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겪는 할아버지를 지켜보는 어린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들이다.
동화 ‘기억의 풍선’ 속 주인공은 할아버지와 이야기하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 매일매일 새로운 추억으로 채워진 풍선이 생기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의 풍선 안에는 주인공이 모르는 옛날 이야기들이 가득 들어 있다. 노랑 풍선에는 어린 시절에 산딸기를 따던 날, 파랑 풍선에는 강아지를 처음 만난 날 등 따뜻한 추억이 가득 들었다. 주인공과 할아버지는 같은 색깔의 풍선도 가지고 있다. 바로 할아버지와 함께 강둑에서 낚시를 한 날의 기억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할아버지의 풍선이 하나씩 날아가고 있다. 마지막에는 함께 낚시하고 모닥불에 생선을 구워 먹은 추억을 담은 풍선마저 날아갔다. 주인공은 너무 슬프고 화가 나서 길가에 주저앉아 울었다. 할아버지는 “그건 내가 가장 좋아하는 풍선 중 하나란다”고 말하지만 잡으려 하지 않았다. 그런 할아버지를 본 주인공은 할아버지 무릎 위로 올라가 새로운 이야기를 하며 풍선을 하나둘 새로 만들어 간다.

동화 ‘할아버지의 시간이 지워져요’ 속 주인공도 할아버지가 기억을 잃어가는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어느 날 아침 할아버지는 주인공을 보더니 활짝 웃으며 ‘프로스퍼!’라고 부르며 반긴다. 프로스퍼는 전쟁터에 가서 돌아오지 못한 할아버지 동생의 이름. 그런데 할아버지가 그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은 진짜 오랜만이다. 주인공은 당황했지만 함께 기뻐한다. 주인공은 기억이 점점 지워지는 할아버지를 보며 슬퍼하기보다는 할아버지 동생이 되기로 한다. 침대에 걸터앉아 할아버지 얘기를 듣는다. 또 공원 오솔길에 떨어진 비둘기 깃털을 모아 지나가는 사람들 머리에 꽂고, 벤치 뒤에 숨어 인디언 추장이 나타나길 기다리며 카우보이 놀이도 한다. 그렇게 주인공은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하나씩 만들고 소중하게 간직한다.

치매는 ‘큰 저택의 전기 차단기를 하나씩 내리는 것처럼 뇌의 기능이 점차 사라져 가는 현상’이다.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여 있던 기억이 조금씩 지워지지만 추억은 간직한다. 동심으로 본 치매는 병이 아니다. 기억이 빈 곳에 새로운 추억을 심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