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미술품 거래는 사실상 ‘0’
- 신진 작가는 자립 기회 사라져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지역 미술판과 미술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과 부산현대미술관 등 공공미술관은 휴관을 발표하며 문을 닫았고, 애써 문을 연 지역 화랑은 관람객 발길이 뚝 끊겨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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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부산시립미술관을 찾은 시민이 휴관 안내문을 보고 발길을 돌리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
31일 만난 한 지역 화랑 대표는 현재 미술판 상황을 ‘전례 없는 위기’라고 표현했다. 그는 “사람들이 화랑을 드나들고 그림을 감상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림을 사게 되는데, 오는 사람이 없으니 그림도 안 나간다”고 푸념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경기 침체로 국내 미술시장에는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지난해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규모는 1500억 원대 중반을 기록해 2016년 이전 수준으로 후퇴하는 등 시장이 위축됐다.
또 다른 화랑 대표는 “작년에 장사가 너무 안돼 바닥을 쳤다고 생각했다. 올해는 좋아지겠다는 희망을 품었는데 이번 사태로 정말 바닥이 안 보일 지경”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아트바젤 홍콩’ ‘아트 부산’ 등 국내외 아트페어들마저 취소·연기되면서 미술시장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세계 최대 미술장터인 스위스 아트바젤은 오는 6월 18~21일 개최 예정이던 올해 행사를 9월로 연기했다. 대형 아트페어 프리즈는 다음 달 뉴욕 행사를 취소했다.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사 크리스티는 4,5월 미국과 유럽 경매 일정을 여름으로 조정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화랑별 피해액을 산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전시 시기·작가·작품 별로 매출액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한국화랑협회가 협회 소속 화랑 150여 곳 중 30%에 해당하는 45개 화랑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지난 2월 코로나19로 인한 화랑별 피해액은 평균 3500만 원 수준으로 조사됐지만, 이는 일부 추정치에 그친다. 최근 부산지역 미술품 거래는 사실상 ‘0’에 가까울 정도로 곤두박질친 상황이다. 1, 2개월 동안 전시를 해도 팔리는 그림이 한두 점이면 다행이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지역 화랑계는 이대로 두면 화랑이 문을 닫아 지역 미술시장이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는 작가들의 생계에도 영향을 준다. 이름이 알려진 작가는 개인 판매나 경매 등 온라인 판매로 활로를 찾을 수 있지만, 신진작가가 전업작가로 자립할 수 있는 기회는 완전히 사라지고 만다. 특히 젊은 작가들은 이름을 알리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화랑에 작품당 설치비를 지불해가면서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작가 A 씨는 이번 사태로 전시 중인 갤러리가 조기에 문을 닫으면서 적지 않은 손해를 보기도 했다. A 씨는 “이런저런 일을 해서 겨우 모은 돈으로 전시회를 어렵게 열었는데 전시를 며칠 하지도 못하고 갤러리가 문을 닫았다. 천재지변으로 발생한 일이라 설치비를 돌려받지도 못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번 사태에 맞서 지역 화랑은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부산화랑협회는 현장을 방문하지 않고 작품을 보는 온라인 전시 강화에 나섰다.
협회는 오는 9일부터 개최할 예정이던 제9회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BAMA)가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되자 오는 16일부터 오는 9월 30일까지 ‘BAMA 온라인 플랫폼’인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하기로 했다. 이곳에선 회화·조각·미디어·설치 등 다양한 작품을 보고 살 수 있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