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일교사’ 꼬리표 개의치 않고
- 日서 위안부 문제 가르치는 저자
- 아이들에게 과거 바라보게 하고
- 이웃과 평화로운 관계 형성 주장
- “잘못된 과거 인식하고 반성하라”

‘가깝고도 먼 나라’. 너무도 진부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이보다 적확하게 표현하는 말이 있을까 싶다. 평소 이웃집 드나들듯 하루 코스로 다니던 일본 여행길도 과거사 문제가 재점화되면 철천지 원수가 돼 발을 끊는다. 식민지 지배와 그 속에서 피해를 본 위안부, 강제징용자 등에 대한 진정한 사과를 우리는 받은 적이 없고, 그들은 이미 배상이 끝났다며 모르쇠로 일관하니 두 나라는 늘 살얼음판 위에 서 있는 것 같다.

지난달 4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서 정의기억연대 주최로 열린 제1429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최근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기리는 액자와 꽃다발이 놓여져 있다. 연합뉴스

저자는 일본 오사카부공립중학교에서 20년 넘게 ‘위안부’ 문제를 포함해 일본에서 일어났지만 알려지지 않는 미군기지 문제, 오키나와전투 당시 있었던 집단자살 등 전쟁에 따라붙는 성폭력을 비롯한 여러 문제를 가르치고 있다. 이 일로 지난 10년 동안 우익들의 공격 대상이 돼 교묘한 괴롭힘과 압력을 받고 있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1991년, 그때까지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던 위안부가 처음으로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고 증언했다. 바로 고 김학순 할머니다. 이를 계기로 많은 사람이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으며 조사도 함께 이뤄졌다. 고노 담화(1993년) 무라아먀 담화(1995년) 등 위안부 피해자 등에 대한 일본 정부의 의미 있는 발표도 있었다. 그 결과 1997년 일본의 모든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 위안부 기술이 등장했다. 이 일은 일본 우익들의 교과서 회사와 수업 현장에 대한 거세고 집요한 공격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도대체 어느 정도 내용이 실렸기에 그랬을까. “또한 조선 등의 젊은 여성들을 위안부로서 전쟁터에 끌고 갔습니다.”(오사카 서적) “위안부로서 전쟁터의 군에게 추행을 당한 여성도 있다.”(일본문교출판) 대부분 두 줄 정도밖에 싣지 않았지만 이 문제를 부정하고 싶은 역사수정주의자들에게는 이조차도 허용되기 어려웠던 것이다.

역사 수업에서 전쟁은 피할 수 없고, 역사를 외면하는 순간 역사는 반복된다. 20세기 가장 비참한 전쟁을 21세기에 반복하지 않으려면 전쟁의 참혹함을 아는 사람들과 평화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연대해야 한다. 책은 전쟁의 가장 비참한 피해자였던 위안부 문제를 통해 전쟁의 참혹함과 평화의 소중함, 부조리에 맞서는 연대의 힘을 깨닫게 한다. 또한 아이들이 과거를 배움으로써 현재를 바라볼 힘을 기르고, 그 힘을 바탕으로 민주적이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많은 일본인 교사가 가르치기 꺼리는 위안부 문제에 천착하는 이유에 대해 저자는 “역사를 가르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 미래를 만들어갈 아이들과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고백한다. 일각에서는 아이들에게 전쟁과 식민지 지배에 대한 책임이 없다, 과거에만 매달리지 말고 미래를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와 대립하고 있는 현재, 아이들은 그 문제가 어디서 기인했는지를 알고, 주권자로서 이웃 나라와 우호적이고 평화로운 관계를 만들어 갈 책임이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반일교사’라는 꼬리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잘못된 과거를 인식하고, 반성해야 된다고 가르치는 교사가 있는 한 두 나라간 화해는 그렇게 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임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