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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성백의 아츠버스(ArtsBus)…유라시아를 달리다 <7> 베를린에서 마지막 일정

독일 예술가와 분단·전쟁 아픔 서로 위로하며 두 달간 여정 마침표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5-17 19:30:41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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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횡단 종착지 독일 베를린에서
- 음악팀 이어 심홍재 작가도 합류

- 문화공간 베타니엔 창작지구서
- 분단·전쟁 주제로 ‘UN Wall’ 전
- 얽히고설킨 실타래 푸는 작업 뒤
- 자연으로 회귀 퍼포먼스 선보여

- 이틀 뒤 베를린 스타디움서는
- ‘대한 청년’ 손기정 기리며 공연
- 여정 전 준비한 작업 모두 끝내

- 티겔 공항 인근 멈춰있는 버스
- 8월께 2차 프로젝트팀 구성해
- 통일 에너지 싣고 오기를 꿈꿔

유라시아를 지나면서 많은 이야기를 담은 우리의 ARTsBUS(아츠버스)가 드디어 이번 여정의 종착지인 독일 베를린에 도착했다. 지나간 시간이 한 편의 영화처럼 머리를 스친다. 지난해 10월 시베리아의 소낙눈과 고장 난 우리의 ARTsBUS를 자기 일처럼 도와주고 고쳐준 ‘알렉산더’, 유럽 속 러시아 칼리닌그라드에서의 행사, 10년 만에 만난 에스토니아 인도 부부작가 만 마를린(Mann Mariliin)과 우다이(Udeya), 폴란드에서 만난 할머니의 2차 세계대전의 기억, 지나서 생각해보니 미치도록 아름다운 기억이다. 시간이 더 지난 어느 날에는 오늘을 어떻게 기억할까?
ARTsBUS의 전시 클로징 이벤트로 진행된 베를린 베타니엔 창작지구에서의 공연.
■대장정의 종착점, 베를린

이런저런 생각으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반나절을 운전해 지난해 11월 16일 늦은 시간 베타니엔 창작지구(Bethanien Creative Quarter)에 도착했다. 약속된 시간보다 늦은 저녁 9시쯤 도착한 우리를 소마갤러리(SOMA gallery)대표 나비나라(Nabi Nara)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독일 국경을 달리고 있는 ARTsBUS.
2018년 10월에 그를 만나 ARTsBUS 월드 투어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베타니엔 창작지구에서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을 기념하며 한반도 분단의 문제를 다루는 기획전시를 이야기했는데 서로의 생각을 실행으로 옮겨 1년이 지난 시점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필자에게 베를린은 기억에 남는 장소다. 2017 베를린 국제 퍼포먼스 콩그레스(International Performance Congres in Berlin)에서 개인적으로 친하게 알고 지내던 전위예술가인 미쉘 스테거(Michael Steger)와 라이브 퍼모먼스를 마지막으로, 한달 뒤 그를 하늘나라로 보냈던, 아프지만 아름다운 기억이 있는 도시이다. 그는 당시 뇌종양으로 투병 중이었다. 그를 통해 만난 작가들과의 인연으로 지금껏 유럽 작가들과 교류를 하며 문화기획을 하고 있다. 나비나라도 미쉘 스테거의 소개로 알게 되었다.

나에게 예술의 도시 베를린은 그곳에서 활동하는 현대 예술가들의 다양성만큼이나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나를 포함한 원정대 우리 모두는 ARTsBUS를 통해 그 다양한 감정의 경험을 하나 더 추가한다.

■한·독 예술가 9인이 빚은 분단·전쟁

베를린 스타디움에서 펼친 심홍재 작가의 퍼포먼스.
우리는 폴란드 현지에서 잠시 헤어졌던 음악팀과 합류하였고 유럽에 전시 때문에 와있던 심홍재 작가와도 합류하였다. 우리는 우선 ‘UN Wall’ 전시장을 둘러보고 전반적인 전시장의 컨디션을 확인하였다. 이번 전시는 베를린시의 지원과 주독일 베를린 한국문화원, 소마갤러리에서 주최한 전시인데 재독 문화기획자 나비나라의 기획으로 한국과 독일의 분단과 전쟁의 역사를 주제로 한국과 독일의 시각예술가 9명이 참여하는 전시여서 ARTsBUS의 유라시아 횡단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드는 행사였다. 지면으로나마 ‘UN Wall’ 전에 초대해준 나비나라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베타니엔 창작지구(Bethanien Creative Quarter)는 1847년 지어진 건물로 1970년까지 병원으로 사용되다 시설의 노후화와 현대식 병원의 등장으로 독일 정부와 전문가, 그리고 시민과의 4년간의 협의를 통해 1974년부터는 지금의 복합문화창작공간으로 탈바꿈했다고 한다. 건물 전체가 유럽의 고성처럼 디자인되어 있어 웅장하기도 하지만 독일을 뛰어넘어 현대예술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어 더욱 멋지게 느껴졌다.

