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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정상도의 '논어와 음악'-세상을 밝히는 따뜻한 울림 <11> 제10곡 - 당인불양어사

황상에게 ‘삼근계’ 제시한 다산처럼, 당신도 참 스승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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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승이란 어렵지만 소중한 존재
- 정신을 깨우쳐주는 고마운 분

- 제자가 진심으로 스승 모셨다면
- 仁의 실천엔 양보없이 정진해야
- 사제지간 지향점은 ‘청출어람’

스승은 제자에게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라’고 가르칩니다. 제자는 그 스승이 ‘복사뼈에 세 번이나 구멍이 나도록 공부하고 공부하고 공부했다’고 증언합니다. 삼근계(三勤戒)와 과골삼천(踝骨三穿),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실학자 다산 정약용(1762~1836)과 애제자 황상(1788~1870)이 만든 두 일화는 오늘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스승을 가졌는가?
   
다산과 황상은 1802년 10월 처음 만납니다. 다산이 강진으로 유배된 이듬해로 황상은 15세. 황상이 다산에게 묻습니다. “저처럼 아둔하고, 꽉 막히고, 융통성 없는 사람도 정말 공부할 수 있나요?” 다산이 다독입니다. “둔하다고 했느냐, 성심을 다하면 큰 구멍이 어느 순간 뻥 뚫리는 법이다. 막혔다고 했느냐, 막혔다가 툭 터지면 봇물이 터진 듯하겠지. 융통성이 없다고 했느냐, 부지런히 연마하면 반짝반짝 빛나게 되느니라.”

황상은 다산과 만나고, 다산의 가르침을 실천하면서 추사 김정희가 인정하는 문인으로 거듭납니다. 그가 다산을 만나지 않았다면, 다산의 가르침을 귓등으로 흘렸다면 우리는 지금 황상이라는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겠지요.

황상은 다산을 처음 만난 주막집 뒷방 사의제(四宜齊)에서, 다산초당에서, 그리고 평생 스승의 가르침을 실천합니다. 시나브로 강진현 아전의 아들인 그의 인생이 바뀝니다. 다산은 황상과 같은 제자들과 함께 유배생활을 학문 세계의 완성으로 승화하여 ‘다산학’을 이룹니다. “몸으로 가르치시고 말씀으로 이르시던 그 가르침이 6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어제 일처럼 눈에 또렷하고 귓가에 쟁쟁합니다.” 말년의 황상 회고는 한양대 정민 교수가 ‘삶을 바꾼 만남’(문학동네)에서 표현한 ‘맛난 만남’ 그대로 입니다.

공자 이래 2500년 동안 이어져온 스승과 제자 만남의 조선판 변주이기도 합니다. 스승이 있느냐, 없느냐는 행복과 불행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제지간의 지향점은 청출어람(靑出於藍), 스승보다 나은 제자 되기입니다. 무슨 케케묵은 소리냐고요. 100세 시대, 평생학습시대입니다. ‘당신은 스승을 가졌는가’란 질문이 더 절실해지는 이유입니다.


   
장이머우 감독, 공리 주연의 중국영화 ‘5일의 마중’에 나오는 랑랑의 연주곡 ‘No.17 Arrangement of the Song of Fishermen 1’(QR코드 스캔 또는 인터넷 주소 https://youtu.be/kSQqmOsqieg)을 들으며 시작하겠습니다. 문화대혁명이 갈라놓은 부부의 재회란 영화 스토리처럼 스승과 제자의 만남은 귀한 일이겠지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고 했습니다. 이에 더해 군사부부부일체(君師父夫婦一體)라고 하면 공자께서 노발대발하실까요, 아니면 시대가 바뀌지않았냐며 고개를 끄덕이실까요.

■새로운 삶 열어주는 고마운 스승

   
정약용과 제자 황상이 공부하던 다산초당.
‘논어’(論語) 15편(위령공) 35장은 참으로 당당한 사제지간의 태도를 그리고 있습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십니다. “인에 맞닥뜨려 실천함에 있어서는(當仁·당인) 스승에게도 양보하지 아니해야 하느니라.(不讓於師·불양어사)”

주자는 ‘인으로 자기 임무를 삼았으니 마땅히 용맹스럽게 나서서 반드시 행한다’고 풀었습니다. 인이 스스로 소유하고 행하는 것이니 다툴 게 있겠느냐는 뜻을 담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스승은 소중하고도 어려운 존재입니다. 제자의 정신을 깨우쳐 새로운 삶을 열어주는 고마운 분이지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이 왜 나왔겠습니까. 주자의 설명입니다. “아버지는 낳아주시고, 스승은 가르쳐주시고, 군주는 먹여주시니, 아버지가 아니면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먹여주지 않으면 자라지 못하고, 가르쳐주지 않으면 알지 못하니 한결같이 섬겨야 하느니라.” 주자는 춘추시대 역사서인 ‘국어’(國語)에서 이 설명을 끌어왔습니다. 공자께서 광나라 땅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수제자 안연이 뒤처져 생사를 걱정하였는데, 다행히 나중에 나타나 “스승님께서 살아계시는데 어찌 감히 먼저 죽겠습니까”하고 말했다는 대목(‘논어집주’ 11편 22장)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사람을 사랑하는 것(愛人)이라고도 하고, 스스로를 이기고 예로 돌아간다는 극기복례(克己復禮)라고도 하며 맞춤형 교육을 한 공자였습니다. 제자의 눈높이에 충실했지만 인이라는 기준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에는 엄격한 공자학단 분위기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 스승 뛰어넘으려 애쓰는 제자

먼저 스승을 만나는 일이 필요하지요. 나를 낳아주신 부모를 선택할 수 있습니까, 나라도 선택이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좋은 스승을 만나는 건 의지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제자라면 마땅히 그 스승보다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해야겠지요. 효자가 그 아버지보다 나은 사람이듯이. 불천노 불이과(不遷怒 不貳過),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지 않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애쓴 안연처럼 말입니다. 이는 ‘내가 스승에 미치지 못함은 사다리를 놓아도 하늘에 오르지 못함과 같다’며 공자학단의 계승 발전에 힘을 쏟은 자공의 말과도 맥을 같이 합니다.

결국 공자를 넘어서는 학문과 덕행의 실천, 청출어람이 진정한 사제 관계의 완성이 되겠지요. ‘학문은 그쳐서는 안 된다. 푸른색은 쪽에서 취했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고, 얼음은 물이 이루었지만 물보다 더 차다’.(‘순자’ 권학편)



   
미국의 전설적인 재즈 피아니스트인 빌 에반스의 ‘We will Meet again’(QR코드 스캔 또는 인터넷 주소 https://youtu.be/tgltKizovjg)을 들으며 마치겠습니다. 그가 형을 기리며 만든 곡입니다. 스승의 날이 지난 주 지나갔습니다. 여러분 가슴에는 어떤 스승이 계신가요.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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