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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 <80> 유행두 작가의 청소년소설 ‘독립군이 된 류타’

백정 집안 친구 보며 ‘형평사운동’ 관심 … 문학은 낮은 곳 들려주는 ‘곡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4-19 19:32:09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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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시대 백정 아들인 석민
- 천대 벗어나려 고향 등지고
- 류타 개명하지만 정체 탄로
- 독립군 가담하게 된 이야기

- 역사 기록에 남진 못했지만
- 조국을 위해 투신한 백성들
- 그들의 고귀한 피와 땀 정리
- 청소년 역사 소설로 펴내

내가 일제강점기에 살고 있었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일했을까. 부끄럽지만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다. 그래서 국내외에서 독립운동을 위해 자신을 바친 선열들께 고맙고 또 고맙다. 우리가 오늘날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이 그분들께 받은 은혜이다. 그런데 우리는 독립운동에 뛰어든 모든 분을 알지는 못한다. 역사의 기록에 남지 못한 이들은 어떻게 나라를 위한 삶을 택했던 것일까. 유행두 작가가 한 소년을 통해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 ‘독립군이 된 류타’를 쓴 작가를 경남 김해시 봉황대 유적에서 만났다.
‘독립군이 된 류타’의 저자 유행두 작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

유행두는 봉황대 유적을 자주 찾는다. “김해도서관이 바로 길 건너에 있어요. 도서관에 올 때면 꼭 들르죠. 차 마시러 오기도 하고, 산책도 하고, 생각도 하고요. 가야의 역사를 간직한 김해를 더듬어 보기에 가장 좋지요.” 길을 걷다가 다리쉼 하려고 들어서 벤치에 앉는 곳이 이천 년 전 가야의 역사라니, 멋진 곳이다. 봉황대는 벚꽃으로도 유명하다. 올해는 시민이 벚꽃을 먼발치에서, 그리고 스쳐 지나가면서 보았다. 유행두와 함께 찾아간 봉황대는 이미 꽃이 지고 연초록 잎들이 빛나고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고 있는 시민 덕분에 평소보다 인적이 적었다. 연푸른 봄기운이 가득한 유적 일대가 더 넓어 보였다.

독립군이 된 류타- 유행두·키다리·2019
유행두는 1968년 경남 하동군 북천면에서 태어났다. 결혼하면서 1995년에 김해로 왔다. “전 어릴 때 이런 꿈을 가지고 있었어요. 대도시도 아니고 시골도 아닌 곳에서 텃밭 일구면서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김해가 제가 원하던 도시에요. 있을 것 다 있으면서도 제가 꿈꾸던 정서가 있답니다. 김해에서 글을 쓰는 지금이 너무 좋아요.”

유행두는 200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무스탕 마네킹’이, 경남신문에 시 ‘문밖에는 봄’이 당선됐다. 그는 할머니와 부모님이 들려주는 옛날이야기, 지난 시절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저지른 만행, 일본인 지주만큼 나쁜 짓을 하던 조선인 마름, 한국전쟁과 피란민 등 많은 이야기가 어린 유행두의 마음에 스며들었다. 언제부턴가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읽을 수 있는 역사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마음도 함께 자랐다.

‘독립군이 된 류타’에는 백정의 아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경남 하동) 북천에 살 때, 같은 학년 남자아이의 아버지가 고리백정이었어요. 고리버들로 키나 바구니 같은 생활용품을 만들어 판 백정이었지요. 사람들이 친구 아버지를 천시하는 게 마음 아팠어요. 저 사람들은 왜 저런 부당한 대우를 받을까 궁금했고요. 자라면서 조금씩 알게 됐지요. 신량역천(身良役賤)이라는 말이 고려와 조선 시대부터 내려옵니다. 양인의 신분으로 천인의 일을 하던 걸 말하지요. 백정에 대한 천시는 더욱더 심했습니다.”

유행두가 어릴 때 하동 북천은 행정 지역은 하동이지만, 생활문화권은 진주에 더 가까웠다. 그가 일제강점기에 진주에서 일어났던 형평사운동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1923년부터 일어난 백정들의 신분해방운동인 형평사운동, 고리 백정이었던 친구 아버지, 힘없고 가난한 조선 백성들, 독립운동… 그 모든 것이 유행두의 마음에서 조금씩 익어갔다.

■문학은 ‘곡비’

“형평사운동에 대한 관심을 오래 가지고 있었기에 이번 책을 쓸 수 있었어요. 진주의 백정들이 학교 설립하는 데 돈을 내고도, 자신의 아이들이 학교 입학을 거부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류타’를 생각했습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다른 역사소설도 많이 읽고, 자료조사도 1년여 했습니다. 책 속 류타의 집은 부산 동구 수정동에 있는 친척의 일본식 집을 배경으로 했어요. 일제강점기 때 고급요릿집이었던 곳이라 작품 배경 구상에 도움이 됐습니다.”

‘독립군이 된 류타’는 술술 읽힌다. 재미있다. 석민이 아버지는 백정이라는 이유만으로 온갖 멸시와 천대를 받았지만 석민이만큼은 백정의 아들로 살게 하고 싶지 않아 고향을 떠났다. 경성에서 아버지는 일본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며 재산을 불려 갔고, 석민이는 류타로 이름을 바꾸고 일본 아이들과 어울렸다. 하지만 정체가 밝혀지고, 류타와 아버지는 독립운동의 길로 자연스럽게 다가간다. 그 이야기가 마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듯 생생하고 박진감 넘치게 펼쳐진다. ‘광복 특집 미니시리즈’라도 본 것처럼, 흥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 책을 읽고 난 아이들은 유 작가에게 이런 항의를 한단다. “류타가 다시 석민이가 되어서 독립군이 된 뒤에는 어떻게 싸웠어요? 뒷이야기는 뭐에요?” 백정의 아들이 독립군이 된 사연을 알게 된 아이들이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한다니 반갑다. 이름난 가문의 자제들과 지식인들만이 아니라 가장 낮은 곳에서 천대를 받던 백성들까지 독립운동에 나선 걸 알게 됐으니, 우리 역사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다.

유행두는 책의 서문에서 이렇게 썼다. “우리가 역사를 배울 때는 어느 왕이 무엇을 했고, 어떤 장군이 무슨 업적을 세웠는지, 주로 신분이 높은 사람을 중심으로 배웁니다. 하지만 그 인물들 뒤에 가려져 피눈물을 흘리면서 살아갔던 백성들, 그중 낮은 곳에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꺼내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김해시는 2020년 ‘김해시 올해의 책’을 선포하며 올해 처음 신설된 ‘시민작가도서’로 ‘독립군이 된 류타’를 선정했다. 김해를 사랑하는 작가에게는 어떤 상보다 반가울 것 같다.

유행두는 문학은 ‘곡비’라고 말했다. 곡비는 장례를 치를 때 곡성이 끊어지지 않도록 곡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우리가 살아온 지난 역사를, 지금 이순간의 힘든 시간을 끊임없이 말해주는 것. ‘글’이 곡비입니다. 저는 그 일을 하고 싶습니다. 낮은 곳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느 시대에나 있습니다.”

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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