ARTsBUS의 전시 클로징 이벤트가 말 그대로 이번 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행사이기도 하지만 ARTsBUS팀의 입장에서도 유라시아횡단의 의미를 ‘UN Wall’ 전시에서 소개할 수 있어 더욱 의미가 있었다. 한국문화원 관계자 및 현지 한국인들과 베를린의 유럽 작가들이 많이 참여해서 우리에 대한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ARTsBUS를 타고 베타니엔 창작지구 정문을 통해 입장하는 순간부터 퍼포먼스의 시작이었다. 심홍재 작가가 ARTsBUS 앞에서 동서남북의 기운을 모아 관객과 함께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 언덕작가와 연결되어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푸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필자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부터 가져온 동토의 흙을 먹고 다시 토해낸 뒤 베를린으로 오는 길에서 채취한 작은 식물을 심는 작업을 하며 자연으로의 회귀를 통해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어 보았다. 가야금 선율을 재해석한 즉흥 믹싱작업과 클로징 음악공연은 전체가 하나의 스토리를 가지면서 ARTsBUS의 유라시아 횡단의 의미를 전달한 다원 예술이었다고 자부한다.

준비한 모든 퍼포먼스가 끝나고 바로 이어서 ARTsBUS 월드 투어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프리젠테이션과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

예산은 어떻게 마련했나? 어떻게 시작하였나? 처음 아이디어와 영감은 어디서 얻었나? 멤버들과는 다툼이 없었나? 다음 프로젝트 계획은 무엇인가? 등등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히 현지 문화 기획자들의 관심이 많았다. 2020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다는 작가들과 문화 기획자들의 말에 함께하자는 약속을 하고 우리는 숙소로 이동했다.

11월 18일, 다음 공연이 예정된 베를린 스타디움으로 사전 답사를 하러 갔다. 스타디움은 설립된 지 8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용 중이며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웅장하고 건재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튿날인 19일, 심홍재 작가와 필자가 퍼포먼스를 하기로 하고 당일 아침 베를린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당시 홍콩 민주화 운동으로 중국 본토로부터 홍콩시민이 정치적 물리적 핍박을 받는 상황이어서 1936년 당시 대한 청년 손기정, 남승룡 선수의 모습과도 겹쳐 보여 마음이 무거웠다. 심홍재 작가와 나는 이러한 내용으로 퍼포먼스 작업을 하였다. 이로써 한국에서 출발 전 마음속으로 준비했던 모든 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

■길위에서 만난 세계인에 감사

지난해 10월 3일 부산에서 출발해 강릉을 거쳐 블라디보스토크 우수리스크, 치타, 이르쿠츠크, 노보시비르스크,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칼리닌그라드, 폴란드, 베를린까지 50여 일간의 긴 여정을 뒤돌아보니 아쉬움이 한가득 남는다. ARTsBUS는 2020년 부산으로 돌아오는 2차 프로젝트를 기다리며 현재 베를린 티겔 공항 인근의 주차장에 장기 주차되어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우리는 다시 2차 프로젝트팀을 구성해 계획대로라면 오는 8월 베를린으로 향한다.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힘든 여정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30년 전 통일 독일의 에너지를 ARTsBUS에 가득 싣고 한국으로 오겠다는 생각이다.

이번 회를 마지막으로 7회에 걸쳐 ARTsBUS월드 투어 프로젝트 유라시아 횡단 기행기 연재를 마친다. 긴 시간 지면을 할애해준 국제신문 관계자분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끝까지 믿고 함께해준 모든 대원, 이 무모한 도전에 후원해준 부산문화재단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20년 또 다른 도전으로 건강하게 다시 찾아 뵐 수 있기를 기대하며 코로나19 상황 속에도 프로젝트 중에 만났던 세계인 모두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한다.

시각예술가·문화기획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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