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는 틈만 나면 아빠와 함께 달리기를 하자고 조른다. 그렇지만 언제나 1등은 오키 차지. 아빠가 조금이라도 앞서나가려 하면 오키는 “내가 1등을 해야 하니까 천천히 걸어”라며 말린다. 아빠와 엄마는 한 번도 1등을 하거나 남을 이겨야 한다고 알려준 적이 없다. 오히려 아빠는 항상 “오키가 나중에 학교에 가서 꼴찌를 해도 좋아. 경쟁한다고 친구에게 상처만 주지 않는다면 아마 아빠가 상을 줄지도 몰라”라고 말한다. 그런 아빠에게 아들의 승부욕은 어디에서 왔는지 의문이다.
이 책은 이런 고민을 하는 아빠가 아이에게 보여주기 좋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쓴 고전 ‘월든’에서 뽑은 글을 봄부터 이듬해 봄까지 계절의 흐름에 따라 재구성하고 여기에 영감을 얻은 그림과 함께 담아낸 그림책이다. 책은 계절이 바뀌면서 변화하는 월든 호수 및 주위 숲의 모습, 또 그 속에 사는 온갖 동식물들이 생생한 필치로 그려져 있다. 더불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 소박하고 검소한 삶만이 인간에게 진정한 행복을 선사한다고 안내한다.

‘월든’은 저자가 1845년부터 2년간 월든 호숫가에 통나무집을 짓고 생활한 경험을 기록한 책이다. 출간 당시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19세기에 쓰인 가장 중요한 책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 책에는 교육에 참고할 만한 말도 많다. “왜 우리는 성공하려고 그처럼 필사적으로 서두르며, 그처럼 무모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일까? 어떤 사람이 자기의 또래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마 그가 그들과는 다른 고수(鼓手)의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듣는 음악에 맞추어 걸어가도록 내버려두라. 그 북소리의 박자가 어떻든, 또 그 소리가 얼마나 먼 곳에서 들리든 말이다. 그가 꼭 사과나무나 떡갈나무와 같은 속도로 성숙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그가 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자신의 봄을 여름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말인가?”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