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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주제 시·소설 짓고, 비엔날레는 그 이야기를 시각예술로 승화

올해 부산비엔날레 전시 주제 ‘열 장의 이야기, 다섯 편의 시’

  •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  |   입력 : 2020-05-31 19:09:06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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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도심·영도대교 등 지역 관련

- 문필가 11명의 작품 기반으로

- 시각예술가가 새로운 창작 구상

- 전세계 30여 개국 80여 명 참여


- 전시 총괄 파브리시우스 감독

- “다양한 감각으로 부산 재해석

- 도시 역사·의미 살펴볼 기회”


“부산은 다양한 이야기로 가득 찬 도시다. 이번 비엔날레를 계기로 관람객들은 문학과 예술작품을 통해 다양한 부산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동남권 최대 시각예술제를 준비 중인 전시감독 야콥 파브리시우스는 올해 ‘2020부산비엔날레’를 이같이 설명했다.

   
‘2020부산비엔날레’의 야콥 파브리시우스(왼쪽 두 번째) 전시감독이 지난 2월 말 부산을 방문해 올해 비엔날레 행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부산비엔날레조직위 제공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는 올해 ‘2020부산비엔날레’ 전시주제를 ‘시티 오브 픽션’에서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로 수정해 확정하고, 오는 9월 5일부터 11월 8일까지 열 예정이라고 31일 밝혔다. 30여 개국에서 활동하는 80여 명의 작가 중 일부도 공개됐다.

덴마크 출생인 파브리시우스 감독은 전시를 만들어가는 방법에 주목했다. 그는 소설가 10명, 시인 1명 등 문필가 11명을 선정해 부산과 관련된 문학작품을 집필토록 하고 이를 기반으로 시각예술가들이 작품을 구상하는 방식으로 전시를 기획했다. 감독은 “러시아 작곡가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가 친구였던 건축예술가 빅토르 하르트만의 전시회를 관람한 후 10개의 피아노곡과 5개의 간주곡으로 만든 ‘전람회의 그림’의 구성방식을 차용했다”고 했다.

   
야콥 파브리시우스 감독과 부산비엔날레 관계자들이 전시장으로 사용될 부산현대미술관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무소르그스키가 그림을 음악으로 들려줬다면 이번 비엔날레는 문학을 시각예술로 표현한다. 문필가들이 쓴 이야기와 시가 부산에 상상력을 더하고, 시각예술가가 이를 재해석해 형상화한다. 파브리시우스 감독은 “부산은 영화제의 도시이며 수많은 영화와 문학의 배경이 된 곳이다. 이야기로 만드는 전시 방법론을 실험하는 데 적격”이라고 설명했다.

감독은 소설과 시에 나왔던 부산의 장소에 주목했다. 그는 “영도대교와 중앙동 원도심은 개항·전쟁과 피난을 겪은 도시 부산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볼 수 있을 것이고, 낙동강 하구의 을숙도(부산현대미술관)에서는 혼재된 문화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며 “관람객들은 전시가 열리는 장소들을 탐험하며 도시의 역사와 기억을 재발견하고 거리나 건물의 겉모습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상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를 ‘탐정처럼 걸어보기’라 표현하며 부산을 적극적으로 관찰하기를 제안했다.

참여 문필가와 시각예술가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시는 김혜순 시인이 맡았다. 작가는 1978년 등단해 김수영문학상·현대시작품상·소월문학상 등을 수상한 한국 여성문학의 선두주자다. 이상문학상·이효석문학상 등을 수상하고 소설 ‘아오이가든’ 등을 집필한 편혜영 작가, 김승옥문학상·문지문학상·김현문학패를 수상하고 소설 ‘사랑하는 개’ ‘도시의 시간’ 등을 낸 박솔뫼 작가가 참여한다. 국외 작가로는 미국 뉴욕 출신 소설가 마크 본 슐레겔이 추리소설을 선보인다. 이 밖에도 덴마크·콜롬비아 등 다양한 국적의 문필가가 각각의 눈으로 바라본 부산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시각예술가로는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현실을 화두로 하여 사회비판적 경향의 활동을 하는 노원희 작가, 수묵으로 현대 도시의 진정성을 구현하는 배지민 작가, 영상·설치 작업을 하는 부산 태생의 송민정 작가가 참여한다. 해외 작가들로는 올해 시드니 비엔날레에 참가한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아지즈 하자라,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에 참여하고 뉴욕의 MoMA(현대미술관) PS1에서 개인전을 선보인 벨기에 작가듀오인 ‘요스 드 그뤼터 & 해럴드 타이스’, 1999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이탈리아 출신 모니카 본비치니가 참가한다.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관계자는 “부산비엔날레가 올해 출범 20주년을 맞았지만 그동안 부산을 직접적으로 다루거나 부산만의 독특함에 주목했다고 말할 수 있는 전시는 부족했다는 내부 반성이 있었다. 문학에서 출발해 청각·후각 등의 다양한 감각으로 부산을 재해석해 도시의 역사와 숨겨진 의미를 살펴볼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비엔날레는 1981년 부산청년비엔날레를 시작으로, 부산국제아트페스티벌로 개최되다가 2001년 명칭을 변경해 2002년부터 부산비엔날레로 열리고 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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