적인 것으로 바꾸려 하였다. 음악에서도 일본적인 것이 기습적으로 쏟아져 들어왔고, 소학교에서는 아동들에게 일본 동요를 가르쳤다. 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1930년대 초반 서울에는 빅타, 콜럼비아 등 일본의 5대 레코드회사 지점들이 속속 문을 열어 가수를 선발하고 음반의 제작 생산을 위한 일정한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각종 음반이 제작 생산되었고, 식민지대중들에게 공급되기 시작하였다.

■일제 강점기 부산 테마 노래 잇따라

이러한 활동에 참여하게 된 다수의 작사가, 작곡가, 가수 등은 당시 대중문화의 중요한 담당주체였다. 그 시기 음반들을 유심히 들어보노라면 비록 일본대중문화의 강렬한 범람 속에서도 미약하게나마 길항(拮抗)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다. 이는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이 작은 길항의 움직임은 민족문화사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질적 문화의 동화정책에 버티어 대항하는 것’이 길항의 진정한 뜻이었을 것이다. 비록 일본의 압도적 힘에 대등한 길항을 이루어내진 못했지만 그 의지와 욕망을 한국인의 전통문화와 그 자질로써 조금씩 성장시켜간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흔적의 확인은 하나의 놀라움이며 나름대로 악조건 속에서의 힘겨운 투쟁이자 성과라 할 수 있다.

이렇듯 길항의 여러 사례 중 하나로 우리는 부산 이미지가 담긴 노래를 먼저 손꼽을 수 있다. 가령 일제말 유행가 ‘울며 헤진 부산항’(조명암 작사, 박시춘 작곡, 남인수 노래, 오케 20006, 1939.12)만 하더라도 그렇다. 일제의 인력수탈과 공출정책에 대해 이보다 더 절절하게 비판하고 현실의 비극성을 담아낸 노래는 찾기 어렵다. 제목이나 노랫말에서 부산의 지명과 고유성을 드러낸 것도 있지만 내부를 경험하면 곧 부산을 다룬 노래라는 판단이 쉽게 드는 것들이 많았다. 식민지시대 중반으로 접어들며 대중가요가 본격적으로 발표되던 시기의 부산 노래들을 살펴보노라면 대체로 다음 여섯 가지 테마로 나뉜다. 첫째가 항구이다. 둘째가 바다이다. 셋째는 갈매기이다. 넷째는 마도로스이다. 다섯째가 배, 혹은 연락선이다. 쌍굴뚝, 쌍돛대, 쌍고동 따위도 연락선 테마 범주에 포함된다. 여섯째는 경부선의 종착점이자 서울행 기점이었던 부산역이다. 기적소리, 철도, 밤차 테마도 이 범주에 든다.

■대중음악사 부산 비중 커

한국의 대중음악사 전체에서 부산 테마가 차지하는 비중과 부피는 자못 크고 광대하다. 왜냐하면 항공망이 전혀 없었던 시기에 일본과의 모든 소통과 연결은 오로지 부산을 중심으로한 해운(海運)으로 이루어졌다. 모든 인력과 화물의 교역 및 수송이 부산에서 이루어졌으므로 같은 항구로 제물포와 목포가 있었긴 하지만 서울 다음으로 중요한 삶의 최고거점이었다. 일제말 모든 징용자, 정신대여성, 지원병 따위의 이름으로 끌려간 이 땅의 인력들이 피눈물을 뿌리며 떠난 곳도 부산항이 아니었던가? 이러한 정황은 해방 이후부터 전쟁 시기에 이르러서도 동일한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8·15이후 해방시기에는 귀환동포를 다룬 노래, 6·25전쟁 시기에는 전쟁과 피난을 다룬 노래가 대량으로 쏟아져 나왔다. 부산은 전쟁 시기 임시수도로서 온갖 영욕을 함께 하였고, 그 시절의 고통과 수난사가 구체적으로 담긴 가요작품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한적한 어촌에 불과했던 옛 부산은 서구문물이 유입되는 대표적 개항장으로 자리를 잡아왔다. 오늘날 부산은 남동임해 공업지역의 중심지, 매년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문화도시, 여러 해수욕장과 역사적 명소를 품은 관광도시로서의 면모를 한껏 갖추었다.

■트로트의 태동지, 그 흔적을 좇다

굴곡과 파란이 많았던 한국근현대사의 시간과 공간을 증언해주는 문화적 도구로서 노래보다 실질적인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긴 세월 부산 테마를 담아낸 노래 속에는 항도 부산의 구체적 역사가 풍부하게 들어있다. 지난 시기 부산트로트를 살펴보면 ‘한국 트로트의 시작이 곧 부산이었다’는 중요한 가설이 바로 증명된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부산 테마 노래뿐만 아니라 부산이 배출한 가수, 부산에 뿌리를 두고 활동해온 작사가, 작곡가 등 모든 대중음악인들이다.

1950년대 6·25전쟁 시기에 한국대중음악의 중심이 피난지 임시수도 부산으로 송두리째 이동해왔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만 한다. 이처럼 부산이 한국트로트의 중심지역이라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최근 우리 사회는 트로트가 대세로 자리를 잡은 듯하다. 방송사의 여러 채널들과 신문, 인터넷을 비롯한 여러 매체들은 경쟁적으로 그들의 프로그램을 트로트문화로 채우고 있다.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불후의 명곡’ ‘복면가왕’ 등의 TV프로그램이 그 사례이다. 그런데 유심히 들어보면 거기서 불리는 가요작품 중 상당수가 부산 트로트, 혹은 부산 테마 노래인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부산이 왜 한국트로트의 고향인지, 부산트로트는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 다른 지역 트로트와는 어떻게 다른지 분석하며 확인하고자 한다. 뿐만 아니라 부산트로트의 기점(起點)이라 할 수 있는 ‘부산노래’(염일파 작사, 손목인 작곡, 이은파 고복수 노래, 오케 1794, 1935.7)를 비롯하여 구체적 부산 명소가 담겨있는 신민요 ‘조선팔경가’(편월 작사, 형석기 작곡, 선우일선 노래, 폴리돌 19290, 1936.4) 노랫말의 특성을 다시금 음미하고자 한다. 한국대중음악사 전체를 통하여 얼마나 많은 부산트로트가 대중의 심금을 울리는 감동적 절창으로 만들어졌던가. 그 기막힌 절창들이 지금까지도 여전히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힘과 근원이 무엇인지를 확인해보고자 한다. 피난시절 부산에서 설립된 도미도, 미도파를 비롯한 여러 레코드사에서는 과연 어떤 대표적 트로트가 발표되었는지 낱낱이 살펴보려고 한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격려와 성원을 기대한다.

시인·가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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