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자가 애제자 안연에 말하길
- “나를 극복하고 예로 가는 길은
- 자기에게서 시작되는 것이다”
- 사사로운 욕심 이기고 나아가
- 서로 배려하는 조화로움 강조
- 남 탓만 했던 이전 국회의원들
- 이젠 스스로 낮추고 소통하며
- 화합하는 사람다운 정치 보여야
21대 총선에서 민심은 여당 손을 들어줬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 자랑스럽습니다. 존경합니다”며 화답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6일 낸 입장문에 ‘간절함’과 ‘책임감’이란 말이 있습니다.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이 초래한 총체적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내야 한다는 국민의 바람이 간절함이라면, 이에 부응하겠다는 다짐이 책임감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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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대 국회의원이 사용할 배지. 내달 30일부터 이 배지 주인공 300명은 선거 기간 분출한 시대정신을 담은 새로운 일상의 회복에 도전한다. 성찰과 배려, 소통과 화합이 키워드다. 우리 시대의 극기복례를 기대한다. 이용우 기자 |
‘기적같은 투표율’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전체 유권자 4399만4247명 가운데 2912만6396명이 투표했습니다. 최종 투표율은 66.2%로 1992년 14대 총선 때 71.9% 이후 28년 만에 최고치입니다. 사전투표율 26.69%는 역대 최고 기록이지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세계 주요국 중 유일하게 전국 단위 선거를 치러냈으니 그 공을 온전하게 국민에게 돌리는 건 당연합니다.
이를 동력으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함께 180석을 차지했습니다. ‘단독 개헌’을 빼면 무소불위인 의회 권력이 탄생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중앙·지방정부에 이어 의회 권력까지 장악했습니다. 국정 주도권을 완벽하게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책임도 막중합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0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결과”라고 평가했다고 합니다. “더 정신을 바짝 차릴 때”라며 표정 관리를 하는 속내를 들킨 셈이랄까요. 103석으로 개헌 저지선을 겨우 지킨 미래통합당과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의 참패가 두드러집니다.
21대 국회는 내달 30일부터 2024년 5월 29일까지 4년 임기를 수행합니다. 선거가 ‘새판 짜기’라면 선거 기간 분출한 시대정신을 담은 ‘새로운 일상의 회복’이 필요하지요. 여와 야가 따로 없이 300명 의원 모두 임기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잊지 말아야 할 과제입니다. 1995년 이건희 삼성 회장의 “기업은 2류, 관료는 3류, 정치는 4류”라는 말은 다양한 변주를 거쳐 이번 선거에도 어김없이 등장했습니다. “많은 국민이 대한민국 국민은 1류인데 정치는 3류라고 말한다”(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대책위원장)는 주장이 그 예입니다. 존경받지는 못할지언정 더이상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어선 곤란합니다.
국회가, 정치가 이처럼 새로운 일상을 회복하는 것이 바로 극기복례(克己復禮)입니다. 스스로 성찰하고 반성해서 잘못이 있으면 고치고, 잘한 일은 다른 사람 덕분이라며 스스로를 낮추면 소통과 화합이 이뤄지겠지요. 공자의 이상인 인치(仁治), 사랑의 정치이자 사람다운 정치가 이와 다를 바 없습니다.
조지아 출신의 영국 싱어송라이터인 케이티 멜루아의 ‘The Walls Of The World’(QR코드 스캔 또는 인터넷 주소 https://youtu.be/5rXBNqVbC6g)를 들으며 우리 시대 극기복례의 의미를 찾아봅시다.
■애제자 안연에게 던진 화두, 인
‘논어’(論語) 12편(안연) 1장. 공자와 애제자 안연의 대화는 거침이 없습니다. 안연이 두 가지를 묻습니다. “스승님, 인(仁)이 무엇입니까, 그 실천 방법도 함께 가르쳐주십시오.” 공자 말씀도 명징합니다. “자기를 이기고 예로 돌아가는 것이 인이며, 이는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 예가 아니면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행동하지도 말라.”
논어에 인이 100회가량 언급되지만, 이런 직설 화법은 없을 듯합니다. 주자가 공자 사상을 극기복례로 풀어내는 까닭으로 여겨집니다. 우선 극기복례는 자기에게서 시작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거울을 봅시다. 인(仁), 남을 사랑하고 세상을 편안하게 만들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사사로운 욕심, 자기를 이기고자 한다면 붙들어야 할 화두입니다. 끊임없이 자기를 닦는, 수신(修身)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그 실천 조목이 사물(四勿), 예가 아니면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행동하지도 말라는 것이지요.
자신을 바르게 하는 극기에서 나아가 나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예(禮)입니다. 이타자재(利他自在), 남을 이롭게 하면 스스로 자유롭습니다. 그렇게 보면 예는 까다로운 절차나 박물관에서나 볼 듯한 관습이 아니라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높이는 일입니다. 직장에서, 모임에서, 도로에서 상대방을 배려하고 룰을 지키면 얼마나 편합니까. 서로 배려하고 조화를 이루는 세상이라면 살만하겠지요.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허물은 못 보고 남 탓만 하는 동물 국회, 식물 국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인이 인간성의 회복을 바탕으로 대동 사회를 지향하는 정치 사상이 되는 이유입니다.
주자가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인은 온전한 마음의 덕이자 하늘의 이치이나 사람의 욕심에 무너지기 십상이다.” 이런 가르침을 공자께서 안연에게 주었고, 2500년 동안 이어지고 있습니다.
■황금률, ‘내가 싫으면 남도 싫다’
이어서 12편 2장. 중궁(염옹)은 공자께서 지도자로 손색이 없다고 칭찬한 제자입니다. 그가 공자께 인의 가르침을 받는 장면입니다. 정치가로서의 자세와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되는 황금률, ‘기소불욕 물시어인’입니다. “문 밖을 나가선 큰 손님을 만난듯 하며, 백성은 큰 제사를 모시듯 대하라.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남에게 베풀지 말라. 이렇게 하면 나라에도, 집안에도 원망이 없다.”
주자는 자기 몸을 지탱하는 경(敬)과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서(恕)로 인을 해석했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남에게 베풀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기소불욕 물시어인)는 가르침에 주목합니다. 청와대에 이런 경구가 있다지요. ‘스스로에겐 가을서리처럼 매섭게, 다른 사람을 대할 땐 봄바람처럼’. 공자께서는 이를 자공에게 되풀이(15편 23장)하며 강조했습니다. 소극적인 인의 방법이 이와 같다면 적극적인 방법은 ‘자기가 서고 싶으면 다른 사람을 서게 해주고, 자기가 터득하려면 다른 사람을 터득하게 하라’(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기욕입이입인 기욕달이달인)입니다. 공자께서 백성에게 널리 베풀고 많은 사람을 구함은 요임금도 순임금도 못한 일이라며 제시했습니다.(6편 28장)
“행함에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있으면 반성하여 그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아야 하는 법이니 자기 한 몸이 올바르면 천하가 돌아올 것이다.” 극기복례는 이같은 맹자의 지적처럼 결국 자기 성찰, 반구저기(反求諸己)로 귀결됩니다. 너무 먼 이야기, 딱딱한 가르침으로 여기지 말고 오늘 여기서 시작합시다.
‘사이먼 앤 가펑클’을 떠올리게 하는 노르웨이 인디 듀오인 킹스 오브 컨피니언스의 ‘Homesick’(QR코드 스캔 또는 인터넷 주소 https://youtu.be/oll6UfK6iUg)를 들으며 마치겠습니다.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